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름 앞에 다른 성씨를 붙이지 말아 주세요."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이 2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의 제목이다. 정 의원은 이 글에서 친박(박근혜), 친이(이명박), 비박 등으로 나뉘는 여당 내 계파 구분법이 정치 퇴행의 상징이라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지금의 우리 정치는 몇십 년 전으로 퇴보해 있다. 단적인 예가 국회의원 이름 앞에 성씨를 붙이는 것"이라며 "신문이나 방송을 보면 '친박계 아무개 의원은, 친이계 아무개 의원은'이라고 나오는데 정말 유치찬란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양김(金) 시대에도 상도동계, 동교동계 하며 동네 이름을 썼지, 개인숭배 냄새를 풍기는 성씨를 쓰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하기야 친박연대라는 세계 정치사에 유례가 없는 기상천외한 이름의 정당도 있었으니 말해 무엇하랴, 더구나 그 정당의 지도자는 정작 그 당에 없었다"라며 "숨이 막힐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MB와 친하지 않은 건 분명... 어떻게 내가 친이냐"그러면서 정 의원은 자신이 여전히 친이로 분류되는 상황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정 의원은 이명박 정권의 '개국 공신' 중 한 명으로 과거 친이계 핵심으로 불렸다.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총선 불출마를 요구하면서 갈라선 바 있다.
정 의원은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이상득씨의 불출마를 주장하는 소위 '55인 서명사건'을 주도하다가 이명박 정부 내내 사찰과 음해의 대상으로 몰렸다. 급기야는 감옥까지 갔다 왔다"라며 "이 정도면 내가 소위 '이'(이 전 대통령)와 친하지 않은 건 분명하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더욱이 그 '이'도 (나와의) 만남을 기피할 정도로 나와 친하지 않은데 어떻게 내가 친이란 말인가"라며 "설령 친하다 해도 해도 나는 내 이름 앞에 누구의 성을 붙이는 게 심히 불편하다, 비박도 싫고 나는 나일 뿐"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지난번 소위 유승민 파동 당시 나는 고립무원인 그를 적극 지원했다, 한편으로는 상기 법안(국회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고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을 지지했었다"라며 "나는 대통령이든 누구든 내 입장에서 옳지 않으면 옳지 않다고, 또 옳으면 옳다고 이야기했을 뿐 친이도 친박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소장파라고 불렸는데 이제는 나이 때문에 그런지 그렇게 안 불러 준다, 쇄신파라고도 했는데 그동안 쇄신이 된 게 뭐가 있느냐는 의문 때문인지 그 말이 다 사라졌다"라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