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정경두 공군참모총장님께 편지 드립니다.
저는 광주광역시 광산구청장 민형배입니다. 대한민국 영공 방위에 고생이 많으실 줄로 압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총장님과 우리 공군에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이 편지를 드리는 이유는 전투기 소음피해로 지역민이 겪을 '특별한 고통' 때문입니다. 각박한 문장입니다. 저와 지역사회의 마음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것으로 읽어 주십시오.
미7공군이 11월 2일부터 6일까지 5일간 광주군공항 일대에서 'Vigilant ACE 훈련'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소음피해에 대한 지역민의 우려가 큽니다. 총장님께서 소음피해 최소화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 주셨으면 합니다.
계획에 따르면, 5일 동안 24시간 내내 F15 전투기 등 한·미 공군기들이 약 100회 이·착륙합니다. F15 전투기는 기존 광주 상공을 날았던 F5 전투기보다 추력이 셉니다. 그 비행기가 한밤중인 자정부터 오전 8시 사이에 18회 비행합니다. 밤 시간의 소음 체감도는 낮 시간보다 훨씬 민감합니다. 이 훈련으로 시민들이 겪을 소음피해는 상상 이상일 것입니다. 그래서 '특별한 고통'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지자체를 책임지고 있는 단체장이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한·미 공군 대비태세 유지'라는 훈련 목적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하지만 지금 이 시기에 꼭 훈련을 할 수밖에 없는지 의문입니다. 군에 대한 민의 신뢰를 두텁게 하는 것도 훈련의 목적 중 하나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훈련은 신뢰를 엷게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간 전투기 소음피해에 시달려왔던 지역민들은, 지난 14일 군공항 소음피해보상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많이 실망하고 있습니다. 피해 주민의 80% 가량을 "피해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와서입니다. 지역민들은 "국가로부터 버림 받은 것 같다"면서 군 당국과 법원에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훈련 1주일 후인 12일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일입니다. 수험생들이 최고의 집중력과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할 시기입니다. 얼마 전, 전투기 소음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 분비량을 증가시켜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건강을 해친다는 조사연구 결과도 나왔습니다.
주민들은 크게 상심해 있고, 학생들은 아주 예민한 이 시기에 소음체감도가 가장 센 훈련을 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편지를 쓰고 있는 이 시간도 전투기 훈련비행은 굉음을 내며 계속되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27일 제1공군전투비행단 앞에서 훈련 취소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했습니다. 가을비를 맞았지만 아무렇지 않았습니다. 제가 시위를 마친 이후에도 시민들의 릴레이 1인 시위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다음날 미 7공군 사령부와 공군작전사령부는 언론인 설명회를 열고 소음 최소화 대책을 내놨습니다. 촉각을 곤두세웠던 저는 내용을 듣고 실망했습니다. 광주 16개 시민단체들도 이튿날 기자회견을 열어 "공군이 내놓은 소음대책이 기만에 불과하다"고 항의했습니다. 이것이 저와 시민들의 지금 심정입니다.
정 총장님과 광산구의 인연을 생각해 봅니다. 2010년 7월, 제가 초선 광산구청장으로 막 취임했을 당시 정 총장님은 이곳 광산구에 있는 공군 제1전투비행단장이셨습니다. 제가 민간 연계 의료서비스 사업 등 복지사각지대 없애기를 추진할 때, 제1전투비행단 공군병원이 함께 했습니다. 제1전투비행단은 나눔활동에도 활발히 참여했습니다.
군 공항 소음피해 문제가 있어 서먹한 가운데에서도 광산구와 제1전투비행단의 연대활동은 활발했고, 그 활동은 언제나 주민들의 복리를 돕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지역사회에 깊게 관심을 갖고 활동하시던 단장님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여러모로 귀감이 됐습니다.
정 단장님이 공군참모총장이 되셨을 때 많이 기뻤습니다. 그럴만한 역량을 충분히 갖춘 분이 필요한 자리에 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누구보다도 주민의 입장에서 소음피해 문제에 접근하실 분이다는 확신이 있어서였습니다.
존경하는 정경두 총장님! '전시작전 훈련'으로 주민들이 겪을 소음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을 찾아 주십시오. 훈련 시기의 적절성 여부를 전향적으로 검토해 주십시오. 군과 민의 신뢰를 더욱 두텁게 할 수 있는 훈련 방법을 찾아 주십시오.
날씨가 겨울 문턱을 넘었습니다. 많이 쌀쌀합니다. 건강하십시오.
2015년 10월 30일 광산구청장 민형배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