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일이 넘었다. 고공 농성이 장기로 이어지고 있다. 노동자의 현실이 척박하다. 자본과 정권은 가면 갈수록 노동자의 목을 조른다. 우리가 너무 많이 밀렸다."대우조선해양 거제옥포조선소 N안벽 쪽에 있는 70m 높이 크레인에서 8일로 153일째 고공농성하고 있는 강병재 대우조선하청노동자조직위원회 의장이 한 말이다.
이날 오후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크레인이 보이는 '열성교' 쪽에서 '대우조선 크레인 고공투쟁 강병재 복직 확약서 이행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복직 확약 지켜라며 올라왔는데, 벌써 150일 넘어" 대우조선해양 사내 하청 업체에서 일했던 강병재 의장은 2007년 해고되었다가 '부당해고 판정'을 받아 2년만에 돌아왔지만, 그가 다녔던 하청 업체는 폐업하고 없어졌다.
그는 2011년 거제옥포조선소 송전탑에 올라가 88일간 고공 농성을 벌였고, '2012년 12월까지 사내 협력 업체에 복직한다'는 내용의 '복직 확약서'를 받아냈다. 그는 지난 4월 9일 '복직 확약서 이행'을 요구하며 다시 고공 농성에 들어갔다.
강병재 의장은 이날 집회 때 기자와의 통화에서 "2011년 88일 송전탑 농성 때 복직 확약서를 이행하라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다시 고공 농성을 해야 하는 현실에 피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서 김재명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은 "어느덧 150일이 넘었다. 아무리 길게 잡아도 한 달이면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다. 처음에 송전탑에 올라 89일 만에 복직 확약서를 쟁취했고, 확약서가 있으면 그 기간도 단축될 줄 알았다"며 "그러나 대우조선자본은 그 때보다 두 배가량인 150일이 지날 때까지 아무런 문제 해소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확약서마저 지키지 않는 것은 배신이고, 노동자로 취급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조금 있으면 추석이다. 노동자의 힘으로 땅을 밟고 추석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 덧붙였다.
신천섭 금속노조 경남지부장은 "노동자가 고공 농성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크레인에 올라간 이유는 대우조선자본이 합의서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비정규직과 정규직을 갈라놓고, 지금은 아버지와 아들을 가르는 게 노동시장 구조 개악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하는 투쟁이 될 때 노동자가 크레인에 오르는 일이 없어질 것이다. 추석 전까지 타결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자"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강병재 의장은 하청 업체 소속이었고 원청 업체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대우조선해양은 강 의장에 대해 퇴거명령불이행강제금(하루 30만 원)을 요청했다(
관련 기사 : "고공농성 요구는 안 듣고 이행강제금 집행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