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517일째인 14일 오전 9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참사 관련 진상규명 조사 신청 접수가 시작됐다. 4·16 가족협의회 소속 유족들은 "500일 넘게 이날만을 진심으로 기다렸다"며 기자회견을 통해 무분별한 선박 규제 완화의 이유, 참사 당시 세월호 불법 출항 배경, 인명 구조 방기 등 초기 대응 미비 등에 대한 진상조사를 신청했다.
이날 유족 박종대씨(단원고 2학년 4반 고 박수현군의 아버지)는 416 가족협의회와는 별도로 사건을 신청했다. 그가 14일까지 우편·메일을 통해 신청한 사건은 총 6건. 내용은 ▲국가정보원의 RCS(Remote Control System) 통한 유족 해킹 여부 ▲초기 수사 당시 국정원의 가이드라인 제시 여부 ▲해경의 초기 수색·구조 실패와 관련한 내부 은폐 의혹 등이다.
박씨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진도 팽목항에 있을 때 자꾸 제 휴대전화 끊기고 다운되곤 했다"며 "국정원 측이 최근 문제가 됐던 해킹프로그램 RCS(해킹 소프트웨어)를 유족 상대로 사용하지 않았는지 가려달라고 신청했다"고 말했다. "여러 정황으로 볼 때 국정원이 유족들에게 RCS를 무차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 7월 14일, 국정원 측은 "2012년 1월과 7월 20명분의 RCS((Remote Control System·해킹 소프트웨어)를 구매했다"고 인정한 바 있다. 해당 소프트웨어에 감염되면 문서파일과 이메일 등은 물론 패스워드와 사진, 위치정보, 통화내용까지 전송될 수 있다(관련 기사:
국정원 스마트폰 해킹 시도 '최소' 195건).
박씨는 이어 "유가족의 증거 수집행위가 범죄행위도 아닌데, 국가기관이 개입해 이를 고의로 방해하고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런 부분에 대해 명확한 진상규명을 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해 다시는 같은 피해가 없도록 조치를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씨는 또 초기 수사 진행과정에 있어 국정원이 개입해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적이 없는지도 조사해달라고 신청했다.
"500일 넘게 이날만 기다려, 특조위 분들 밤새워서라도 진실 밝혀주길""기자분들 한 시간 넘게 기다리느라 지치셨죠, 저희는 500일 넘게 이날만 기다렸습니다. (…) 가족들이 모은 자료는 모두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에 넘길 테니, 대신 특조위 관계자들은 밤을 새워서라도 사건 신청한 내용의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혀주길 바랍니다."
14일 오후 3시 유족 등 피해자 10여 명도 서울 중구 특조위 대회의실에서 진상조사 신청 접수 기자회견을 했다. 라면 상자 다섯 개 분량의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관련 자료를 앞에 쌓아두고, 조사 신청 기자회견을 하는 유가족 장훈(단원고 장준형군 아버지·416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분과장)씨의 목소리가 낮게 떨렸다.
이들 뒤로는 '우리는 끝까지 지켜보겠습니다'란 글씨가 쓰인 노란 현수막이 붙었다. 원래 이날 2시께 예정됐던 기자회견은 장소를 놓고 특조위 측과 갈등을 빚다 결국 3시에야 시작됐다.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고 전찬호군 아버지)은 "장소 사용을 이미 논의했으나, 오늘(14일) 오전 특조위 내 파견 공무원들이 의견을 바꿔 장소 사용을 거부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유족들은 이날 ▲세월호 참사를 낳은 무분별한 규제완화 ▲세월호의 이상한 출항 배경 ▲초기 구조를 방기한 현장 출동자의 책임 ▲구조를 방해한 전원구조 오보 과정과 책임자 ▲피해자들을 재차 상처 입힌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 등 일부 사항과 관련해 조사 신청을 했다. 유족들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진상규명 조사신청을 할 예정이다.
개수로는 21건 사건이며, 관련 자료에는 세월호 선체 내부 촬영 영상 등도 담겨있다. 장훈 가족협의회 진상규명 분과장은 "특조위 측에 건넨 전자자료만 3테라(terabyte, 약 3071GB)"라며 "세월호 침몰 원인이 급변침이라고 알려졌지만, 세월호 국내 도입 초기 때 사진을 보면 좌우 급변침이 자유로워 이를 침몰 원인으로만 보는 것은 어렵다"고 짚었다.
유족들은 기자회견을 마무리하며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안전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걸음을 더는 늦출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들은 "조사신청 후 지켜만 보지는 않겠다, 이 신청이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어떻게 조사되는지에 대해 특조위의 일거수일투족을 철저히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시작된 세월호 특조위 진상규명 조사 신청 접수는 내년 3월 11일까지 진행된다. 신청 자격은 4·16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피해자 및 피해자 관련 단체다. 특조위는 신청 접수일 후 60일 이내에 조사 여부를 결정한 뒤, 본조사에 들어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