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이른 새벽, 서재로 내려오니 밤새 서재를 지키고 있던 손님이 계셨습니다.
달빛
내 어릴 적 고향집 대청을 훤히 밝혔던 그 방문객이었습니다.
달빛에 이끌려 정원으로 나갔습니다.
달은 서쪽 하늘 위에 민낯으로 웃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밝히는 흰 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아침잠이 적은 까치가 달빛 허공을 가로질렀습니다.
푸드덕 장끼가 억새밭 위를 날아 자리를 바꿨습니다.
남하하는 기러기 떼가 달에 닿을 듯 스쳤습니다.
#2달빛은 양보를 거부하지 않았습니다.
아폴론의 태양마차가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은 시간에 달은 먼저 빛을 거두었었습니다.
동쪽 능선이 붉어지는 때에 맞추어 억새가 몸을 흔들어 새로운 날을 맞았습니다.
완전히 밝은 길을 되돌아와 다시 정원에 섰습니다.
가지에서 푸른 여름을 보낸 나뭇잎들은 어느새 붉은 빛으로 떨어져 발코니로 내려앉았습니다.
저는 다시 결심을 다잡았습니다. 이 낙엽들을 바람이 데려갈 때까지 쓸지 않으리. 가을은 곧 몸을 풀 만삭의 보름달빛과 함께 왔습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