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 시내버스의 경영난과 요금 인상이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시내버스 대표들이 직접 나서 경영난을 호소했지만, 그동안의 과정을 살핀 시민사회는 '준법 경영'과 '상식 경영'을 요구했다.
지난 15일(화) 전주 시내버스 대표들은 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손실 보전금 전액 보상과 요금 즉각 인상을 요구했다. 최근 민주노총 노조와의 교섭 과정에서 대리인(노무사)을 대신 내보내 논란이 되고 있는 사측 대표들의 요구는 즉시 파장을 일으켰다.
정의당 전북도당은 이례적으로 15일 반박 성명을 발표하며 시내버스 대표들의 요구를 비판했다. 정의당 전북도당은 "회계의 투명성과 대시민 서비스 방안 대책은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버스는 공공재이니 처음부터 끝까지 보조금을 올려주라는 주장은 돈 타령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전북본부, 정의당 전북도당 등이 모여 만든 '공영제 운동본부'는 16일(수) 전날 버스 대표들이 발표한 자리에서 반박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영제 운동본부는 "시내버스라는 공공재를 운영하는 사업주로서 사명감, 책임감을 찾아볼 수 없었던 기자회견"이라며 전날 기자회견을 평가했다.
시내버스 경영난 호소에 시민사회 "경영 자질 없다"15일 기자회견에서 시내버스 대표들은 경영악화의 이유로 지나친 적자 노선 운행을 들었다. 적자 노선을 운행하고 있음에도 전주시가 손실 보전을 100%가 아닌 85% 수준만 한다는 것이 요지였다.
대표들의 주장에 따르면, 전주시 121개 노선 중 흑자노선은 단 3곳. 대표들은 전주시가 적자 금액을 보전해주겠다는 것 때문에 적자노선을 강제로 운행하고 있는데, 85% 수준만 보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심부름을 시켰으면 수고비는 놔두고라도, 최소한 차비는 주어야 되지 않나"라는 완곡한 표현까지 사용했다.
그리고 손실을 전액 보전하는 방식의 준공영제를 실시를 촉구했다.
이런 대표들의 주장에 대해 공영제 운동본부와 정의당 전북도당은 "경영자질이 없는 사람들이 사업주로 등극했기에 갖가지 부끄러운 오명을 쓰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먼저 회계 투명성 등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적자 재정지원 100% 보전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공영제 운동본부는 "보조금 인상 전에 준법·상식 경영이 먼저"라며 "회계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조금 인상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 봄, 84일간 일부 전주시내버스 운행의 차질이 빚어진 바 있었다. 당시 운행 차질은 민주노총의 파업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법원은 사측의 위법적 직장폐쇄가 원인이라는 내용의 판결을 내렸다.
업계의 책임이 큰 당시 직장폐쇄로 회사는 약 28여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 그러나 이 손실은 이듬해 가을 전주시가 85%를 보조금으로 보전하면서 어느 정도 메꿀 수 있었다. 당시 수 십억에 달하는 보조금 지원을 결정하는 시내버스 재정 지원을 위한 심의위원회에 회사는 1페이지 분량의 경영 개선 지원안을 제출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공영제 운동본부는 "전주시의 버스 보조금은 타 광영지자체와도 비슷한 수준이다"면서 "막대한 보조금이 지급되는데도 적자가 발생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경영능력 부족 때문"이라고 밝혔다. 본부는 그 예로 2012년 청주시와 전주시의 운송수입을 비교했다. 전주와 비슷한 규모의 청주 시내버스회사들의 1년 운송수입은 583억. 전주시의 453억에 비해 무려 130억이나 많았다.
강문식 공영제 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전주 시내버스의 열악한 경영을 타파하고자 하는 자구 노력이 없는 상황에서 경영진이 질 낮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정의당 전북도당도 "전주시가 손실분의 85% 수준을 지원하는 이유는 민간기업인 버스회사가 손실분의 책임을 보조금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가 책임지고 경영효율화 등의 노력을 해야한다는 의미다"며 "100% 재정 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2010년 파업 이후 전혀 달라지지 않는 문제점을 그대로 안고 가겠다는 것과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버스업계가 주장하는 준공영제가 경영개선과 서비스 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두 단체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정의당 전북도당은 "지난 11일 시민의 버스위원회 운영분과에서 시내 버스회사의 회계 투명성을 강제하기 위해 ERP시스템(투명한 회계 처리를 위한 전자시스템) 도입에 대한 논의가 예정되었다. 그러나 한 버스회사 사장이 시스템 도입 반대를 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전주 시내버스 대표들이 투명성을 담보하여 경영개선을 이뤄낼 의지가 없다고 풀이한 것이다.
"요금 인상? 준법, 상식 경영이 먼저"전주 시내버스 대표들의 즉각 요금 인상 요구에 대해서도 두 단체는 비슷한 입장을 내놨다.
정의당 전북도당은 "먼저 시민을 향한 서비스 방안을 제안하고 요금인상을 요구해야 한다"며 요금인상 논의는 성급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창석 민주노총 전북본부 사무처장은 "요금 인상과 보조금 증액 모두 결국 시민 부담으로 돌아가는 것이다"면서 "(회사 대표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버스회사 대표들의 요구가 사회적 공론화를 거쳐 실현되기 위해서는 시내버스 회사들이 변화해야 한다는 점을 두 단체는 지적했다.
한편, 공영제 운동본부는 전날 전주 시내버스 대표들이 자신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비판에 대해서 입장을 내놨다. 전주 시내버스 대표들은 15일 "특정 성향의 정당·시민단체로부터 고발을 당해왔다"며 "시내버스 고발 등에 관여하는 시민과 단체, 정당들은 거의 특정 성향의 집단에서 함께하는 이들이다. 그들이 진짜 시민을 대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공영제 운동본부는 "그동안 우리가 지적한 내용은 모두 사실로 밝혀졌다"면서 "특정 성향을 언급하는 것은 전형적인 물타기로 상식과 준법 경영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주 시내버스 업체들은 저상버스 보조금 유용과 안전 부품을 제거한 채 운행하다 적발되는 등 도덕성과 신뢰성에 금이 가는 일들을 벌여 지탄을 받은 바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인터넷대안언론 참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