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 도입·일반해고 요건 명확화 등을 골자로 한 노사정위원회 합의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사실상 '유보'였다. 18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 따르면, 노사정 합의를 '잘한 일'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35%였고 '잘못한 일'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20%였다. 나머지 45%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무엇보다 '잘한 일'이라고 평가한 응답자들도 합의 세부사항보다 '타결'이라는 결과물에 보다 점수를 줬다. 노사정 합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타협·합의/서로 양보'를 꼽은 응답자는 전체의 36%였다. '청년 등 일자리 확보 기대(11%)', '임금피크제(5%)', '일반해고 조건 완화' 등 합의 세부사항을 꼽은 응답보다 25%p~32%p 가량 높은 수치였다. 즉, 아직까지 노사정 합의의 구체적인 내용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번 노사정 합의 중 '일반해고 요건 명확화'에 대한 조사에서도 이 같은 상황은 그대로 투영됐다.
한국갤럽이 저성과자와 근무태도 불량자에 대한 일반해고 요건 명확화에 대한 찬반을 물은 결과, 응답자의 71%가 찬성을 택했다. 사실상 국민 10명 중 7명이 찬성을 택한 것이다. 이는 반대를 택한 응답자(18%)도 압도했다. 그러나 '일반해고 요건 명확화'에 따라 정규직에 대한 '쉬운 해고'도 가능해질 것이란 관측을 반영한 질문에서는 찬성 비율이 급격히 줄었다.
한국갤럽이 "정규직 해고를 현재보다 쉽게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물은 결과, "기업이 유연하게 고용할 수 있어야 일자리가 늘어나므로 찬성"을 택한 응답자는 전체의 46%였고 "좋은 일자리마저도 나쁘게 만들 수 있어 반대"를 택한 응답자는 전체의 41%였다.
'쉬운 해고' 동의한 응답자 대부분 임금노동자 아냐... 비정규직도 우려찬반을 택한 응답자 특성도 눈에 띄었다. 50대 이상, 새누리당 지지층, 자영업 종사자, 주부, 무직·은퇴자 사이에서는 찬성 비율이 높았다. 40대 이하·새정치민주연합 지지층, 학생, 화이트칼라 등에서는 반대 비율이 높았다.
즉 '당사자'인 임금노동자 편에서 반대가 우세한 셈이다. 여기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의견 차도 거의 없었다. 정규직 종사자 응답자들은 당연히 반대 의견(56%)이 찬성 의견(35%)보다 높았다. 그러나 비정규직 종사자 응답자 역시 반대 의견(49%)이 찬성 의견(43%)보다 소폭 높았다.
이에 대해 한국갤럽은 "현재 비정규직 종사자 다수가 정규직 전환을 바라는 입장임을 감안할 때, 당장의 고용 기회 확대 못지 않게 정규직의 고용 안정성 역시 중요하게 본 듯하다"라면서 "정규직 해고 조건 완화가 불안한 비정규직을 더 불안한 상황으로 내몰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표출로도 읽힌다"라고 분석했다.
일정 연령이 되면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정년을 보장하는 임금피크제에 대해서는 '청년 일자리 문제'로 이를 주장한 정부의 입장에 동의하는 의견이 더 많았다.
이번 조사의 응답자 중 70%가 임금피크제에 찬성했고 응답자의 20%는 반대 의견을 밝혔다. "정부의 노동 정책과 관련해 정년을 연장하는 것과 청년 일자리를 확대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느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도 '청년 일자리 확대'에 크게 쏠렸다. '청년 일자리 확대'를 택한 응답자는 전체의 73%였고 '정년 연장'을 택한 응답자는 15%였다. '모름/응답거절'로 답변을 유보한 이는 전체의 11%였다.
한편, 이번 조사는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원 인터뷰를 한 것이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