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정권이 이용할 대상이 아닙니다."사진 속의 아버지는 입술을 꽉 다물었다. 어린 아들 둘과 나란히 어깨 동무를 하고 '국정 교과서 절대 반대!'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선 그. 아들과 함께여서인지 힘을 준 입술 주변엔 엷은 미소도 보였다.
지난 16일부터 시작된 <오마이뉴스>와 한국사국정화저지네트워크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 캠페인'에 참여한 부자의 모습이다.
국정화가 추진되면 그 교과서를 받아볼 중학교 3학년 학생부터, 자신의 차량 뒤편에 큼지막한 글씨로 '친일 독재 정당화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를 써 붙인 누리꾼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이 캠페인에는 나이와 직업을 불문하고 다양한 얼굴들이 모였다.
페이스북을 통해 '인증샷 올리기'에 참여한 남현준군은 "중학교 3학년인 저도 역사교과서 국정화 결사 반대합니다"라며 '역사 교과서 국정화 결사 반대, 국정 교과서로 배우는 것을 거부한다'로 시작하는 자신의 글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
학부모도 힘을 보탰다. '당당한 학부모,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라고 인쇄된 'A4 피켓'을 들고 선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원은 피켓 앞에 엄지를 치켜 세우기도 했다.
딸의 결혼식을 신문에 광고하면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메시지를 남긴 아버지도 있었다. 캠페인 참가자 강정철씨는 "15일자 <경남도민일보> '자유로운 광고면'을 사용하여 딸 아이 혼인식 광고를 하면서 광고면 테두리에 '나는 결단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합니다'라고 써서 의사를 나타냈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 광고면 인증샷을 찍어서 올렸다.
"새 교과서 중립적일 수 있을까" 의문에 캠페인 참여
선생님도 인증샷 보내기에 참여했다. 전북 장수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송욱진씨는 칠판 앞에서 '역사 왜곡 친일 독재 미화 한국사 국정화 반대'라 적힌 종이를 들고 섰다. 그는 1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 5학년 아이들이 처음으로 중학교에 올라가 배우게 될 역사책이다"라면서 "현 정권이 만드는 교과서가 과연 중립적일 수 있을까,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가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내용이 되면 어떡하나 하고 우려하는 마음에 참여하게 됐다"고 전했다.
한편, 자신을 '삼포세대'라고 소개한 누리꾼도 국정 교과서 반대 목소리를 더했다. 그는 "이전까지는 역사보다 먹고사는 문제를 생각하느라 바빴던 청년"이었다고 본인을 소개하며 국정화 추진에 대해 "대다수가 아직 제정신이다, 나라를 사랑하게 하려거든 꼼수 부리지 말고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라"고 비판했다.
그는 힘주어 쓴 '자신의 나라를 사랑하려거든 역사를 읽을 것이며, 다른 사람에게 나라를 사랑하게 하려거든 역사를 읽게 할 것이다'라는 문구를 함께 올리기도 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 캠페인'은 PC나 스마트폰을 켜고 기사 상단에 소개한 특별 페이지에 들어가 오마이뉴스, 네이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페이스북·카카오톡·구글플러스·싸이월드)로 로그인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사진을 첨부하고 싶다면 첨부창에서 인증샷을 선택한 후 '인증샷 올리기' 버튼을 누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