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후, 부평구 청천동에 있는 인천나비공원을 찾았다. 월요일이라 휴무인데도 적지 않은 주민이 산책하러 왔다. 공원으로 가는 길에 나비 모양의 조형물을 세워 시선을 끌었는데, 공원 안은 더 예뻤다. 알록달록한 바람개비와 화단을 조성한 게 눈에 띄었다. 전시실이 있는 자연교육센터 내부도 아기자기하게 꾸며 눈을 즐겁게 했다. 공원을 꾸미고 유지하는 사람들의 세심함이 엿보였다.
부평구가 관리·운영하고 있는 이 공원에서 근무하는 공원녹지과 고민수(46) 주무관을 만나 나비공원의 역사와 운영 현황, 향후 계획을 자세히 들었다. 고 주무관은 공원을 처음 만들 때부터 함께했다. 휴무일에는 자연교육센터 건물 내부에 출입할 수 없지만, 건물 밖 공원시설은 이용할 수 있다.
나비 하나가 동네를 바꾸다
"원래 이곳은 나환자촌이었어요. 나환자들이 닭을 사육하다가 쫓겨나고 공장이 들어서 청천농장으로 불리기도 했죠. 이러한 선입견이 있는 지역이라 나비공원을 만들고 이미지 개선을 위해 공원 진입로도 보기 좋게 조성했습니다."공원 진입로가 예쁘다는 말에, 고민수 주무관은 이 지역의 역사를 간단하게 설명했다. 나비공원은 지난 2004년 기본계획을 세운 후 모두 네 차례에 걸쳐 공사해 2009년 10월 개장했다.
"그전에 이곳은 무단 쓰레기를 쌓아두던 적치장이었어요. 부평구 관내 쓰레기를 모아놓은 곳이어서 지저분했죠. 청천동 지역이 낙후됐는데, 이 지역을 활성화하고 주민들이 쉴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으로 공원을 만들었습니다."그런데 왜 나비공원이었을까.
"공원을 조성할 때 박윤배 전 구청장이 재임하고 있었는데 박 전 구청장의 지인이 나비생태공원을 운영하고 있었나 봐요. 나비가 사람들에게 친숙한 곤충이라 추진했습니다. 신사임당이 그린 초충도에도 나비가 나오고, 호롱불이나 빗, 접시 등 옛날 물건들에도 나비문양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그만큼 나비가 우리들에게 친숙한 거죠."그러나 공원 조성은 단순하게 청천동의 이미지 개선차원만은 아니었다. 계양구에 있는 계양산에서부터 연수구 청량산까지 이어지는 인천의 녹지축을 살리기 위한 일환으로, 정책적으로 만든 것이다.
나비공원의 부지 면적은 약 17만8000㎡(5만 4000여 평)다. 자연공원으로서는 넓지 않은 규모에 동산이나 정원, 식물원 등을 아기자기하게 만들었다.
"공간은 작지만 아이들에게 여러 가지를 보여주고, 체험거리를 제공하려고 신경 썼습니다. 특히 지역주민이 휴식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게 장수산과 이어지는 산책로도 만들었고요."
공원은 장수산 아래에 있다. 인근 주민들은 아침이나 오후에 산책을 하러 이곳을 찾기도 한다. 연결된 산책로를 걷다보면 장수산을 지나 원적산에 이르게 된다.
산들이 높지 않아 노인들이 다니기에도 좋다. 주중에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아이들, 또는 초등학생 단체관람이 많다. 요즘에는 고등학교 과학반 학생들도 종종 다녀간다.
"특히 주말에는 가족단위 방문객이 많아요. 단체관람을 했던 아이들이 부모한테 좋다고 얘기해 같이 오는 경우가 많죠. 인천의 다른 자치구나 타 시·도에서도 많이 옵니다. 인터넷을 보고 오는 경우도 있고, 방문했던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오기도 합니다."지난해 관람객은 하루 평균 천 명 정도였다. 지난해에만 약 31만 명이 다녀갔고, 같은 해 3월엔 누적관람객 100만 명을 돌파했다. 이 수치는 자연교육센터 건물 안으로 들어온 사람만 센 것이다. 정원만 둘러본 사람까지 포함하면 상당히 많은 인원이 이곳을 찾았다.
