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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촌 봉사를 왔던 성미산 학교 학생들의 율동이 펼쳐지고 있다.
농촌 봉사를 왔던 성미산 학교 학생들의 율동이 펼쳐지고 있다. ⓒ 김종술

"한수원이 금품, 향응, 물품 공세로 영덕주민들의 자존심을 더럽히고 있다. 주민들이 간절히 바라는 주민투표마저도 '불법'이라고 협박한다. 핵발전소가 들어서면 산과 바다가 방사능에 오염되고 아이들은 암과 온갖 질병으로 고통받을 것이다."

원전 반대 집회장에서 터져 나온 주민들의 이야기다. 300km가 넘는 거리를 달려야 하기에 오전 8시 서둘러 충남 공주에서 출발했다. 휴게소에는 가을 단풍처럼 울긋불긋 등산복을 입은 여행객들로 넘쳐난다. 포항에 접어들면서 바람이 심하게 불어온다.

바닷가 옆으로 '영덕 발전 방해하는 불순한 외부세력 몰아내자'라고 쓰인 (사)천지원전추진운영대책위의 현수막과 '11월 11일은 주민투표를 하는 날입니다'라고 쓰인 영덕핵발전소 주민투표 추진위원회의 현수막이 사이좋게 걸려있다. 

24일 오후 2시부터 영덕읍내에서 시작된 집회에는 주름 가득한 어르신들부터 구부정한 농촌 일손을 돕기 위해 찾았던 성미산 학생들, 녹색당,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등 탈핵관련 시민단체가 총집결했다. 붉은 머리띠를 둘러맨 참석자가 어림잡아 500명이 넘어 보였다.

'영덕 천지핵발전소 반대 범군민연대'와 '영덕핵발전소 유치찬반 주민투표 추진위원회'(아래: 추진위)가 공동으로 주체한 이 자리는 풍물 공연단을 선두로 성미산 학교 학생들의 율동으로 시작했다. 단체 소개와 추진 경위를 설명하는 것만으로 30분이 훌쩍 넘을 정도로 많은 단체에서 참가했다.

"주민분열 주장하는 선심성 회유책을 중단하라"

 영덕 군민들과 전국에서 모인 시민단체 등 500명이 넘게 참석했다.
영덕 군민들과 전국에서 모인 시민단체 등 500명이 넘게 참석했다. ⓒ 김종술

 영덕 군민들과 전국에서 모인 시민단체 등 500명이 넘게 참석했다.
영덕 군민들과 전국에서 모인 시민단체 등 500명이 넘게 참석했다. ⓒ 김종술

추진위원장인 백운해 목사는 "많이 찾아와주신 여러분의 노고를 가슴에 품고 영덕 주민투표에 승리할 것이다. 30년간 영덕 군민을 괴롭혀 온 핵으로부터의 승리자가 되어 30년간 핵 때문에 발생한 지역갈등을 극복하고 영덕을 더욱더 발전시키겠다"며 "우리 가슴 속 영덕의 패배주의를 극복하고 우리 스스로 영덕의 주인으로 우뚝 설 것이다. 주민투표에서 승리하여 정부의 잘못된 에너지 정책을 이곳 영덕에서 만들어 낼 것이다"라고 힘 주어 말했다. 그의 눈엔 눈물이 고였다.

이 자리에서 이강석 영덕군의회 의장은 "오늘 모든 기록을 다 가지고 왔다. 원전 찬성 측에서 말하는 '의회가 찬성했다가 왜 반대하느냐'는 이야기에 대해서 말씀드리겠다. 한수원이 영덕의회에 와서 원전을 받아들이면 (영덕에) 15조 가까이 지원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지원금은 1300억 원 정도로 백분의 일도 안 된다. 한수원과 산자부는 이렇게 약속을 하고도 군민들에게 단 한마디가 없다. 사기꾼보다도 못한 집단이다"라고 몰아 세웠다.

이 의장은 마지막으로 "전임 군수가 마지막에 산자부에 올라가서 협박했는지는 모르지만, '7~8호기를 영덕에 우선 보내주겠다'고 했던 약속이 있어서 2013년 7월 8일 산자부에서 보고하길 '영덕은 7~8호기를 못 받는다. 혹시 오더라도 영덕 군의회의 동의를 얻어야만 가능하다고 했다. 그런데 밤에 도둑고양이처럼 기어들어와 영덕에 한수원 지사를 차려서 외국연수, 국내여행 등을 보내주면서 군민 간의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재연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주민투표에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더 센 법이 있다. 헌법이다. 헌법 1조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군수, 국회의원, 도지사 등을 우리가 뽑았으니까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 세금으로 살아가는 머슴이다. 머슴이 상전이 될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국회의원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의사와 반한다면은 바꿔야 한다. 그것이 민주 공화국이고 헌법 정신이다. 집 앞에 쓰레기를 버리겠다고 하면, 주인 허락을 받고 비용까지 줘야 하는데 아무것도 안 주고 무조건 버리겠다고 한다. 더군다나 전기가 남아돌기 때문에 걱정하고 필요 없다고 한다. 그런데 강제로 영덕군에 설치한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11월 11일 주민들의 의견을 방해하는 자는 반 헌법, 반국가 사범이다"고 꼬집었다.

이어 황재철 경북도의원, 한국YWCA연합회 중점운동국 박은실 국장, 월성원전 이주대책위 황분희 어머니 등의 연대 발언에 이어졌다. 그리고 이복이 집행위원장의 투쟁 결의문 낭독과 삭발 및 혈서가 퍼포먼스로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원전반대를 외치며 시내를 돌아 영덕 군청으로 향했다.
참석자들은 원전반대를 외치며 시내를 돌아 영덕 군청으로 향했다. ⓒ 김종술

 참석자들은 원전반대를 외치며 시내를 돌아 영덕 군청으로 향했다.
참석자들은 원전반대를 외치며 시내를 돌아 영덕 군청으로 향했다. ⓒ 김종술

참석자들은 만장을 앞세우고 원전반대 문구가 적힌 상여를 선두로 투쟁결의문을 이희진 영덕 군수에게 전달하기 위해 거리행진에 나섰다. 시내를 돌고 돌아 찾아간 시청입구에는 경찰이 이미 포진하고 있었다. 조남궐 부군수가 대신 투쟁결의문을 받아가겠다고 했지만, 주민들은 이에 반대하며 전달하지 않았다.

 이희진 영덕 군수와의 면담을 요구하며 주민들이 주저앉았다. 대책위의 설득으로 오후 5시가 넘은 시간에 마지막 집회 장소인 강성호 국회의원 사무실 앞으로 이동했다.
이희진 영덕 군수와의 면담을 요구하며 주민들이 주저앉았다. 대책위의 설득으로 오후 5시가 넘은 시간에 마지막 집회 장소인 강성호 국회의원 사무실 앞으로 이동했다. ⓒ 김종술

한편, 대책위는 투쟁 결의문을 통해 '산자부는 천지 1, 2호기의 건설계획 추진을 전면 중단하고 영덕군민들의 주민투표 결과에 승복할 것을 약속하라!', '한수원은 주민분열을 조장하는 해외연수, 물품공세 등 선심성 회유책을 중단하라!', '강석호 국회의원과 이희진 군수는 주민투표 성공을 위해 앞장서라'고 요구했다.  

○ 편집ㅣ장지혜 기자



#핵발전소#주민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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