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3일. 10시간의 진통을 견디고 자연 분만으로 세상에 태어난 아이 성민이가 어느덧 100일의 영아가 되었습니다. 100일이란 시간 동안 저와 아내의 삶은 모조리 바뀌었습니다. 밤마다 뒤척이고 깨는 것은 일상다반사가 되었습니다.
중간에 저는 회사일로 긴 시간 해외 출장을 가야했습니다. 그 긴 시간동안 홀로 아이와 육아를 담당한 아내에게 미안함과 감사한 마음을 동시에 전할 수 밖에 없단 것을 이제 압니다. 육아는 정말이지 힘든 일이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카카오톡을 안하는 사람이 없는가 봅니다. 카카오톡 신생아 어머니 계 모임이 열려 초보 엄마들은 저마다 아이들의 사진과 성장 발육과 도움이 되는 정보를 공유하기 바쁩니다. 그래도 다행입니다. 그렇게라도 서로 나눌 수 있는 대화 상대가 있고 공감대가 형성되는 그룹이 있단 것이 참 고맙습니다.
아내는 지난 100일동안 유별난 우리의 성민 군의 잠 투정과 야간 수유 필수 요구 사항으로 4시간 이상을 연달아 자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도 힘든 내색 한 번 하지 않고, 손목에 물혹이 날 정도로 아이를 안고 수유를 하고 늘 부족한 수면에도 출근길 남편에게 웃어보입니다.
"잘 다녀와요." 차 안 보이는 곳에 아이와 아내의 사진이 올라갔고, 운전을 할때도 조심스럽습니다. 어느덧 차의 뒷 유리창에는 "아이가 타고 있어요" 스티커가 붙었고 저는 어느덧 한 아이의 아빠라는 사실이 익숙해져갑니다.
성민이는 그간 제법 많이 자랐습니다. 3.2킬로그램으로 태어나 100% 체중 신장을 했습니다. 6킬로그램이 넘었습니다. 먹고 자고 싸느라 바쁜 한 때를 보냈습니다. 덩달아 아내도 먹이고 재우고 기저귀 가느라 더 바쁜 매일을 보내야 했습니다. 한동안 사리분별을 못하던 눈이 이제 제법 초점을 맞추고, 방긋 웃습니다. 그 순간 힘들던 모든 순간이 눈 녹듯이 사라진다는 것은 아기를 키우는 모든 부모의 공통분모일 것입니다.
신기한 마법이 일어나나 봅니다. 나름의 알아듣지 못할 소리도 내고 의사소통을 하려고 노력하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가슴이 찡해옵니다. 저 녀석이 첫 말로 내뱉을 말이 엄마겠지만 그래도 아빠의 마음은 행복합니다. 아빠라는 말을 들을 날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으니까요.
100일동안 우리 부부는 제법 힘든 시간을 많이 보냈습니다. 더군다나 지난 메르스 파동으로 신생아를 출산한 아빠, 엄마들은 아주 힘든 시기를 보내야만 했습니다. 병원에 갈 때도 외출을 할 때도 늘 불안에 떨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씩 압니다. 세상에는 메르스 보다 더한 어려움과 더한 불안이 존재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밤에 잠을 잘 자지 않는 것도, 잠 투정에 온 얼굴을 새파랗게 찡그리며 우는 아이의 모습도 감사하고 사랑스럽습니다. 이것이 부모가 되어가는 마음인가봅니다.
아이를 처음 집에 데려와서 참 유난히도 걱정이 많았습니다. 첫 아이여서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사히 3자리수 100일을 맞아준 성민이에게 그리고 고생한 아내에게도 감사한 마음이 피어오릅니다. 여러모로, 아이의 출산은 가족의 재탄생을 의미하나 봅니다.
이제 우리 앞에는 아이의 돌 행사라는 큰 행사가 다가 오고 있습니다. 1년 후 아이는 어떤 모습일까요? 그리고 또한 궁금해집니다. 1년 후 나는 어떤 아빠의 모습일지. 그 모습이 아이에게 편안한 미소와 아늑함을 줄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덧붙이는 글 | 100일의 기적이란 말이 있습니다. 100일을 기해 아이에게 일어나는 수유습관 수면 습관의 변화를 총칭하는 말입니다. 분명 100일을 기해 아이에게 변화가 일어납니다. 잠을 예민하게 자던 아이도 잠을 좀 더 길게 편안하게 자고, 수유의 습관도 변합니다. 아이의 순간은 평생 다시 오지 않을 소중한 순간이라고 합니다. 힘들면 힘든대로 그렇지 않으면 그렇지 않은대로 세상의 모든 부모가 아이를 첫 만날때의 그 초심으로 행복한 육아가 되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