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진안지역에서 마이산과 관련된 논쟁이 케이블카 설치로 거세지고 있다. 논쟁의 발단은 지자체의 수장이다. 공론화 과정도 없이 행사장이나 회의장에서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는 발언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이 점, 적절한 시점에 유감 표명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자체의 수장은 공인이다. 어느 곳에서나 격에 맞는 말과 행동이 따라야 한다. 케이블카 설치 사안은 그러한 예 중 하나이다. 특히 국비나 도비 등 지원 예산 없이 지자체 가용 예산으로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는 점은 즉흥적인 발상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안군의 가용예산은 1년에 400억에 불과한데, 여기에서 해마다 100억씩 3년을 투자한다고 하니 이런 예산 운용이 어디에 있는가? 가용예산을 100억을 마이산 케이블카 설치에 사용한다면 다른 분야 예산 운용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가정 살림도 수입에 맞추어 지출 범위를 정하는 법인데 지자체의 예산 운영이 실로 걱정되는 지점이다.
한편으로 지자체 수장의 마이산 케이블카 설치 발언으로 지역은 찬반으로 나뉜 형세가 되었다. 마이산 케이블카 설치 찬반 기자회견부터 1인 반대 시위를 비롯하여 "마이산 케이블카 설치만이 살 길이다" 라는 현수막 등이 등장하였다.
여기에 지역신문도 상당부분을 케이블카와 관련된 기사를 쏟아내었다. 이런 와중에 지자체는 마이산 케이블카 설치 타당성 조사 용역비를 의회에 제출했으나 부결되었다. 의회로서는 지자체에서 마이산 케이블카 설치와 관련된 공식적인 보고도 받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진안군은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을 거처야 한다. 마이산 케이블카 설치가 그리 시급성을 요하는 사업이 아니다. 마이산 케이블카 사업이 당장에 황금알을 낳는다는 사업이라는 보장도 없고 이미 수많은 자료에서 제시된 것처럼 염려되는 부분이 많다. 그렇다면 문제되는 점을 제대로 파악하여 실시해도 늦지 않다.
우선 토론회가 필요하다. 찬성과 반대 토론자를 선정하여 토론회를 열자. 감정적인 접근은 삼가야 한다. 환경적인 부분부터 경제적 타당성까지 면밀히 살필 수 있는 토론회가 진행되었으면 한다. 토론회는 한 차례로 끝내지 말고 분야 별로 몇 차례라도 진행하여 공론화 과정을 겪었으면 한다.
일단 군의회가 케이블카가 설치된 6개 지역에 대한 현지답사를 진행했다. 현지답사는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다. 여러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는 케이블카의 운용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여 과연 우리 지역에 설치할 것인지 타당한 것이 면밀히 살펴야 할 것이다.
이후 설치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면 진안군과 충분히 논의하여 없었던 일로 하면 좋겠고 잘 모르겠으면 지자체에서 요구한 마이산 케이블카 설치 타당성 조사 용역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겠다. 흔히 용역이 요식행위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제대로 된 타당성 조사 용역이 되도록 연구진을 구성하고 객관적인 자료가 되도록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용역 발주시의 과업지시서에 찬성측과 반대측의 주장을 충분히 조사 보고하도록 명시하여야 한다. 또 파급효과 등 검증이 어려운 막연한 개념을 사용하여 본질을 호도하는 행위가 없도록 분명한 계산방식을 보고서에 명시하도록 주문하여야 한다.
이후 공청회를 거쳐 마이산 케이블카 설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공청회 역시 요식행위로 끝나서는 안 된다. 치밀한 검증이 되도록 이해관계인이나 관심있는 사람들이 참여하여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본래 케이블카 설치와 같은 민감한 문제는 속전속결로 이루어질 수도, 이루어져서도 안 된다.
요사이 마이산 케이블카 설치 반대 단체를 중심으로 마이산 세계지질공원 유네스코 등재 민간추진위원회가 결성되었다. 세계지질공원 유네스코 등재는 지역에 의미 있는 일임은 두말 할 나위 없다. 지질공원은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살기 위하여 환경을 보존하자는 의미이다. 이 점 또한 이견을 낼 이유가 없다.
그러나 이항로 군수도 이미 마이산 국가지질공원 인증을 추진한다고 공약에 제시되어 있으며, 세계지질공원 유네스코 등재 사업 또한 지자체에서 추진해야 성과를 낼 사업이다. 그렇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추진이 어렵다.
그렇다면 따로 추진위를 만들게 아니라 진안군에 케이블카를 포기하고 지질공원추진을 촉구하는 것이 온당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어떤 목적이 있으면 그것을 실현하기 위하여 정확하게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된다.
지방자치제가 무엇인가? 민의를 수렴하는 과정을 중요시 하는 정치가 아닌가? 단체장 말 한 미디에 지역의 미래가 좌우될 사업이 졸속으로 시행되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마이산 케이블카 설치 공론화 과정을 충실히 해야만 한다.
덧붙이는 글 | 이진안신문(2015.10.19)에 게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