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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낚시어선 돌고래호가 전복된 가운데 7일 제주해경 함정과 어선들이 실종된 낚시객들을 수색하고 있다.
 5일 낚시어선 돌고래호가 전복된 가운데 7일 제주해경 함정과 어선들이 실종된 낚시객들을 수색하고 있다.
ⓒ 제주해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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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전복된 돌고래호 사건을 보면서 '해상안전'이 이슈로 떠올랐다. 골든타임을 놓친 해경의 늦장대응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터질 것이 터지고야 말았다. 이번엔 낚시어선이 뒤집혔다. 사고가 난 후 V-PASS(어선위치발신장치)가 해경에 보낸 최종신호는 오후 7시 39분을 마지막으로 끊긴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8시 40분에 최초 사고가 접수됐다. 그후 약 10시간 동안 애타게 구조를 기다렸던 조난객들은 밤새 공포에 떨어야 했다.

뒤집힌 배 위에서 버티던 이들은 한 명 한 명 떨어져 나갔다. 높은 파도와 사투를 벌이다 바다 속으로 휩쓸러 갔다. 가까스로 다음날 오전 6시 25분께 추자도 인근 섬생이섬 남쪽 1km 해상에서 3명만이 구사일생으로 구조됐다. 어선이 아니었으면 이들 역시 무사하지 못할 뻔 했다.

실시간 위치추적기 V-PASS... 결국 '무용지물'

 V-PASS 모니터의 모습. 2012년 해경이 해양사고 시 신속한 대응체계 구축을 위해 어선에 보급한 ‘해양안전망' V-PASS는 34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었지만 아직까지 고장이 잦고 불안정하다고 어민들은 말한다. 문제점 보완이 시급한 이유다.
 V-PASS 모니터의 모습. 2012년 해경이 해양사고 시 신속한 대응체계 구축을 위해 어선에 보급한 ‘해양안전망' V-PASS는 34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었지만 아직까지 고장이 잦고 불안정하다고 어민들은 말한다. 문제점 보완이 시급한 이유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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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는 옛말이 있다. 이 말은 죽은 후에 약 짓는 방법을 적은 글을 받는다는 말로 '어떤 일에 시기를 놓쳐 낭패를 보게 된다'는 의미다. 이번 사고는 안타까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해경을 탓하기 전에 기상악화에도 배를 띄운 선장의 무리한 운항은 화를 자초한 첫 번째 요인이다. 아무리 비에 젖었을지라도 낚시객들이 기상이 악화된 상황에서 생명줄인 구명조끼조차 착용하지 않은 점은 바다에 대한 무지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배가 뒤집혀 V-PASS 신호가 끊긴 점은 해경의 출동을 더디게 했다.

해경이 조금만 섬세하게 대응을 했더라면 아까운 인명을 더 구할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크다. 해경은 첨단 시스템을 가지고도 활용하지 못한 점이 드러났다. 바로 V-PASS가 그 증거다.

돌고래호에 장착된 V-PASS는 7시 39분 이후 더 이상 신호를 보내지 못했다. 완방수시스템이 갖춰진 위성 수신기지만 배가 뒤집혀 수중에 잠기는 바람에 전파가 끊겼을 개연성이 크다.

선박입출항 자동시스템 역할을 하는 'V-PASS'는 지난 2012년 해경이 해양사고 시 신속한 대응체계 구축을 위해 어선에 보급한 '해양안전망'이다. 인공위성을 통해 선장이 자신의 해상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아울러 해경도 실시간으로 배의 위치를 파악해 즉각 대응이 가능한 쌍방향 감시시스템이다. 이 장비는 '모니터 단말기'와 '인공위성 수신기'로 구성돼 있다.

"해경이 무료로 달아줘 달고 다니지만 고장 잘 나"

 탈출시 거치대를 분리해 바다로 뛰어내리면 해경에 SOS신호가 가서 위치추적이 가능한 V-PASS 인공위성 수신기의 모습
 탈출시 거치대를 분리해 바다로 뛰어내리면 해경에 SOS신호가 가서 위치추적이 가능한 V-PASS 인공위성 수신기의 모습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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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하다. V-PASS는 30초 주기로 어선위치를 발신하고, 해경 상황실에서는 5분 이상 통신이 두절되면 알람 경보가 울리도록 돼 있다. 또 단말기는 자동입출항 외에 선박 침몰 등 비상시 자동 조난신호 발신(SOS) 기능까지 갖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해경은 4만여 척 어선에 V-PASS를 보급한 상태다.

V-PASS를 갖춘 모든 선박은 해경의 중앙통제시스템과 해경파출소로 연결되어 입출항이 관리된다. 해경이 왜 V-PASS를 통해 실종된 선박위치를 추적하지 못했는지 의문이다. 특히 돌고래호 같은 중형급 낚싯배는 주로 VHF(어업무선통신국)와 V-PASS(해경)를 동시 보유하고 있다. 즉 이중안전 장치가 있는 셈이다. VHF는 배가 침몰되어 전기가 끊기면 무용지물이나 V-PASS는 충전된 배터리가 내장되어 있어 탈출시 지니고만 있어도 계속적인 SOS신호가 전달되어 표류자의 위치파악이 가능하다.

해경이 V-PASS를 통해 어선의 사고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V-PASS 사업자였던 A씨에 따르면 "입출항을 마친 어선이 출항하면 계속적으로 V-PASS를 통해 전파가 전달되므로 배의 위치가 해경에 실시간 모니터링 된다"면서 "만약 신호가 끊기면 사고가 났다는 것을 해경이 판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위급한 상황에서 탈출 시 수신기를 지니고만 있어도 해경에 위치가 파악된다"면서 "신호가 끊긴 상황에서 해경이 승선원들에게 30분 동안 전화를 돌려 골든타임을 놓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일침을 놓았다.

하지만 V-PASS는 아직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어 보완이 요구된다. 박수현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7일 브리핑을 통해 "올 5월 현재 3000여 대의 V-Pass가 고장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지난달 27일 감사원이 발표한 바 있다"라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34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최첨단 V-PASS시스템을 구축해놓고도 해경이 시스템 상으로 사고인지를 못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꼬집은 바 있다.

낚시어선을 하는 B(55)씨는 "V-PASS는 인명구조용이라 탈출시 수신기를 바다로 가지고 뛰어내린다"면서 "해경이 무료로 달아줘서 달고 다니지만 고장이 잘 난다, 만약 우리 돈 주고 달았으면 난리가 났을 거다"라고 일러줬다.

이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7일 오후 제주해경에 전화 인터뷰를 요청했다. V-PASS 신호가 끊겼을 때 제주해경 상황실에 신호가 왔냐고 묻자 상황실 담당자는 "수색 진행상황을 웹하드에 올렸으니 참고하라"면서 "제주본부 언론 대변인실로 알아보라"며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이후 대변인실에 수차례 연결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넷통>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돌고래호#V-PASS#골든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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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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