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아래 중앙선관위)가 내년 총선 때 사전투표함 전용 CCTV 설치 여부를 두고 '검토 중'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관련 법령과 규칙에 근거가 없고 예산 편성도 안 돼 있는 상태라 현재로서는 사실상 설치가 불투명한 상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사전투표함 관리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전용 CCTV 영상이 없다면 선거 이후 사전투표함에 대한 선관위의 안전한 관리를 검증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열린 국회 안정행정위원회에서 노웅래 의원(새정치민주연합, 서울 마포갑)은 4.29 재보궐 선거에서 선관위가 사전투표함 CCTV를 부실하게 관리했음을 지적했다. 노웅래 의원실이 중앙선관위로부터 받은 자료에 의하면 4.29 재보궐 선거 당시에 사전투표함 녹화 영상이 온전히 보관된 선거구는 광주 서구을 한 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세 곳의 선거구(서울 관악을, 인천 서구 강화을, 경기 성남 중원)에 설치된 CCTV는 '조작 미숙 및 저장용량 부족' 등의 이유로 기기가 작동하지 않았거나, 영상의 일부 혹은 전부가 삭제됐다.
노 의원의 지적에 대해 중앙선관위 김용희 사무총장은 "굉장히 가슴 아픈 일"이라면서 "당시 CCTV 녹화를 법, 규칙 또는 편람에 의해 한 게 아니고 보다 더 국민들한테 투명하게 보여주고자 자발적으로 설치했는데 처음하다 보니 미숙해 이런 일이 발생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노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사전투표함 보관 장소에 CCTV 설치, 녹화 보존되도록 할 것인지" 추가 질문했다. 이에 김 사무총장은 "그 부분은 좀 더 고려해보겠다, 오히려 방금 이런 것처럼 (CCTV 설치가) 국민들에게 혼선과 오해를 일으키는데 지금 현행 법제에서도 굉장히 철저하게 하고 있다"라면서 "추가로 CCTV를 설치하는 것은 더 검토해보겠다"라고 답했다.
사전투표는 2014년 6·4 지방선거 때 처음 도입됐다. 사전투표는 사정상 본 투표일에 투표하기 힘든 유권자들을 위해 본 투표일보다 4~5일 앞서 이틀간 실시하는 제도다. 사전투표가 끝나면 선관위는 투표함을 봉인해 본 투표의 개표 때까지 맡아 보관한다.
이에 따라 '이 기간 동안 선관위가 사전투표함을 안전하게 보관했는지 검증하려면 전용 CCTV 설치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중앙선관위는 사전투표함을 봉인 스티커로 봉인한 뒤 그 위에 투표관리관과 참관인이 사인하고 경비업체와 경찰이 감시하기에 굳이 CCTV를 추가로 설치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중앙선관위의 이런 입장에 '각 시·군·구 위원회가 사전투표의 투표용지 발급기와 봉인스티커를 갖고 있기에 선관위 직원이 몰래 투표수를 증감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긴 힘들다'라는 지적이 있었다.
이런 문제점을 알기에 중앙선관위도 4.29 재보선에서 사전투표함 전용 CCTV를 시범적으로 설치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4.29 재보선 사전투표함 CCTV의 부실한 관리를 지적받자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이 미비한 관련 법령 등을 이유로 CCTV 설치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모양새다.
중앙선관위 사전투표함 담당자도 지난 1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내년 예산에 사전투표함 전용 CCTV 설치를 위한 예산 편성이 안 됐다"라면서 "설치 여부에 대해서는 내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웅래 의원은 "사전투표 이후 각 시·군·구 위원회가 보관하는 사전투표함의 보안, 안전성의 훼손이 우려된다"라면서 "앞으로 있을 선거에서는 사전투표함의 CCTV 녹화 의무화를 위한 입법을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Newsjpress.wordpress.com)에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