"공원에 항상 변화를 줍니다. 어디를 갔을 때 똑같으면 더 이상 가지 않게 되는데 이곳은 계속 변화를 줘 재방문율이 높아요. 기획전시도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지금까지 진행한 기획전시는 '한국 나비표본 사진전', '나무와 곤충 체험전', '세계 딱정벌레 특별기획전', '한국 야생화 특별전', '세계 별난 곤충 특별전', '세계 나비 특별전' 등이다. 기자가 방문한 날에는 식·약용 곤충 특별전을 진행하고 있었다.
고 주무관은 "특히 이곳이 인기가 많은 이유는 나비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나비의 한살이를 다 볼 수 있어서"라며 "알에서 애벌레로, 번데기와 성충으로 변해 나비가 되는 전 과정을 살필 수 있고 나비들이 짝짓기를 하는 것까지 볼 수 있어 교육용으로도 좋다"라고 강조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나비 보유
우리나라에서 나비로 유명한 곳은 전라남도 함평이다. 매해 5월 나비축제를 여는데, 올해로 17년째다.
"함평은 나비를 매개로 축제를 발전시키고, 쌀 등 다양한 생산품을 브랜드화 하는 데 성공했죠. 그러나 함평에서는 나비를 가까이서 볼 수 없어요. 하지만 우리는 육안으로 직접 볼 수 있고, 5월부터 10월까지는 공원 안에 나비가 계속 날아다녀요. 전국에서 이렇게 많은 나비를 보유하고 있는 곳은 없습니다."나비를 소재로 한 생태공원은 서울·구리·아산·대구·남해·상주·예천 등이다. 전국에 분포해있고, 민간이 관리·운영하는 것까지를 포함하면 20여 개다.
전 세계에 서식하는 나비는 270~280여 종. 보통 10~20여 종이 가장 많이 분포한다. 현재 인천나비공원에서는 5개 종을 사육하고 있다.
"하루살이가 짧게 산다지만 몇 년까지 살기도 합니다. 날개 달린 곤충으로 사는 기간이 하루 정도라 하루살이라 하죠. 애벌레와 번데기, 성충까지의 과정을 포함하면 몇 년 삽니다. 그러나 나비는 알에서 깨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기간이 40~45일 정도입니다. 수명이 짧아 사육하기가 더 어렵죠. 추울 때는 겨울잠을 자는데, 이제 동면에 접어들 때입니다."다양한 나비의 생태를 볼 수 있어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좋아하는 이 공원은, 이제는 전시는 물론이거니와 지역주민을 위한 교육이나 힐링(heeling)을 할 수 있는 공간, 문화공원으로의 역할까지 하기 위해 모색 중이다.
"취약계층을 위한 공간으로 운영하려합니다. 예를 들면 청천동에 소년·소녀가장이 많은데 각 동 주민센터와 협력해 방과후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려해요. 곤충을 가지고 체험교육을 한다거나 재능기부를 받아 한자 교육을 진행할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단순한 공원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소외계층을 위한 문화 공간 등 복합적인 기능을 하게 할 생각입니다."얼마 전 인터넷에서 스티로폼을 먹는 곤충에 대한 기사가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고 주무관은 곤충이야말로 미래의 무한한 자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아이가 곤충을 키우고 싶어도 부모가 반대하는 경우가 많아요. 어느 교수가 논문에서 '애완용 곤충을 키우면 정서적 안정과 수업능력이 향상된다'는 결과를 발표했는데, 어른들한테는 아직도 곤충에 대한 선입견이 강하죠. '벌레 같은 놈'이라는 욕도 있잖아요. 그러나 우리 공원에서는 반딧불이처럼 추억의 곤충을 어른들이 볼 수 있게 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체험을,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