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5대 대기업 중 내부거래 비중이 50% 이상인 112개 계열사 가운데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은 1곳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규제를 시행한 지 1년이 안 됐기 때문에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6일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한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5대 재벌 기업집단의 총 계열사 310개 중 내부거래 비중이 30% 이상인 곳은 155개, 50% 이상인 곳은 112개, 90% 이상인 곳은 48개, 100% 넘는 곳은 무려 24개인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그러나 기업 중 규제대상은 LG, 단 1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내부거래비중 100%인 계열사는 삼성이 9개로 가장 많고, 그다음이 LG로 7개나 된다. 올해 2월부터 시행된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총수일가의 직접 지분율 30%(비상장 회사는 20%)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내부거래금액이 200억 원 이상이고 내부거래비중이 12% 이상인 기업이 해당한다.
LG그룹의 지주회사인 LG는 2013년 총수일가 지분율이 31.3%로 규제대상이었지만, 2014년에는 지분매각으로 29.84%로 감소해 규제대상에서 제외되었다. 그러나 구본무 회장의 장남인 구광모 상무가 3세 승계의 목적으로 친인척들로부터 지분을 매입하면서 다시 규제대상에 편입되었다.
구광모 회장의 지분율은 2014년 3월 말 4.84%에서 올해 6월 말 6.03%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친인척 지분 중 0.92%만 다시 매각하면 규제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사실상 112개 기업 중 규제대상은 하나도 없는 셈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는 정상거래비율인 내부거래비중 30%를 초과하면 내부거래 수혜기업으로 보고 총수일가의 직간접지분율이 3%를 넘으면 과세하고 있다. 5대 그룹 중 정상거래비율인 30%를 초과한 기업은 155개로 전체 계열사의 절반에 달한다. 이 중 규제대상은 단 2개에 불과하다.
LG를 제외한 나머지 한 개 규제대상 기업은 지난 6월에 합병한 SK다. SK와 SK C&C의 합병으로 최태원 일가의 지분율은 49.35%에서 30.86%로 감소했다. LG와 마찬가지로 0.86%의 지분만 매각하면 이 역시 규제대상에서 제외된다.
5대 기업집단 중 정상거래비율인 30%를 초과한 계열사가 절반이나 되는데, 현행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에는 사실상 모두 제외되고 있는 셈이다.
김기준 의원은 "현행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총수일가의 직접 지분율을 기준으로 규제하고 있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면서 "총수가 지주회사만 지배하고 지주회사 내 계열사가 포진하면 규제를 못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정 위원장은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내부 거래 비중이 단순히 높다고 해서 모두 법 위반은 아니다"라면서 "사적 이득을 취했을 때 문제가 생기는 건데, 아직 규제를 시행한 지 1년이 채 안 됐기 때문에 더 운영해보고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준 의원은 "편법적으로 일감 몰아주기를 하거나 내부거래를 줄이기 위해서는 간접지분도 포함해 규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 "한화S&C 일감 몰아주기 의혹 조사, 그룹 전체 확대"한편 정 위원장은 한화S&C로 시작된 일감 몰아주기 조사를 한화 전 계열사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한화S&C는 (한화증권 외에) 다른 계열사와의 거래에서도 일감 몰아주기를 한 의혹이 있다, 전 계열사의 위법 행위가 확인하는 대로 제재하겠느냐"고 묻자 정 위원장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공정위는 현재 한화증권이 한화S&C를 통해 전산장비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일감 몰아주기가 있었지는 여부를 조사 중이다.
전산시스템통합(SI) 업체인 한화S&C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아들 3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가운데 절반이 넘는 2100억 원이 계열사 내부거래로 발생했다.
김기식 의원은 "한화S&C는 한화그룹 재산 및 경영권승계의 핵심 수단"이라며 "일감 몰아주기라는 단순한 문제를 넘어서서 또 한 번 세금 한 푼 없이 수조 원대의 재산 상속·증여 및 경영권 승계의 수단이 되느냐는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