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인사' 논란을 겪은 이석우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이 허위로 업무추진비 지출사유를 작성하고, 재단에서 모든 부서와 지역센터에 월 1건의 이사장 명의 언론 기고문을 제출하라고 지시해 구설수에 올랐다.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0일 배포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이석우 이사장은 지난 6월 12일과 19일 저녁 각각 서울 마포의 한 음식점과 강남의 한 호프 주점에서 각각 46만여 원과 42만여 원을 지출한 뒤 지출 사유를 각각 '인력운영계획 논의'와 '재단비전 선포식 논의'라고 보고했다. 최 의원을 이를 "업무추진비 지출사유 허위 기재"라고 지적했다.
업무추진비 지출사유를 이렇게 허위로 기재한 흔적은 더 있다. 지난 6월 4일 저녁에는 서울 종로의 한 음직점에서 15만여 원을 쓴 뒤 '교육실적 점검회의'를 했다고 했고, 6월 18일에는 한 호텔에서 이기주 방송통신위 상임위원과 조찬을 먹는 데 8만여 원을 썼지만, '모니터 실무자 회의'를 했다고 기재했다. 그밖에도 혼자서 커피를 마시고 중식집에서 저녁을 먹는 데 업무추진비를 써놓고도 '신입직원 교육 프로그램 검토 회의'나 '서울센터 정회원교육 운영계획 논의 회의'를 했다고 품의서를 작성했다.
더 황당한 것은 국정감사 자료로 제출한 '업무추진비 사용목록'에는 품의서와 전혀 다른 지출 사유가 적혀 있다는 점이다. 6월 4일 저녁 종로 음식점 사용은 '방송인 간담회'로, 6월 12일 저녁 마포 음식점 사용은 '학계 유관단체 간담회'로, 6월 19일 강남 호프 주점 사용은 '언론인 간담회'로 지출 사유가 바뀌어 있었다. 최 의원의 분석에 따르면, '업무추진비 사용목록'의 절반 이상이 이렇게 품의서와는 다른 지출사유가 적혀 있었다.
최민희 의원은 "신생기관의 기관장이 방송발전기금으로 지원되는 재단 운영비를 이토록 쌈짓돈 쓰듯 마음대로 쓰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방송통신위는 이석우 이사장이 업무추진비를 거짓으로 쓴 게 밝혀진 만큼 시청자재단의 업무추진비 전반을 감사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석우 이사장은 취임한 이후 2개월 동안 총 640만 원의 업무추진비를 썼다. 하지만 이사장에게 지원되는 업무추진비의 월 한도액은 150만 원으로, 640만 원은 월 한도액을 두 배 이상 넘어선 금액이다. 이와 관련해 시청자미디어재단은 "업무추진비 월 한도액이 250만 원으로 올랐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업무추진비 월 한도액 인상 근거와 관련 자료는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있다.
"월 1회 이상 기관장 명의 언론기고문 작성해 제출하라"또 시청자미디어재단은 지난 8월 3일 '재단 홍보계획 수립을 위한 담당자 회의'를 열고 "사업 및 이슈를 발굴하여 월 1회 이상 기관장 명의의 기고문을 작성해 제출할 것"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각 부서(5개)와 지역센터(5개)에 이석우 이사장 명의의 언론 기고문을 대필해서 제출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최민희 의원은 "홍보부서도 아닌 사업부서들과 각 지역조직들에까지 월 1회씩 기관장 명의의 언론 기고문을 작성하라는 것은 다른 기관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황당한 일이다"라며 "전문성이 없는 낙하산으로 비판받는 이석우 이사장의 홍보에 전체 조직을 동원하는 것은 재단을 이사장 1인을 위한 조직으로 취급하지 않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이석우 이사장은 이경재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비서관이었던 홍아무개씨를 8월 말 '시청자재단 전문위원'(상근)으로 위촉했다. 전문위원은 재단에 존재하지 않는 직제였으나 홍씨를 전문위원으로 위촉하기 이틀 전 '전문위원 및 연구위원 운영규칙'을 제정했다.
최민희 의원은 "홍아무개 전문위원은 시청자재단의 업무상 필요한 전문분야의 업무나 조사를 하기보다는 이석우 이사장을 위한 정무적 조언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라며 "사실상 직제에도 없는 '이사장 보좌관'을 채용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석우 이사장은 <연합통신>과 <세계일보> 기자, 평화방송 취재총괄부장과 보도국장을 지낸 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해 3월과 8월 각각 국무총리실 공보실장과 비서실장에 발탁됐다. 그는 지난 2013년 5월 JTBC <임백천 임유선의 뉴스콘서트>에 출연해 "노 전 대통령을 종북이라고 보는 사람이 일부 있지, 저도 종북이라고 보지는 않는데, 결과적으로는 종북이 될 수도 있다"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시청자미디어재단은 지난해 5월 방송법 개정에 따라 시청자미디어센터를 독립법인화한 기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