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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노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뒤 행사장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노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뒤 행사장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싸움의 본질은 힘의 우위를 확인하는 것이다. 양측 힘이 팽팽할 때 싸움은 장기전으로 흐른다. 현재 전 국민 앞에 생중계되고 있는 청와대와 김무성 대표와의 '안심번호 국민공천'을 둘러싼 싸움도 장기전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김 대표와 청와대가 겨뤘지만, 힘의 우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진실게임 양상으로까지 치닫던 당-청 갈등은 외형상 종료된 모양새다. 이것으로 1라운드는 끝이 났다. 지난 9월 28일 양당 대표 간 합의 이후 9월 30일 박근혜 대통령이 귀국한 직후 시작된 당-청 갈등은 10월 2일을 기점으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3일간의 다툼에서 양측은 얻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선언했다. 김 대표는 '전략공천만은 안 된다'고 말했고, '친박'은 '전략공천 해야 한다'고 받아친 것이다.

이상한 언론의 분석, '박'이 늘 이긴다?

뚝심있게 버티는 '무대' "전략공천 없다" <동아일보> 10월 3일자
뚝심있게 버티는 '무대' "전략공천 없다"<동아일보> 10월 3일자 ⓒ 동아일보

양측이 가장 치열하게 부딪쳤던 10월 1일, 김 대표는 오전 당무를 거부했다. 그 사이에 그는 청와대와 '친박'의 파상공세를 받았다.

이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김 대표는 자신을 잘못 보좌한 참모들은 내버려두고 '청와대 참모에 대해 모욕감을 느낀다, 더는 참지 않겠다'고 했다"면서 "우리도 참고 있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친박'의 좌장으로 알려진 서청원 최고위원 역시 "왜 정치 생명을 건다고 얘기했고, 누가 정치 생명을 걸라고 했느냐"며 김 대표를 정면 비판했다.

서 최고위원의 거센 비판에 대해 김 대표는 "그런 데 대해서는 대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후 김 대표는 "하도 답답해서 내가 이것까지 밝힌다"며 문재인 대표와 회동하기 전에 청와대에 관련 내용을 협의했다고 공개했다. 이후 잠시 청와대와 진실공방이 이어지는 듯하던 1일 오후 6시경 김 대표는 돌연 태도를 바꾼다. 그는 "이제 안심번호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언론에서는 이를 '사실상 백기투항'으로 해석했다.

김 대표의 위 발언 이후, 이번 싸움의 승자는 박 대통령이라는 분석이 이어졌다. 그러나 진행되는 양상을 놓고 보면 현재 상태는 오히려 김 대표에게 유리한 환경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친박은 소리만 요란했지 힘을 보여주지 못했고, 실속을 찾지도 못했다.

'비박'에 유리한 '공전제도 특별기구위원(안)' 새누리당 공천룰을 만드는 '특별기구' 구성을 둘러싼 언론의 관심이 뜨겁다. 한 언론이 '비박'에 유리한 구도를 예상하는 분석을 내놓았다. <채널A> 10월 2일자 보도
'비박'에 유리한 '공전제도 특별기구위원(안)'새누리당 공천룰을 만드는 '특별기구' 구성을 둘러싼 언론의 관심이 뜨겁다. 한 언론이 '비박'에 유리한 구도를 예상하는 분석을 내놓았다. <채널A> 10월 2일자 보도 ⓒ 채널A

오히려 힘과 자신감은 김 대표에게서 느껴진다. '친박'과 청와대와 달리 말을 아낀 김 대표의 몇 마디 속에 그의 자신감이 담겨 있다. 당-청 갈등 상황 속에서 김 대표가 일관되게 언급한 대목은 '전략공천은 없다'는 내용이었다. 2일 기자들과 만나서도 김 대표는 "전략공천은 옳지 못한 제도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립 서비스'뿐이 아니다.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난 김 대표는 공천룰을 협의하기 위해 새로 구성될 기구에서 전략공천 도입이 정해지는 경우 수용할 것인지를 묻는 말에 "(그 안은) 의원 총회에선 통과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총회'에 대한 장악력이 김 대표가 가진 힘의 원천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지난 6월 '유승민 파문' 당시를 보면 친박의 위치를 재확인할 수 있다. 당시는 친박 의원들이 먼저 의원총회를 열어 '유승민 거취'를 논의하자고 제안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은 '소수 정파'였음만 노출했다. 당시 김무성 대표가 청와대 편을 들지 않았더라면 유승민 의원의 거취는 달랐을 것이다.

청와대의 오판, 김무성이 만만했나

외형상 청와대와 친박의 기세는 등등하다. 청와대발 첫 포문을 열었던 지난 9월 30일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안심번호 5불가론'을 정면에서 제기했다. 이후 '친박' 의원들은 때로는 전략공천 필요성을 주장했고, 때로는 '반기문 대망론'을 언급했다. 그러나 그 뿐, 집권여당 대표와 맞상대하는 그들은 현실적 힘의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이 기억하는 '승리의 경험'이라는 것도 김 대표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했다. 

