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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세종시 불티교 인근에서 죽어서 발견된 토종자라
11일 세종시 불티교 인근에서 죽어서 발견된 토종자라 ⓒ 김종술

"큰빗이끼벌레에 대한 연구 및 기사 작성을 위해 백제보와 공산성을 비롯하여 <오마이뉴스>를 통해 알려진 서식지를 가보았지만 아무리 뒤져도 찾기 어렵습니다. 이끼벌레 좀 찾아 주세요."

이 정도는 애교스럽다. 최근 3,4일에 한번은 '큰빗이끼벌레'(아래 이끼벌레)를 찾아 달라는 쪽지, 문자, 전화가 날아온다. 학교 숙제를 해야 한다며 '4대강 사업 이후 강의 수질변화와 녹조발생에 따른 생태계 변화'를 물어오는 학생들의 목소리에는 진정성이 담겨있다. 전화 인터뷰를 당하느라 1,2시간을 빼앗기면서 아는 만큼 알려준다.

너무 뻣뻣해진 거 아닌가요?

 국민성금으로 구입한 투명카약을 타고 들어간 충남 공주시 정안천 합수부에서 이끼벌레를 확인할 수 있었다.
국민성금으로 구입한 투명카약을 타고 들어간 충남 공주시 정안천 합수부에서 이끼벌레를 확인할 수 있었다. ⓒ 김종술

그런데 황당한 때도 많다. 이런 경우다.  

"방송에 몇 번 나오더니 사람이 뻣뻣해진 것 아니에요?"
"무슨 말씀이세요?"
"이끼벌레 좀 찾아 달라는데 그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혼자서 이끼벌레나 많이 드쇼!"

안하무인, 막무가내로 조르는 사람부터 거칠고 험한 협박에 가까운 폭언까지 쏘아 붙인다. 지난 6월 4대강 탐사보도 '금강에 살어리랏다' 취재를 끝냈다. 이후 수자원공사가 이끼벌레를 수거하고 장맛비가 내린 직후 금강에서는 이끼벌레가 종적을 감췄다.

지난해는 장마 직후 되살아났다. 11월까지 어렵지 않게 이끼벌레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하루 종일 물속을 들락거려야 고작 손가락 크기 한두 마리 정도다. 그나마 보지 못한 날이 더 많다.

"이렇게 이끼벌레가 많이 번성하다가 갑자기 안 보이면 수질이 3급수 이하로 떨어졌다고 보시면 됩니다."

지난해 국내 유일 태형동물 전공자인 우석대 서지은 교수의 얘기가 떠올랐다. 당시에는 건성으로 들었는데 설마 4대강 사업 3년 만에, 수질이 이렇게 썩었단 말인가? 지난 6월 금강탐사가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당시 보트를 타고 금강 중앙에서 퍼올린 개흙 속에서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 유충이 발견됐다. 유속이 느리고 유기물이 퇴적된 곳이나 하수구, 시궁창에서 발견되는 이종은 수중생태계 최하등급인 4등급으로 분류되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었다.

금강 본류에 이끼벌레가 없다?

 국민성금으로 구입한 투명카약을 타고 들어간 충남 공주시 쌍신공원 버드나무 군락지는 4대강 사업 이후 나무들이 고사해 버렸다.
국민성금으로 구입한 투명카약을 타고 들어간 충남 공주시 쌍신공원 버드나무 군락지는 4대강 사업 이후 나무들이 고사해 버렸다. ⓒ 김종술

마음이 아팠다. 그동안 접근이 불가능한 곳을 돌아보기로 했다. 얼마 전에 국민들이 모아준 성금으로 구입한 투명카약을 타고 충남 공주시 백제 큰다리를 출발해 본류 가장자리를 이잡듯이 뒤졌다. 절벽부터 수몰나무 포인트까지 샅샅이 훑었지만 녹조로 탁한 물속에서 죽은 물고기만 몇 마리 발견했다.

뱃머리를 돌려 맑은 물이 유입되는 지류를 파고들었다. 정안천 합수부, 이곳은 지난 탐사에서 무등산 수박 크기의 이끼벌레가 버드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던 곳이다. 예상은 적중했다. 수몰나무와 수몰갈대, 석축 부근에서 이끼벌레가 자라고 있었다. 

성인 주먹크기부터 고구마, 무, 멜론을 닮은 이끼벌레를 발견했다. 투명카약을 타고 천천히 가장자리를 돌아본 결과, 이끼벌레 밭이었다. 수심 4m인 이곳 또한 본류에서 녹조가 밀려들어 탁하다. 바닥층에도 이끼벌레가 서식하기 때문에 그 수량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안타까운 장면도 목격했다. 천연기념물 제327호 원앙새로 추정되는 사체도 발견했다.

지금 이끼벌레가 발견되는 장소는 정안천를 비롯해 금강 본류로 맑은 물이 유입되는 지류지천이다. 또 세종보 상류 3km 위인 금강 상류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서지은 교수의 말을 빌리자면 지류지천과 금강 상류에서만 이끼벌레가 발견되고 있다는 것은 4대강 준공이후 3년 만에 수질이 4급수로 곤두박질 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영광'... 하지만

지난해 '김종술, 금강에 산다' 연재를 시작하고 지난 5월 '금강 변에 쇠말뚝 박고 자물통 채운 까닭' 이후 기사를 쓰지 못했다. 특별취재단을 꾸려 '금강에 살어리랏다', '투명카약-낙동에 살어리랏다'를 위해 4대강 탐사보도를 하느라 시간이 없었다. 

4대강에 놀러오라는 이명박 전 대통령 말처럼 낙동강에 투명카약을 띄웠다. 훤히 비추는 바닥은 온통 녹색이었다. 하얀 옷을 강물에 던져 녹조 염색도 해보고 녹조 곤죽에 뛰어들어 수영도 해봤다. 벌겋게 달아오르며 가려움 때문에 씻고 또 씻으면서 내 손은 여든 노인의 손처럼 주름지고 거칠어지고 있다. 

거기에 EBS 하나뿐인 지구팀과 '금강에 가보셨나요'에 출연하는 영광도 안았다. 틈틈이 금강에 찾는 학생들과 방송사, 기자들을 이끌고 녹조를 만지고 강물에 뛰어들면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느라 정신없는 나날이었다. 또 한겨레21 표지에도 투명카약을 탄 '초록눈물'이 실렸다.

이 모두가 이 전 대통령이 준 훈장 같지 않은 '훈장'이다. 그러나 금강 본류에서 사라진 이끼벌레를 찾아내라고 때 쓰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4대강을 살리겠다는 이명박의 주장이 실현된 게 아니라 이끼벌레조차 살지 못하는 금강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금강은 해마다 온몸으로 말하고 있다. 물고기 떼죽음, 공산성 붕괴, 이끼벌레, 깔따구와 실지렁이... 내년엔 어떤 '괴물'이 금강에 나타날까? 두렵다.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어온다. 가을바람을 타고 강변도 물들이고 있다. 키 높이까지 자란 수풀을 헤치고 오늘도 강바람과 맞서며 4대강 수문을 밀어본다.




○ 편집ㅣ장지혜 기자



#4대강 사업#큰빗이끼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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