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합계 출산율 1.25명으로, 도시국가를 제외하면 전 세계 꼴등(219위)을 기록한 우리나라에서 아이를 가진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명은 직장을 관둬야 할지도 모르고 학비와 같은 육아비를 부담하는 것 또한 허리띠를 보통 졸라매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이런 물리적인 기회비용이 아니더라도 육아는 사람을 정신적으로 피폐하게 만든다. 스트레스와 산후 우울증 등으로 아이를 학대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기도 한다.
아이가 걸음마를 떼고 뜀박질을 배우게 된다면 정말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악동, 시한폭탄으로 변모한다. 이처럼 집에서 아이와 끊임없는 씨름을 벌여야 하는 부모에게는 카페에서의 커피 한 잔 등 잠깐의 외출이 달콤한 낙이 되곤 한다. 그러나 '아이를 데리고 출입할 수 없습니다.'라는 푯말이 그들의 소소한 행복을 무참히 깨뜨린다. 아이를 두고 외출할 수는 없으니 결국 발길을 돌리고 만다. '이래서 한국은 아이를 갖기 힘든 나라구나.'라는 생각도 하면서.
반면에 웹상에서는 '맘충'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식당 테이블에 기저귀를 갈고 버리고 간다거나, 인테리어를 부수고 다른 손님에게 폐를 끼쳐도 나 몰라라 한다거나, 아이들이 명백한 잘못을 해도 "왜 우리 애 기죽이고 그래요!"라며 적반하장을 보인다는 하소연이다. 업주들이 하는 하소연도 많고, 일반 손님들이 하는 하소연도 많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그러는 것은 당연하니 이해한다지만, 그것을 감싸고 도는 부모들의 행태가 잘못이라는 것이다. 직접 낳은 부모들도 아이들 때문에 심한 스트레스를 겪으면서 남의 아이의 행동에 부모처럼 관대하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결국 노키즈존의 대상은 '아이'가 아닌 '부모'인 셈이다.
부모들만 손님은 아니다흔히 노키즈존을 다루면서 간과하는 것이 있다. 노키즈존 문제가 아이를 가진 부모와 업주 간의 갈등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손님의 다수는 아이를 데리고 오지 않은 일반 손님들이다. 또한 그들 모두는 자신들이 정당한 대가를 치르는 서비스를 제공 받는 데에 어떠한 방해도 개입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바는 초저출산국가인 한국에서 부모들의 권리를 억압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들만큼이나 다수인 일반 손님들의 권리 역시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어떠한 법적인 제재나 보호도 어려운 상태에서 일반 손님들에게 얌전히 피해를 감수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그것 또한 폭력이다.
실제로 일반 손님들은 노키즈존을 원하고 있다. 노키즈존을 운영하는 몇몇 업주들은 노키즈존 도입 후 오히려 매출이 증가했다고 뒷받침했다. 심지어 어느 육아 카페에서는 노키즈존을 찬성한 부모들이 더 많았다고도 한다. 모두가 동등한 권리를 가진 소비자라는 것을 감안할 때 업주들은 노키즈존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업주들에게 노키즈존은 불가피하다오줌을 받은 커피 컵을 두고 가는 부모, 남들이 식사를 해도 아랑곳 앉고 기저귀를 갈고 그것을 테이블 위에 그대로 두고 가는 부모, 여기저기 쏘다니며 민폐를 끼쳐 손님들의 항의가 빗발쳐도 방치하는 부모 등 영업에 막대한 손해를 끼쳐도 업주들은 도리가 없다.
철저한 을의 위치이기 때문에 인터넷에 악성적인 글을 올리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노심초사하며 굽실거리기 바쁘다. 법적인 보호 역시 기대할 수 없다. 민법 753조는 행위의 책임을 분별할 정도의 지능이 없는 미성년자에게는 배상의 책임이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물론 755조에서 미성년자를 감독한 보호자에게 배상의 책임이 있다고 하나 이 또한 제한적이다. 최근 한 식당에서는 아이의 실수로 아이가 다쳤는데도 법원은 업주에게 관리 소홀을 이유로 70%의 배상을 판결하였다. 업주들에게 노키즈존은 최선의 선택인 것이다.
