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병기', 언뜻 보기엔 사자성어처럼 읽히지만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이자 사회적 화두로 부상하고 있는 현안입니다. 우리나라 말은 70% 정도가 한자로 구성돼 있거나 한자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함에도 한자를 쓰고 읽을 줄 몰라도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은 없습니다. 우리 말 만으로도 의사소통이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렇다고 한자를 배울 필요가 없다는 건 아닙니다. 배워 알고 있으면 우리말을 이해하고 뜻을 헤아리는 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한자는 참 어렵습니다. 한자는 뜻글자이고, 모양새를 본떠 만든 상형문자라는 건 다들 압니다. 하지만 산(山)과 같은 몇몇 글자를 제외하곤 한자의 바탕이 됐다는 모양새가 잘 연상되지 않습니다.
물론 모든 한자가 다 상형문자인 건 아닙니다. 두 글자 이상을 합쳐 뜻과 소리를 만들어 내는 형성문자도 있고, 회의문자도 있고, 지사문자도 있고, 전주와 가차문자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형성문자나 회의문자를 이루고 있는 기본 글자들은 상형문자들입니다. 따라서 상형문자는 대부분의 한자를 구성하는 바탕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상형(象形), 형성(形聲), 회의(會意), 지사(指事), 전주(傳注), 가차(假借) 이 여섯 가지 문자를 한자의 육의라고 합니다.
사진에서 글씨가 보이는 <이미지로 읽는 한자>
<이미지로 읽는 한자>(지은이 장세후, 펴낸곳 연암서가)는 어렵고 복잡하기만 한 한자들을 사진(이미지)과 함께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자의 배경이 되고 있는 이미지(사진)과 변천 과정을 설명하고 있어 하나하나의 한자를 쉽고 재미있게 익힐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습니다.
복잡하기만 했던 한자들이 어떤 모양새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지를 사진과 함께 설명하고 있어, 사진을 보는 순간 '아하~, 이 글자가 그래서 이런 모양이고 그런 뜻이구나'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하게 경험하는 것 중 하나는, 모르고 볼 때는 잘 보이지 않던 게 알고 보면 또렷이 보이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한자들이 그렇습니다. 모르고 볼 때는 '手'가 왜 '손수 자'이고, '左'는 왜 '왼쪽 좌', '右'는 어떻게 '오른쪽 우 자'가 됐는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 실린 사진과 설명을 읽다보면 눈으로 보고 있는 것처럼 이해됩니다.
이 사진은 손입니다. 그러나 이 손은 갑골편에 따라 좌우가 바뀌어 있는 형태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갑골문이 거북 등의 중간을 기준으로 좌우 대칭으로 쓴 이유도 있겠지만 좌우의 구분이 없는 손을 대표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미지로 읽는 한자> 114쪽-책에서는 책과 붓 같은 '기록매체', 몸, 얼굴, 혀, 이 등과 같은 '인체', 산, 물, 불, 나무 등과 같은 '자연', 문, 수레, 정자, 그릇, 식기 등과 같은 '기물', 코끼리, 소, 말, 돼지, 개는 물론 새와 전갈 등의 '동물'과 관련한 한자들을 이미지 사진과 함께 설명하고 있습니다.
책에서는 이미지를 통해서 한 눈에 익히게 되는 상형한자를 바탕으로 지사와 회의문자까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같은 내용도 글로만 읽고, 말로만 듣는 설명은 쉬 이해되지도 않고 입체적이지도 않습니다.
예를 들어, 모나리자의 미소를 그림(사진으로라도)으로 본 사람은 모나리자의 미소가 어떤 것인지를 단박에 알게 되고 쉬 잊지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모나리자의 미소를 글이나 설명만으로 접하게 되는 사람은 모든 상상력을 동원한다 해도 언뜻 이해되지 않을 것입니다. 설사 모나리자의 미소를 어림잡았다 해도 쉬 잊게 될 것입니다.
한자로 읽어야 하는 책(冊)자나 거북 구(龜)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개 견(犬)자도 그렇고, 새 조(鳥)자도 글로만 봐서는 쉬 어림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렵고 복잡하기만 한자들도 <이미지로 읽는 한자>를 통해서 접하게 되면 그림을 보듯이 접하며 그림을 감상하듯이 익히게 될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이미지로 읽는 한자> (지은이 장세후 / 펴낸곳 연암서가 / 2015년 9월 20일 / 값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