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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폰, 잠시 안녕.
스마트폰, 잠시 안녕. ⓒ pixabay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은 단순히 통화를 하고 메시지를 보내는 기능에서 한 단계 나아가 휴대용 컴퓨터 기능까지 탑재하고 있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밝힌 한국인의 평균 스마트폰 사용시간은 1시간 17분이다. 지난해에 비해 14분 증가한 수치다. 물론 여기서 중장년층을 제외한다면 사용시간은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해외여행을 나가도 길을 잃을 염려 없고, 당장에 가진 돈이 없어도 결제할 수 있으며 지루한 시간을 효과적으로 보낼 수 있는 스마트폰은 만능재주꾼이다. 하지만 너무 재미있고 편리하기에 중독되기도 쉽다. 당장 지하철을 타보라.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고개를 박고 있다. 이 현상은 과연 정상인 걸까?

나 역시도 스마트폰에 중독되었다. SNS계정을 들여다보느라 목과 팔이 아파 한의원도 가봤다. TV를 틀어놓은 채로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여행을 가도 주위의 풍경보다는 당장 내 손바닥 안의 기계를 보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던 어느 날 신기한 경험을 했다. 작은 화면이 답답해 컴퓨터를 켰는데 스마트폰으로 들여다보던 내용이 재미없게 느껴졌던 것이다. 내가 그렇게 찾아보던 블로그의 맛집 후기들과 연예계가십은 클릭조차 하지 않았다. 그동안 내가 편리하다는 이유로 필요 없는 정보와 재미에 시간을 낭비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래서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스마트폰을 끊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는 이상 휴대폰을 아예 끄거나 3G폰으로 바꾸기는 힘들었다. 요즘에는 업무상 이야기를 나눌 때도 문자가 아닌 메신저기능을 하는 앱들을 사용하지 않는가? 그래서 가지고는 있되 사용하지 않는 쪽으로 마음을 먹었다. 내가 세운 목표는 다음과 같았다.

첫째,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을 것(메신저 기능을 하는 앱만 제외).
둘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는 절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지 않을 것.
셋째, 휴대폰 없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고 기록할 것.
넷째, 4주 동안 중단 없이 지속할 것.

단, 부득이한 사정에 의해 예를 들면 요청을 받는다든가 일과 관련된 경우에는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사용이 10분을 넘지 않게 사용할 수 있는 예외를 두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세운 이 약속을 지켰다. 그러면서 틈틈이 일기를 썼다. 쉽지는 않았지만 덕분에 많은 것들을 얻었고 느꼈다. 앞으로의 연재기사를 통해 내가 느낀 것들을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9월 24일 오늘부터 1일

 그동안 멀리했던 다이어리 사용. 편리한 스마트폰 캘린더 대신에 손으로 직접 쓰기로 했다. 조금은 불편할 수 있지만 오히려 기록의 질과 양은 훨씬 좋아졌다. 그리고 글씨를 쓴다는 자체의 즐거움도 있었다. 비록 악필이라 쓸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기는 하지만.
그동안 멀리했던 다이어리 사용. 편리한 스마트폰 캘린더 대신에 손으로 직접 쓰기로 했다. 조금은 불편할 수 있지만 오히려 기록의 질과 양은 훨씬 좋아졌다. 그리고 글씨를 쓴다는 자체의 즐거움도 있었다. 비록 악필이라 쓸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기는 하지만. ⓒ 최하나

스마트폰을 쓰지 않기로 했다. 불편하겠지. 사실 요 며칠 미리 쓰는 걸 줄이는 연습을 했는데 답답하고 불편하기는 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현대문명'을 거부한다든가 '스마트폰' 및 '인터넷세계'에서 완전히 발을 빼겠다는 뜻은 아니다. 그래도 나의 시도가 누군가에게 의미가 되어주기를.

자, 나의 계획은 이렇다.

①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서핑 or SNS 금지(이건 타협의 의지가 없다)
② 컴퓨터는 사용가능하다. 단, 하루에 두 시간을 넘기지 않는다.
③ 야외에서 컴퓨터를 사용 시 공적인 업무로만 사용가능하되 인터넷은 사용하지 않는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답답해서 어떻게 사냐고 하겠다. 나도 슬그머니 겁이 나지만 이게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우리들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자. 스마트폰 없이 잘 지내지 않았는가? 그러니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지 생각해보자.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순간 제일 먼저 가까운 문구점에서 다이어리를 구입했다. 그동안은 휴대폰 일정표에 표시를 했는데 그 핑계로 자꾸만 들여다보고 싶어질 것 같았다. 중요한 일들과 일종의 스마트폰 금단현상을 다이어리에 기록하기로 했다.

첫날 스마트폰 금단증세
자꾸만 휴대폰케이스를 열었다 닫았다한다.
뭔가 필요치도 않은 걸 찾아보고 싶다(예를 들면 이번 주 편성표라든지 블로그의 맛집 후기라든지.)

주위사람들에게 물었습니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는지 간단하게 설문조사를 해본 결과
7명 중의 5명인 71.4%가 음악듣기를 꼽았다. 기타의 대답으로는 문자 보내기 혹은 책 읽기 등이 있었고 주변사람을 관찰한다는 답변도 있었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이 까마득하게 느껴질 정도로 익숙해졌나보다. 전화와 문자만 가능하던 시절, 우리는 어떻게 시간을 보냈을까?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이 까마득하게 느껴질 정도로 익숙해졌나보다. 전화와 문자만 가능하던 시절, 우리는 어떻게 시간을 보냈을까? ⓒ 최하나



#스마트폰#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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