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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공주시 탄천산업단지 인근에 주민들이 ‘불산 공장 유치 반대’ 현수막 40여개를 걸어 놓았다.
충남 공주시 탄천산업단지 인근에 주민들이 ‘불산 공장 유치 반대’ 현수막 40여개를 걸어 놓았다. ⓒ 김종술

지난해 8월, 충남 금산군 화학 공장에서 갑자기 흰 연기가 하늘로 치솟더니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주변의 숲과 수풀을 온통 누렇게 태워 버렸다. 이 업체에서 발생한 사고는 알려진 것만 불화수소(아래 불산) 유출 2회, 질산 유출 1회 등이다.

지난 7일 찾아간 충남 공주시 탄천면 들녘은 황금을 뿌려 놓은 듯 누런 나락이 가을 햇살에 영글어 갔다. 평화로운 시골 풍경이다. 넓은 들판에 추수에 나선 콤바인이 바쁜 걸음을 재촉한다. 하지만 산업단지 입구에서부터 불산 업체의 입주를 막기 위해 주민들이 걸어 놓은 현수막이 바람을 타고 휘날린다.

"불산 공장은 안 돼요."

어르신들이 애원하듯 매달린다. 기자가 온다는 소식을 접했을까. 밭고랑처럼 주름진 얼굴의 고령의 노인들이 구부정한 모습으로 다가와 반갑게 인사를 한다. 농사 일에 망가져 버린 손이 거북이 등처럼 갈라져 있다. 주민 40여 명 정도가 모였다.

금산군에서 공주시 탄천산업단지로 이전할 예정인 불산업체의 이름은 램테크놀러지(주). 기초무기·유기화학물질 제조업 및 폐기물 중간처리(폐NMP 재활용)업체이다.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이 업체는 "충남 공주시 안영리 탄천산업단지에 61.805.1㎡ 부지면적, 건축면적 36.805.1㎡, 제조시설 13.500㎡, 부대시설 25.568㎡ 규모로, 772억 원을 투자하여 반도체 포토레지스트 박리액, LCD-박리액, 식감액, 기타 유·무기 화학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라고 돼있다. 램테크놀러지(주)는 2014년 8월 충남도, 공주시와 함께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이 업체는 지난 2013년 7월 불산 유출, 2014년 5월 질산 유출, 2014년 8월 24일 불산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8월 불산 유출 사고의 경우, 사측에서 이를 은폐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오시덕 공주시장에게 면담신청 5번 다 거절 당했다"

 불화수소 가공업체가 들어설 공장용지. 천안 논산 간 고속도로와 50m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자리 잡고 있다.
불화수소 가공업체가 들어설 공장용지. 천안 논산 간 고속도로와 50m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자리 잡고 있다. ⓒ 김종술

이런 업체가 이전해 온다는 소식에 주민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젊은 시절에 대전에서 불산을 취급하는 업체에 근무했다는 한 주민(72)은 "당시 유리로 된 주사기를 만드는 업체에서 6년을 근무했다. 고무장갑을 끼고 작업을 했음에도 손톱이 썩어가고 호흡기가 망가져서 숨쉬기조차 힘든 지경에 처했다"며 회고했다.

또 다른 주민은 "할아버지 아버지가 손톱이 빠지도록 일군 땅이다. 금보다 소중한 이 땅을 건강한 상태로 자식들에게 손자들에게 물려주고 싶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러면서 "유해시설이 들어서면 건강권, 재산권 등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김영태 공주탄천산업단지 주민자치위원회(아래 대책위) 위원장(51)은 "업체가 금산에서 불산, 질산을 유출하고도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아서 큰 피해를 본 것으로 알고 있다.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업체가 주민들에게 동의서 한 장 받지 않은 상태에서 도둑 고양이처럼 땅을 샀고 공주시는 허가까지 해주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이어 "공주시의 허가 절차는 더욱더 기가 막히다"고 말했다. 업체는 공주시에 2014년 5월 9일 사업계획서를, 12일에는 입주신청서를 제출했다. 다음 날인 13일 바로 공주시 안전산업국장의 결재로 금산공장 현장방문이 이루어졌고, 14일 현장방문보고서가 작성됐다. 23일 공주시 4개부처 심의회의 결정을 통해 26일 사업 허가 통보가 내려졌다. 일사천리로 절차가 진행된 것이다. 이를 놓고 김 위원장은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불산 공장이 들어설 공장 인근은 공주시 10개, 논산시 7개 부락 등 1500명의 주민들이 드넓은 평야에서 벼농사, 수박, 딸기, 멜론, 오이 등 농사를 짓고 살아가는 농촌"이라며 "오시덕 공주시장과 면담을 위해 5번이나 찾았지만, 면담은 성사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결국 대책위는 지난 2일 탄천산업단지 불산공장 입주와 관련 공주시장에게 공개질의서를 전달한 상태다. 질의서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입주예정 회사에서 몇 차례 불산유출사고가 일어났고 또 그 사실을 은폐하려 한 부도덕한 회사일 줄 알고 계십니까?

2. 시 담당자가 작성한 입주예정회사의 금산공장현장방문보고서가 부실 내지 허위에 가까운 내용이라는 점을 알고 계십니까?

3. 위 1, 2 사실을 알고 계신다면 어떠한 조치를 하도록 지시하셨습니까?

4. 시장께서 안전을 보장하신다면 생명과 생활의 터전이 오랜 시간 이어져 오는 마을의 전통이 위협받지 않을까? 불안감을 안고 있는 주민들을 직접 만나 위무를 하고 안심을 시키는 것이 시장의 마땅한 도리가 아닐런지요?

