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는 역사 교육을 통제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7일 오전 10시께 서울 광화문 앞 정부서울청사 정문에서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전국 동시 시민선언'이 열렸다. 역사정의실천연대, 참교육학부모회 등 470여 개 단체가 참여한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는 선언을 시작하며 이 같은 구호를 외쳤다.
지난 2일 현장 역사교사 2255명의 반대 선언 이후 서울대 역사 교수, 독립운동가 후손, 재외 동포 등으로 이어진 교과서 국정화 반대 목소리가 전국적으로 확대되기 시작한 것이다(관련기사 :
"일베 교과서 안 돼"... 서울대부터 학부모까지).
한국사 교과서 국정제에 반대하는 전국 동시 선언은 7일 서울을 시작으로, 같은 날 경기와 인천을 포함해 경남, 경북, 대전, 충남, 부산, 광주와 오는 8일 전남에서도 진행될 예정이다. 방은희 역사정의실천연대 사무국장은 "충북, 전북, 강원, 울산은 9월에 이미 시작했다"며 "제주도 다음 주에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시민선언 시작 전, 방은희 사무국장은 "전국의 모든 시민이 반대하는 교과서 국정화다. 왜 외면하냐"면서 "(정부 여당은) 근현대사 교과서 집필진이 다 편향된 인사라는 말로 물의를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시민선언에는 교과서 국정화를 줄곧 주장하고 있는 정부 여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담겼다. 특히 현 역사 교과서에 대해 비판해 온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지적이 다수 나왔다.
김 대표는 지난 7일 "현재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가 일관되게 우리 역사를 부정하는 반대한민국 사관으로 쓰여 있는데, 이는 좌파적 세계관에 입각한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빚은 적이 있다.
선언에 앞서 참가자들은 박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의 가면을 쓰고, '친일 독재 미화 방법은 역시 국정교과서뿐', '유신 정권 미화 방법은 역시 국정교과서뿐'이라고 적힌 피켓을 드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헌법 정신 위배하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중단해야"
변성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은 "지금 이뤄지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음모'는 친일과 독재 미화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면서 "유엔에서도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교과서의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정 교과서로) 아이들에게 굴곡된 역사, 잘못된 교육을 가르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학부모도 나섰다. 최은순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 회장은 정부 여당의 국정 교과서 추진에 학부모를 악용하지 말아 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학부모가 국정 교과서를 요구한다는 이야기를 더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우리 아이가 바른 역사 의식을 가진 아이로 자라기 바란다. 당당한 학부모가 되기 위해서 교과서 국정화를 끝까지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교육 홍보실장은 정부 여당의 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대해 "미래 유권자를 미리 확보하기 위한 추악한 정치 놀음"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또 "친일파 아들(김무성)과 독재자의 딸(박근혜)이 나서서 국정화로 나가려고 한다. 항일 독립 정신과 민주주의 정신을 부정하는 것은 헌법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이건 제2의 쿠데타, 역사 쿠데타"라고 강조했다.
또 "90%가 넘는 현장 교사가 국정 교과서를 반대하는데 (정부 여당이) 색깔론으로 몰아붙인다"며 "과거가 마음에 안 든다고, 자기 정당에 대한 지지 내용이 없다고 역사 학자들마저 빨갱이로 몰고 있다" 비판했다. 이어 참가자들은 "아비는 군사 쿠데타, 딸은 역사 쿠데타"라는 구호를 외쳤다.
방은희 사무국장은 선언 말미 교과서 국정화 반대 목소리에 더 이상 색깔론을 들이대지 말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편향적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보수적 성향인) 교총 소속의 회원이 있었던 '한국교육정책교사연대'라는 단체도 국정화 반대에 함께했다"며 교과서 국정화 반대 주장에 대한 편향성 지적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7일 한 교육부 고위 관계자가 "국정감사 이후 다음 주 한국사 교과서의 발행 체제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국정 교과서 반대 추진을 위한 움직임 또한 뜨거워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