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호텔 34층 집무실 누가 쓸지 경쟁 말고 현장 노동자들 고통부터 해결하라."
롯데 노동자 고통은 아랑곳 않고 부자간-형제간 경영권 다툼이 한창인 롯데그룹 총수 일가를 향한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의 쓴 소리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2일 올해 '청년 착취 대상' 수상자로 뽑히는 불명예를 안았다. 총수 일가 경영권 다툼과 맞물려 롯데 계열사 노동자들의 부당한 처우가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유니온은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레드 카펫 위에서 2015년 외식·유통·관광 서비스 부문 '청년 착취 대상' 시상식을 열었다. 이날 시상식에선 롯데월드 마스코트인 '로티'가 신 회장 대신 상장과 꽃다발을 받았다.
롯데호텔 '초단기 일용직' 해고 논란 확산이날은 롯데호텔 뷔페식당에서 3개월 일하는 동안 매일 근로계약서를 쓰다 해고된 청년유니온 조합원 김영씨의 부당해고 소송 2심 공판이 있는 날이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해 8월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지만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6월 이에 불복한 호텔롯데 손을 들어줬다.(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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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최근 롯데호텔이 지난 7월 김씨와 같은 장기 일용직 노동자 10여 명을 해고하면서 퇴직금을 주는 대가로 이의제기나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하지 않는다는 합의서를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 철회하기도 했다.
김민수 위원장은 "노동계에 신동빈 회장에게 '착취 대상'을 주겠다고 했더니 하나같이 받을 만하다, 수상 자격이 충분하다고 입을 모았다"면서 "롯데 계열사에서 일해 본 젊은 사람들은 롯데가 사람을 가벼이 여기는 기업이라며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고 밝혔다.
실제 청년유니언이 최근 한 달간 롯데 계열사 아르바이트 온라인 채용 공고 207건을 분석했더니 서비스 부문 평균 시급은 5907원, 평균 월급은 103만 원에 그쳤다. 특히 롯데리아, 엔제리너스 같은 외식 부문 평균 시급은 5588원으로 법정 최저임금(5580원)에서 8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청년유니온은 롯데그룹 외식·유통·관광 분야 15개 브랜드, 9300여 개 사업체에 종사하는 서비스 부문 종사자는 15만 명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이날 시상식을 진행한 정준영 청년유니온 정책국장은 "신동빈 회장이 지난 8월 대국민사과를 하면서 청년 고용을 2만 명 이상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는데, 현장에서 일하는 청년 현실이 이렇게 비참한데 일자리 더 만든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꼬집었다.
"경영권 다툼에선 '준법' 강조하면서 해고자 불법 합의서 강요" 김 위원장은 "신동빈 회장이 중시하는 롯데 임직원 행동강령에는 '롯데 안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을 가족으로 느껴라, 동료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내 가족에 대한 것으로 생각하라'고 했는데 과연 신 회장이 생각하는 가족들이 누구인가"라고 따졌다.
송용덕 호텔롯데 대표이사는 지난 20일 신격호 총괄회장이 집무실 비서실장을 해임한 건 정식 인사 절차를 거치지 않아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표면적으로는 근로기준법과 인사 원칙을 강조했지만, 사실상 장남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차남 신동빈 회장 편에 서서 신격호 총괄회장의 구두 명령을 거부한 것이다.(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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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김민수 위원장은 "롯데 높은 임원들이 경영권을 다투면서 법을 논하는 걸 보고 (롯데그룹이) 법을 어겨 해고된 노동자들은 큰 모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면서 "롯데 사업체에 일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해고되고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고, 불합리한 구조로 고통을 느끼고 있는데 이런 건 고민하지 않고 저 34층 집무실을 누가 쓸 거냐 경쟁하는 게 최우선순위인 게 대기업 역할이냐"라고 지적했다.
청년유니온은 이날 롯데 쪽에 ▲서비스 부문 종사자 처우 개선과 ▲롯데호텔 부당해고 관련 행정소송을 철회하고 사과할 것, ▲재발 방지와 고용안정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