업주들의 권리도 보호받아야 한다. 아이들은 사실 매출에 별 도움이 되지 않으며 가게를 훼손하거나 부주의로 다치기라도 하면 꼼짝없이 손해배상을 물어주는 등 재정적으로 큰 부담이다. 노키즈존을 운영하는 음식점을 단속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A구청은 개인 영업자의 사업전략에 해당하여 행정처분을 할 수 없다고 답한 바 있다. 사실 나이를 제한하는 클럽이나 여성전용 카페가 존재하는 등 마케팅적 이유로 출입을 제한하는 영업장은 이미 많다. 아이와 부모의 권리만큼 업주의 권리 역시 보호해야 한다.
혹자는 이러한 업주들의 권리행사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하지만,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거래거절이나 상대방 차별 취급을 금지하는 조항은 어디까지나 사업자 간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부당한 거래행위를 규제하는 법률이라 사업자와 소비자 간의 관계에서는 해당 사항이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모두가 상생하는 방법은 없을까대안으로서 적합한 것은 제한할 근거가 빈약한 노키즈존을 금지하려 노력하는 것보다 반대급부인 '키즈존'을 운영하는 업체를 장려하는 정책이 보다 바람직하다. 모든 업체가 노키즈존을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인 경험을 술회하는 것에 불과하지만, 적어도 필자는 수도권에 거주하면서 노키즈존을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내 주변의 반응 역시 동일하다. 우리 사회에서 노키즈존은 소수에 불과하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일반 영업장이나 아이를 둔 부모를 위한 키즈존을 운영하는 곳도 많으니 노키즈존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부모와 아이들이 갈 곳이 존재하므로 그들의 권리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논리적 비약이다.
우리는 얼마 있지도, 또 앞으로도 지배적일 가능성이 없는 노키즈존을 제한하기보다는 소비자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키즈존 영업장을 장려해야 한다. 사실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것은 추가적인 설비 투자가 필요하다.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지 않고서는 다른 손님들과 아이들과 부모 모두 만족할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규모의 영세업자들이 놀이방 같은 공간을 별도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칸막이와 재떨이만 있어도 가능한 흡연 부스도 반발이 심했던 것을 상기해보자. 노키즈존을 제한한다면 결국 이들은 무리하게 키즈존을 만들어야 하거나 만들지 않는다면 이전과 같은 피해에 노출돼야만 하는 절망적인 상황에 놓일 것이다.
따라서 이 대안은 창업하는 만큼 폐업하는 우리나라 자영업계의 현실을 고려할 때 적절치 않다. 그러므로 노키즈존을 제한하기보다는 정부가 일정 규모 이상의 가게에는 키즈존을 조성하도록 강제하고, 지원금을 지급하는 등의 정책을 펼쳐야 한다. 이와 같은 방법이 출산 장려 정책에도 위배되지 않는 모두가 상생하는 길이다.
실제로 키즈존을 운영하는 신세계 센텀시티점이나 현대백화점 판교점 같은 경우 아이를 둔 부모를 대상으로 마케팅한 결과 매출이 증가하였고, 좋은 선례를 따라 아이와 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키즈존은 업계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추세이다.
이와 같이 자유로운 시장 경쟁을 인정하고 키즈존을 장려하는 형식으로 업주의 권리를 존중하는 방향이 옳다. 가게는 업주와 고객 간의 쌍무적인 거래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키즈존이나 노키즈존 등 각기 다른 마케팅으로 어느 고객층을 유치할지는 전적으로 업주의 권한이며, 아이들과 함께 이용하고 싶은 부모들은 키즈존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조용히 이용하고 싶은 다른 손님들은 노키즈존으로, 그것이 상관없는 손님들은 아무 가게나 가는 자유시장의 형태를 조성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의 가치에도 부합하며,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상생의 유일한 방안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격닷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