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취업 청탁'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 중이다.
최 부총리의 지역구 사무실 인턴을 지낸 황아무개씨가 지난 2013년 중소기업진흥공단 신입사원 채용에서 낮은 점수를 받고도 채용됐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최 부총리의 운전기사 출신인 구아무개씨도 2009년 같은 곳에 채용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 중 황씨 부당 채용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도 착수됐다.
17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구씨는 앞서 부당 채용 의혹이 불거졌던 황씨와 같은 중소기업진흥공단 대구경북연수원에서 일하고 있다. 이곳은 최 부총리의 지역구인 경북 경산에 위치하고 있다. 17대 국회 당시 최 부총리의 운전기사로 일한 구씨는 2008년 8월 이곳의 시설관리 용역직원으로 처음 채용됐다. 그러나 1년 뒤인 2009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 채용됐고 현재 시설·청소·경비 용역업체 관리 등 연수원의 시설관리를 맡는 정규직으로 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한겨레>는 "공공기관에서 청소·경비·시설관리 용역노동자가 정규직이 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익명의 공단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공단 안에 용역직원이 많은데 그런 경우(정규직 전환)는 한번도 보지 못했다"라며 "이 때문에 공단 안에서는 '최경환의 힘'이란 소문이 파다했다"라고 밝혔다.
'국감 국민분노 1위' 선정한 새정치연합 "수많은 구직자 좌절시켜"당사자들은 이 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구씨는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지역 출신이란 점이 유리하게 작용돼 공단 시설관리 용역업체에 들어갔고 윗사람이 좋게 봤는지 무기계약직을 거쳐 정규직이 됐다"라며 "채용 청탁은 전혀 없었다"라고 밝혔다. 공단 쪽도 '구씨의 성실함 덕에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최 부총리는 이날 '국회의원 최경환의 입장'이란 보도자료를 통해 "속된 말로 국회의원 '빽'을 썼으면 소규모 외주 용역회사 직원으로밖에 못 보냈겠느냐"라며 취업 청탁 의혹을 강하게 반박했다.
최 부총리는 구씨의 이례적인 정규직 전환에 대해선 "참여정부 이후 공공기관에서 정규직을 채용할 때는 비정규직을 우선 채용토록 하는 정책을 시행해 왔으며 이로 인해 수만 명이 혜택을 받아 온 것으로 안다"라면서 "계약직의 경우, 결원이 생겨 신규 직원을 공모할 때 외주 용역업체 직원이 응모해 채용되는 사례도 종종 있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또 "본인의 노력으로 새로운 회사에 들어가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을 과거 최경환 곁에서 일했다는 사실 때문에 특혜를 입은 사람처럼 비춰지게 하는 것은 정도를 벗어난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은 구속수사 필요성까지 거론하면서 최 부총리를 압박하고 있다. 당 정책위는 이날 발표한 '국감 국민분노 10선'의 가장 첫 머리에 최 부총리의 '채용 청탁' 의혹을 선정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이날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최 부총리의 배경을 앞세운 탈법은 수많은 구직자를 좌절하게 하는 것이다. 반드시 종합국감에 출석해서 인사 압력 의혹을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임내현 의원은 황씨 부당 채용 의혹과 관련, "여러 차례에 걸쳐 전자문서를 조작해 부당채용을 한 것은 형사상 확실한 범죄 혐의"라며 "그 질로 봐서 모두 구속수사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