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념 편향적인 발언을 쏟아내 논란이 된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이 공식 해명을 거부했다. "방문진 수장으로서 참석해 한 발언이니 설명하라"는 야당 추천 이사들의 요구에도 고 이사장은 "나중에 얘기하자"며 답변을 피했고, 결국 야당 이사들은 회의 도중 고 이사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한 뒤 회의장을 나왔다.
8일 오후 2시 방문진 정기이사회에 참석한 고 이사장은 "앞서 국감장에서 나온, 방문진 이사장의 직무수행 관련 질의답변을 설명해달라"는 야당 이사 측 질문에 대해 "국정감사 상황은 국회 속기록이 나오면 제공하겠다"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고 이사장은 앞서 국정감사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변형된 공산주의자'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관련 기사:
"5.16은 정신혁명, 노무현은 변형된 공산주의자").
최강욱 이사(야당 추천)는 이날 "(고 이사장이) 방문진 이사장으로서 적절한지 언론 등에서 문제제기가 있다"고 지적했으나, 고 이사장은 "이사장으로서의 자질 여부는 추후 회의를 하며 토의하자"고 말했다. 이인철 이사(여당 추천)는 "구체적 개인 의견을 밝히라는 건 강요라고 느껴진다", "여기서 해명할 필요는 없다"라며 최 이사의 말에 거듭 반박 의견을 내놓았다.
"고영주 이사장, MBC 망가트리러 온 사람"결국 회의는 시작한 지 20여분 만에 정회됐고, 이후 한 시간여 만에 파행돼 야당 이사들이 없는 채로 진행됐다. 한편 이사회 진행 도중에도 서울 영등포구 율촌빌딩 방문진 건물 밖에서는 'MBC를 국민의 품으로, 공동대책위원회' 등 언론시민단체들이 "국민 절반을 사상범으로 모는 고영주 이사장은 사퇴하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유기철·이완기·최강욱 등 야당 추천 이사 3명은 이날 '고 이사장에 대한 불신임 결의의 건'을 안건으로 제출했다. "방문진은 공영방송 MBC를 관리·감독해야 한다, 그런데도 고 이사장은 자신의 이념적 편향성을 통념으로 강변하고, 국회에 나가 특정 다수를 '붉게 물들었다'는 식으로 폄훼해 국론 분열을 초래했으므로 심대한 결격 사유"라는 설명이다.
이들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즉각 고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완기 이사(야당 추천)는 "발언 논란에 관해 물었으나 (고 이사장은) 답변 의지가 없었다"며 "계속 이런 식이다보니, 저희로선 고 이사장이 MBC의 공적 책임을 맡으러 온 게 아니라 MBC를 망가트리러 온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제출된 결의안은 10일 후 자동으로 안건이 상정되며, 다음 이사회에서 논의를 거쳐 표결 여부를 결정한다. 이 경우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가결된다. 다음 방문진 이사회는 오는 10월 15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