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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목함지뢰 폭발 사건으로 촉발된 8월 위기가 일단락됐다. 한숨 돌리자마자 9월 중국 전승절 행사, 10월 북한노동당창건기념일, 한미정상회담 등 굵직굵직한 외교·안보 행사가 연이어 예정돼 있다. 남북관계 개선의 '첫 단추'를 꿴 현 시각. 지난 1일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를 만나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유감' 표명 문제부터 6자회담의 전망까지 이야기를 나눠봤다. - 기자말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 평화네트워크

판문점 합의는 '상하이 효과' 덕분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악화일로를 걷던 남북관계 속에서도 판문점 합의가 성공적으로 도출된 것은 '상하이 효과'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언급한 상하이 효과란 상하이 커뮤니케 방식의 도입과 중국발 경제위기, 두 가지다.

먼저 상하이 커뮤니케란 1972년 2월 27일 미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이 공동 발표한 외교 성명을 말한다(정식 명칭은 미합중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의 공동 코뮈니케, Joint Communiqué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and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미국과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평화적 해결'에 동의했다. 이때 중국은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공식적으로 지지했다고 발표했고, 미국은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면서 대만이 무력 공격을 받을 시에 보호할 책임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다. 상반된 해석에도 불구하고, 서로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음으로써 데탕트의 시대를 연 것이다.

이번 남북 공동발표문에서 '북한이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지역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했다'는 문구도 이와 비슷하다. 남측은 '북한이 자신의 소행임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한 것'이라고, 북측은 '남측이 근거 없이 사건을 만들어 긴장이 고조됐으며, 이번 사건을 통해 교훈을 얻었을 것'이라고 각기 설명하고 있다. 애매한 표현이라고 비판을 많이 받았지만, 정욱식 대표는 "서로 도전하지 않으면서 상호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하나의 상하이 효과는 중국발 경제위기다. 정욱식 대표는 "중국과의 무역의존도가 높은 남북한은 상하이 증시 폭락으로 상징되는 중국발 경제위기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우선은 무력 충돌을 자제함으로써 코리아 리스크의 부각을 막아야 했다"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다급함이 남북한이 유연하고 실용적 태도를 갖게 했다는 주장이다. 이전에 북한은 한미군사훈련부터 중단하라는 식으로, 인도적 사업이나 교류협력 문제를 정치·군사적 사안과 연계시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어떠한 전제도 없이 이산가족 상봉에 동의했으며,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보였다. 이를 정욱식 대표는 "꽉 막힌 북한 경제에 출구를 만들어 보겠다는 전략"이었다고 분석한 것이다.

앞으로의 '돌발 변수' 관리가 더 중요하다

정욱식 대표는 예정된 적십자 회담과 남북이산가족 상봉에 기대를 걸면서도 몇 가지 걸림돌에 대한 걱정을 내비쳤다.

먼저 정욱식 대표는 박근혜 정부의 흡수통일론과 군 고위 관계자 및 몇몇 언론의 강경발언을 지적했다. 정 대표는 이번 합의가 쌍방의 유연성에서 나온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계속해서 신뢰를 쌓아가야 하는데 자꾸만 북한에 모욕적인 발언을 하면 신뢰는 쌓이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실제로 계속해서 '북한이 체면을 구겼다'거나 '작계5015', '참수작전' 등의 발언이 나오자 북한은 "유감표명은 사과가 아니다"라며 "어렵게 마련된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에 저촉되는 언행을 삼가야 한다"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또한 북한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기념일을 맞으며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도 변수 중 하나다. 정욱식 대표는 "북한은 미사일 발사가 주권 국가의 정당한 권리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유엔 안보리 금지사항"이라며 "북미 대화나 6자회담 등을 적극적으로 제안해 협상 의제로 올려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국제적인 차원에서의 대화 테이블 안에서 북핵문제까지 다룰 것을 주문했다.
  
"박근혜 대통령, '신바람' 났으면"

마지막으로 정욱식 대표는 미 조지 부시 대통령을 예로 들었다. 그는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던 부시정부도 2006년 말부터는 북한과의 직접 대화하더니, 2007~2008년에는 북미관계 제2의 황금기를 맞았다"라면서 "남북관계에도 그럴 개연성이 충분하다"라고 내다봤다.

또한 정 대표는 이번 판문점 합의 이후 지지율이 50%에 육박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지지율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신바람'나길 기대한다"라며 "사람이 한 번 신이 나면 어디까지 갈지 모른다, 이번 합의를 계기로 남북간의 지속적인 대화와 '케미'를 일으키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평화네트워크 홈페이지(http://www.peacekorea.org/)



#판문점합의#평화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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