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민주주의 수호와 총장직선제 실현 등을 요구하며 투신한 부산대 고 고현철 교수의 추모 현수막을 훼손한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금정경찰서는 "고 교수 현수막을 훼손한 박아무개(45)씨를 검거해 재물손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6일 밝혔다. 부산대 교내에서 노숙 생활을 하던 박씨는 지난 9월 30일 새벽 부산대 교정에 걸린 현수막 36장과 대자보 2장을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관련 기사:
부산대 고 고현철 교수 추모 현수막 낙서 훼손). 박씨는 스프레이를 사용해 '자살공격 악령사기OUT' 등의 문구를 현수막에 적었다. 현재 박씨는 범행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사용하던 캐비닛에서는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빨간색·노란색 스프레이와 장갑 등이 발견됐고, 당시 착용한 것과 유사한 청바지와 운동화 등도 발견됐다. 경찰은 이들 범행 도구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유전자 감식을 의뢰한 상태다.
박씨 검거에는 교내에 설치된 CCTV가 결정적 단서가 됐다. 지난달 30일 김재호 부산대 교수회장의 고발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CCTV를 분석해 용의자 인상착의를 확인하고 탐문 수사와 동선 분석에 나섰다.
그러던 중 약 2년 전부터 부산대 교내에서 노숙생활을 해오던 박씨를 수상하게 여긴 교직원의 제보가 들어왔다. 경찰은 박씨에 대해 재물손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씨의 스마트폰에서도 극단적인 문구가 발견된 점을 들어 "디지털 증거분석 등을 통해 피의자의 범행 동기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현수막 훼손에 대한 지탄 정서가 높은 만큰 범행 동기 등을 확실히 밝혀 낸다는 입장이다.
한편 부산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하던 고 교수는 지난 8월 17일 교육부의 강압적인 총장간선제 도입 등에 항의하며 학내 민주주의 수호를 바라는 유서를 남기고 이 학교 본관에서 투신했다. 이 일로 부산대는 총장 간선제 도입 방침을 철회하고 직선제를 유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