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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둘 갑작스런 '갑상샘암' 선고와 투병생활로 망가진 몸. 그로 인해 바뀌어버린 삶의 가치와 행복의 조건. "갑상샘암은 암도 아니잖아." 가족조차도 공감하지 못하는 우리들의 이야기. 죽음의 문턱에서 깨달았다.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갈망하던 내일'이란 것을. 꿈이 있다면 당장 시작하라! '내일'이면 늦어버릴지도 모른다. - 기자 말

약 혈액수치가 지난 번 보다 개선되어서, 다시 '반 알'의 약을 줄일 수 있었다.
혈액수치가 지난 번 보다 개선되어서, 다시 '반 알'의 약을 줄일 수 있었다. ⓒ pixabay

4개월 만에 외래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지난번과 그 지난번 진료 시 혈액 수치가 예상보다 높아 매일 아침 복용하는 호르몬제 용량을 높였는데 이번에는 그 수치가 다시 내려갔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 지난번에도 위험 수준은 아니지만, 평소 관리 하고자 하는 수치보다는 다소 높은 수치라 복용하는 약의 용량을 높여서 조절을 해보자고 한 것이었다.

갑상샘암 환자들이 수술 이후 복용하는 갑상샘 호르몬제인 '신지로이드'는 복용하는 용량이 아주 중요하다. 매번 진료할 때마다 혈액 검사를 통해 수치를 봐가면서 '적절히' 용량을 조절해 주어야 한다. 수치가 너무 높으면 재발의 위험이 커질 수 있고 그렇다고 너무 낮으면 '항진증'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5년 지나면 완치? 10년 지나도 재발 가능

나를 집도했던 교수님은 작년 여름에 미국으로 1년간 해외 연수를 떠나셨다. 그래서 지난번과 그 지난번 외래 진료 때 다른 교수님께 대진을 받았다. 이번에도 대진을 해주던 교수님께 진료를 받는 것으로 예약되어 있었는데 병원을 방문한 그 날, 때마침 해외 연수를 다녀온 교수님이 계셔서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잘 지내셨어요? 블로그는 잘 봤습니다."

내가 진료실에 들어가자마자 교수님이 나에게 제일 먼저 건넨 말이었다. 나는 깜짝 놀라 어떻게 아셨냐고 물었더니 검색을 하다가 보셨다고 했다. 이렇게 다시금 블로그의 힘을 실감할 수 있었다.

오후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그 날따라 '갑상선센터'에는 대기 환자들이 별로 없었다. 그 덕에 나는 오랜 시간 편히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반가운 인사로 시작한 내 진료는 '현재 약을 잘 챙겨 먹어서 관리가 잘 되고 있다'는 말과 함께 내 혈액 검사 결과 수치를 보면서 각 항목에 대한 상세 설명을 잘 들을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이제 다음 달이면 내가 갑상샘암으로 인해 중증환자가 된 지 만 2년이 된다. 지금과 같이 관리를 잘해서 앞으로 3년 뒤면 '완치' 판정을 받게 되는 것이다. 재발이 되지 않으면 지금처럼 큰 이슈 없이 외래 진료 다니면서 약 먹으면 된다. 하지만 암 경험자에게 '재발'의 리스크는 항상 존재한다.

내가 인터넷을 통해 간접 경험한 사례 중에는 10년이 훨씬 넘어 재발한 사례가 있었다. 5년이 지나면 완치라고 하는데 10년이 지난 재발 사례는 충격이었다. 그 말씀을 드리니 교수님은 자신이 본 사례 중에 '23년'만에 재발한 사례도 있었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 말은 5년이 지나 완치가 되어도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위험 부담을 안고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되었다.

완치 판정을 받는 5년째까지는 1년 주기로 정기검사를 통해 재발 여부를 확인한다. 그리고 5년이 지나 완치 판정을 받으면 2년 주기로 정기검사를 진행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번에 안 사실인데 완치 판정을 받기 전 마지막 5년 차에는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받을 때처럼 신지로이드 복용을 한 달간 중단한 채 혈액검사를 통해 수치를 확인하는 검사를 한다. 초음파 검사로는 나오지 않는 재발의 위험을 없애기 위해서라고 했다.

지금 멀쩡하게 생활하고 있기에 '이제 다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암 진단 이전과 같이 가끔은 술도 진탕 마시면서 정상인들과 똑같이 살고 있었다. 그런데 교수님과 향후 치료 일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나는 아직 '암 환자'였고 나 스스로 너무 나태해진 것이 아닌가 반성하게 되었다.

오늘 진료는 평소 외래 환자들이 밀려 급하게 잠깐 교수님의 얼굴만 보고 나올 때와 달리 편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약을 잘 챙겨 먹어서 관리가 잘 되고 있다는 말과 함께 지난번에 올렸던 약 반 알을 이번엔 다시 줄일 수 있었다.

진료를 받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33회로 마무리했던 내 연재기사 생각이 났다. 지금 내 몸 멀쩡한 것 같으니 이후에도 아무런 일 없을 거라는 생각에 완결을 지었던 이야기다.

e-메일 내 글을 읽고, 수술을 결심했다는 한 환자 분의 메일.
e-메일내 글을 읽고, 수술을 결심했다는 한 환자 분의 메일. ⓒ 강상오

최근 내 이야기를 보고 힘을 얻어 수술을 결정했다는 한 갑상샘암 환자분에게 메일을 받았다. 그분의 메일을 읽고 내가 처음 내 이야기를 블로그에 쓰기 시작했을 때가 생각났다. 다른 누군가는 내 글을 읽고 나처럼 고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쓴 글이었다.

내 글을 보고 용기를 내 치료를 결심한 사람들은 내 글을 읽으면서 또 다음 치료에 대한 마음을 다잡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이렇게 중간에 글쓰기를 멈춰 버리면 그 들엔 길잡이가 사라지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내 투병일기를 써가기로 했다.

최소한 '완치' 판정을 받을 때까지는 글을 계속 쓰기로 마음먹었다. 어떤 병을 가진 환자든 그들의 최종 목표는 '완치'일 것이다. 진단부터 완치까지 내 글을 읽고 용기를 낸 많은 사람에게 끝까지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갑상샘암#외래진료#재발#중증환자#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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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콘텐츠 대표 문화기획과 콘텐츠 제작을 주로 하고 있는 롯데자이언츠의 팬이자 히어로 영화 매니아, 자유로운 여행자입니다. <언제나 너일께> <보태준거 있어?> '힙합' 싱글앨범 발매 <오늘 창업했습니다> <나는 고졸사원이다> <갑상선암 투병일기> 저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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