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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생들이 거리로 나섰습니다. 학생들은 거리 행진, 1인 시위, 대자보 부착 등의 방법으로 역사 국정교과서의 부당함을 알리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여러 차례에 걸쳐 우리 사회에 전하려고 합니다. - 기자말

17일 지하철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전혜린양의 모습
 17일 지하철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전혜린양의 모습
ⓒ 전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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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4시 경기도 김포시 통진고등학교 3학년생인 전혜린(18)양은 종각역에서 지하철을 탔다. 앞서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열린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청소년 2차 거리행동'에 참여한 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다.

혜린양은 거리행동에서 "잘못된 것(을) 알았을 때, 부조리할 때 용기를 낼 수 있는 게 교육의 목적 아니냐"고 발언해 박수를 받았다(관련 기사 : "근조 대한민국 역사교육" 성난 청소년들, 결국 거리로 나섰다).

혜린양의 집은 강화도다. 귀가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혜린양은 특별한 방법으로 귀가하기로 했다. '나는 그저 역사다운 역사를 원한다'라고 손수 쓴 손팻말을 꺼냈다. 여기엔 근조를 뜻하는 검은 띠를 둘렀다.

혜린양은 이후 5호선으로 갈아타고 종점인 방화역까지 간 뒤, 다시 송정역으로 돌아와서 버스를 타고 강화도로 향했다. 집에 들어간 오후 10시까지 6시간 동안 지하철과 버스 안,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에서 팻말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혜린양은 19일 오후 <오마이뉴스>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팻말이 안 보일까봐 계속 서 있었다"라고 말했다. 

고3 학생이 든 작은 팻말 하나는 지하철과 버스에서 많은 사람들을 울렸다. 혜린양은 "제게 다가와 '우리가 (행동)해야 하는데, 미안하다'라고 말하는 어른들이 많았다. 대부분은 눈물을 흘리면서 저를 안아줬고, 저도 하염없이 눈물을 펑펑 쏟았다"라면서 "물을 건네주는 분도 계셨고, 외국인도 응원했다. 이 때문에 끊임없이 울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저보다 어린 여학생은 '언니, 팻말 뜻이 뭐예요?'라고 물었다. 제가 설명해줬더니, 그 학생이 펑펑 울었다. 저도 울었다. 그랬더니 학생이 저를 안아주면서 '힘내세요. 제가 도와 드릴게요'라고 했다. 나 혼자가 아니구나, 하고 생각했다."

'나는 그저 역사다운 역사를 원한다'

시민들은 혜린양이 1인 시위하는 모습을 '폰카'에 담았고, 혜린양의 사진은 온라인에 퍼졌다. 혜린양은 다니는 학교 이름을 묻는 사람들에게 학교 이름도 알려줬다. 혜린양은 "이후 괜히 학교 이름을 말한 게 아닐까 하며 움츠러들었다"면서 "오늘 역사선생님께 관련 내용을 말씀드렸더니 '자랑스럽다'라고 하셨다. 다른 선생님들도 '잘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셔서 힘이 났다"라고 말했다.

- 고3 인데, 부모님이 걱정할 것 같다.
"부모님은 '네가 맞다고 생각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일의 이유가 확실하고, 네 소신이 그렇다면 세상 사람들이 모두 등 돌려도 네 편이 되고 싶다'라고 말씀하셨다. 감사했다."

- 역사 국정교과서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부·여당은) 정치적으로 이념을 끌어들여 (검정교과서는) 잘못됐다고 하면서 이것(국정교과서)을 보고 정상화라는 말을 쓴다. 역사 자체는 기록을 바탕으로 역사가가 서술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관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 이는 교과서에 분명히 명시돼있다. 역사 교육의 의의는 옳고 그름을 스스로 판단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다. 이것을 하나로 통일하는 게 말이 되나. 잘못된 것이다."

- 역사 국정교과서를 밀어붙이는 정부에 할 말이 있나.
"정부가 역사 교육 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교육의 중립성을 위반하는 행위이다. 배움의 목적, 교육의 목적을 부디 다시 한 번 고려해주셨으면 한다. 부정한다고 진실을 감출 수 없다. 저는 비록 강력한 힘을 가진 사람은 아니지만, 혼자가 아니고 우리이기 때문에 세상 바꿀 정도의 부드러운 힘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

혜린양은 앞으로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UCC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어 "끝까지 표현하고, 변화할 때까지 노력하겠다. 두고보세요"라고 전했다.

○ 편집ㅣ홍현진 기자



태그:#역사 국정교과서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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