이와 관련 공주시 비서실 관계자는 "백제문화제 기간이라 시장님이 바쁜 상황에서 기업경제 과장님이 충분히 그분들(대책위)과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고 있다. 그분들과 나눈 이야기와 처리상황까지 시장님에게 다 보고가 되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업체 방문 보고서, 허위로 작성"

 기자가 취재를 나왔다는 소식을 접한 주민들이 몰려들면서 공주참여자치시민연대 윤여관 단장(52)이 주민들에게 공장 유치에 따른 피해를 설명하고 있다.
기자가 취재를 나왔다는 소식을 접한 주민들이 몰려들면서 공주참여자치시민연대 윤여관 단장(52)이 주민들에게 공장 유치에 따른 피해를 설명하고 있다. ⓒ 김종술

대책위는 공주시 담당자가 작성한 현장방문보고서가 허위라고 주장한다. 대책위가 정보공개를 통해 받은 '기업유치를 위한 업체방문계획'에는 '친환경 및 환경오염 여부, 폐수처리 문제 등', '민원 발생 소지 및 타 지역 운영실태 분석', '투자규모 및 고용창출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 도모 여부' 등이 검토사항으로 돼 있었다. 그리고 방문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갔다.

램테크놀러지(주)는 코스닥 상장 중소기업으로 공주시로 이전할 경우 투자 770억 원, 고용 170명으로 우리 시 경제적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되며, 현재 공장 운영 실태로 보아 환경오염 등 민원소지가 없을 것으로 판단, 앞으로 충남도와 보조금 관련 실무협의를 거쳐 유치 결정.

관련 유사업종을 운영하고 있는 현대산업 방문결과 폐수처리 및 환경오염 등 민원소지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며, 다만 폐드럼 적재에 따른 미관상 문제, 소음 등이 발생하고 있으나 이는 미진한 부분으로 입주 시 방지책 등 조건을 붙여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됨. 앞으로 공주시로 입주할 경우 투자규모 100억, 고용 40명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 예상된다.
- 기업유치를 위한 업체방문계획 보고서 중

이에 대해 윤여관 공주참여자치시민연대 연대사업 단장(52)은 "허위에 가까울 정도로 보고서가 작성되었다"라고 주장했다. 당시 램테크놀러지 금산공장은 수차례 환경오염으로 주민대책위가 만들어져 활동하던 시기로 공장 입구에 불산, 질산 유출로 인한 이전을 요구하는 각종 현수막이 걸려있었다는 것이다. 윤 단장은 "인터넷 검색, 금산군청, 금강유역환경청, 환경단체 등 최소한 인근 마을 이장만 만났어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라며 "어디를 방문하고, 누구를 만났고, 무엇을 근거로 환경오염과 민원 발생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 "불산, 호흡기나 피부 통해 유입되면..."

 지난해 8월 금산군 추부면 램테크놀러지(주) 불산 유출로, 공장 뒤쪽 산 쪽으로 폭 20m, 길이 250m 정도에서 자라던 나뭇잎과 수풀들이 말라죽는 현상이 발생했다.
지난해 8월 금산군 추부면 램테크놀러지(주) 불산 유출로, 공장 뒤쪽 산 쪽으로 폭 20m, 길이 250m 정도에서 자라던 나뭇잎과 수풀들이 말라죽는 현상이 발생했다. ⓒ 김종술

환경화학 및 분석 약물남용 연구소장인 신호상 공주대 환경교육과 교수는 "공주 탄천에 들어올 공장은 불화수소 사용업체인데, 불산이 유출되면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주민들이 거주하는 곳 인근에 입주하기 위해서는 안전시설 및 절차적으로 충분한 검증이 되어야 한다. 어떤 과정에서 (입주) 허가가 났고 어떻게 시설이 갖추어지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으면 주민 불안감을 잠재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산이 누출 된다면 사람의 피부를 통과한다. 염산, 질산, 황산은 피부가 노랗게 화상을 입어서 바로 알 수 있지만, 이것(불산)은 피부로 침투해서 사람이 죽기까지 한다"고 경고했다.

직업환경의학전문의 정우철 박사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불산, 질산은 급성 독성물질로서 화상, 호흡기 문제가 발생한다. 염산처럼 급 화상은 아니지만, 천천히 화상이 나타난다. 그래서 점막(위나 호흡기)을 녹이기도 한다. 뼈로 흡수되어서 칼슘대사를 방해한다. 기본적으로 염산, 질산처럼 산으로 화상을 입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므로 불산 유출이 있고 나면 특별관리가 되어야 한다는 매뉴얼이 있다."

이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한 윤홍중 공주시의원은 "주민들이 원치 않는 공장이니 만큼 어떤 방법으로든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많은 분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지원을 요청했다.

공주시 "규정대로 하면 문제 없다"

당초 현장 방문 검토 사항과 다르게 방문결과가 작성된 경위에 대해서 공주시청 지역경제과 담당자는 "전임 담당자가 다녀와서 모른다"며 "주민들이 우려하는 만큼 위험하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주민공청회도 한 번 했는데 지역구 윤홍중 의원이 (주민을) 선동해서 퇴장하는 바람에 그냥 끝났다. 산업단지가 조성되는 과정에 환경영향평가를 받기 때문에 공장들이 들어올 때마다 주민설명회를 해야 할 이유도 조항도 없다"며 "금산 공장은 노후 시설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현재 규정대로 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주민들은 지난 9월 10일 1차 집회(공주시청 200명)에 이어 대규모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무령왕릉과 공산성 앞에서 1인 시위까지 준비하고 있다.

○ 편집ㅣ홍현진 기자



#불화수소#공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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