지난 6월 '유승민 파문' 때와 마찬가지로 청와대가 공격의 전면에 나섰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 당시에는 박 대통령이 공격 선봉에 섰다. '대통령을 이길 수는 없는 일 아니냐'는 논리가 나온 배경, 청와대로서는 퇴로 없는 싸움이었다. 이번에는 양상이 다르다. 더 무게감 있는 김무성 대표를 상대로 익명의 청와대 관계자가 나섰다. 익명의 관계자에게는 퇴로가 존재한다. 싸움의 양상이 다르게 전개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당-청 갈등, <동아>의 청와대 비판  새누리당 공천제도를 둘러싼 당-청 갈등에 대해 보수언론에서 청와대를 비판하는 사설을 게재했다. <동아일보> 10월 3일자
당-청 갈등, <동아>의 청와대 비판 새누리당 공천제도를 둘러싼 당-청 갈등에 대해 보수언론에서 청와대를 비판하는 사설을 게재했다. <동아일보> 10월 3일자 ⓒ 동아일보

그런데 청와대는 이번 싸움에서 세 가지 오판을 내렸다.

먼저 청와대는 여론과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해 응답자의 48.4%가 찬성, 27.0%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과반수가 찬성하는 공천개혁을 김 대표는 추진, 청와대는 반대하는 모양새다. 김 대표는 국민적 지지를 근거로 지속해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명분의 우위를 점하고 있다.

둘째, 청와대는 개입하면 안 되는 싸움에 뛰어들었다. 민주화 이후인 김영삼 정부 이후로 대통령이 집권당의 총선룰에 이토록 개입하며 당 대표와 대립했던 적이 있었던가. 대통령 한 마디로 '전략공천'이 도입되는 정당이라면 당헌-당규의 존재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보수언론인 <동아일보>에서 10월 3일 자 '청와대, 공천제는 당에 맡기고 국정에 전념하라' 제목의 사설을 게재해 청와대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에 이르렀다.

셋째, 청와대는 차기 대선지지율 1위인 김 대표를 직접 겨냥했다는 점도 오판으로 보인다. 관계가 더욱 나빴던 이명박 대통령 - 박근혜 대표 하에서도 박 대표는 살아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현직의 시간은 줄어들고 차기의 시간이 다가온다. 박근혜 대통령 - 김무성 대표 하에서도 동일하다. '친박'은 지금도 소수 계파지만 내년 총선 후에도 같을 것이다. 미래권력이 없는 계파에 세력이 모일 수 없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 등판 시간 다가오나

박 대통령이 등판할 것인가 여권의 파워게임에서 소수파인 '친박'은 매번 '비박'에게 졌다. 이번에 친박은 비박의 수장인 김무성 대표를 겨냥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등판하지 않으면 승리는 요원해 보인다. 과연 등판할 것인가. <조선일보> 10월 3일자
박 대통령이 등판할 것인가여권의 파워게임에서 소수파인 '친박'은 매번 '비박'에게 졌다. 이번에 친박은 비박의 수장인 김무성 대표를 겨냥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등판하지 않으면 승리는 요원해 보인다. 과연 등판할 것인가. <조선일보> 10월 3일자 ⓒ 조선일보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10월 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 박 대통령이 참석해 '공천권' 관련해 메시지를 던질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 대통령은 승부사다. 그녀가 전면에 나서면 대부분 승리를 거두었다. 이 말은 정치적 싸움에 능숙하며, 여론의 동향에 민감하다는 의미다. 이번에도 박 대통령은 '친박'의 구원 투수로 등판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면 등판하지 않을 것이다. 하나는 '김 대표=차기 권력'으로 인정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김 대표=믿을만한 사람'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에 박 대통령은 등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두 조건 중 하나만 충족되거나 둘 다 아닌 경우에는 등판할 것이다.

이번 싸움을 시작하면서 친박은 '친박 대선주자'를 언급했다. 또 다른 친박 정치인 중에는 '반기문 대망론'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아닌 친박 정치인들의 목소리이나, 지금까지 친박 정치인들이 자기 정치를 하지 않고 대통령을 위한 목소리를 냈음을 고려할 때 박 대통령의 의중을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현재까지의 당-청 싸움 중간점검을 해보면 김 대표가 불리하지 않다. 청와대와 대립하고 있는 김 대표에게 여봐란듯이 '충성문자'를 보내는 정치인들이 김 대표가 보유한 현재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권력의 생리 상,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주박야김(낮에는 친박, 밤에는 김무성)'하는 정치인도 등장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박 대통령에게는 시간이 없다. 빨리 등판해서 '친박'을 구원하고, 언론보도처럼 차기 총선 출마가 예상되는 청와대 출신들에게 힘을 주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국민공천제'는 전면에 나서기도, 안 나서기도 무척 어려운 주제다. 안 나서면 권력을 김 대표에게 넘겨주게 될 것이고, 나선다 해도 승리 보장 없이 공천에 개입한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느긋하게 버티기에 들어간 본질적 이유이기도 하다.

"나를 믿고 따라 달라고 하시면서 무겁게 움직이시면 좋겠습니다…. 대표님은 큰 명분만 얘기하시면 게임은 유리해질 겁니다."

위 문자는 2일 김 대표에게 보내진 것으로 새누리당 김영우 의원의 문자를 김성태 의원이 김 대표에게 전달한 것이다. 비박 정치인들은 현재의 당-청 갈등을 자기들에게 유리한 게임으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는 그들의 판단이 맞다. 그러나 상대의 에이스는 아직 등판하지 않았다.

과연 박 대통령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모습으로 등판하게 될지 나아가 과연 전면에 나서기는 할 것인지. '게임'은 중반전으로 치닫고 있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김무성#국민공천제#안심번호#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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