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교과서와 관련한 교육부의 홍보가 오히려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교육부는 30일(금) 오후 11시 20분께 "아이들의 역사 교과서, 한 번 관심 있게 보신 적 있나요? 역사 교과서는 진짜 대한민국 역사를 알려줘야 합니다"라는 설명을 달아 '국정 교과서 홍보 만화'를 페이스북과 블로그 등에 올렸다.
만화 내용은 이렇다. 현 검인정 역사 교과서가 학생들에게 '주체사상은 인간 중심의 새로운 철학사상'이라고 가르치고, '6·25 원인은 남한에도 있다'고 가르친다는 식으로 만화는 주장한다. 현 역사 교과서를 배운 만화 속 여학생은 "헐, 우리나라가 이런 나라였다니", "이 나라에 태어난 것이 싫다, 떠나고 싶고 부모님 세대도 다 한심하다"라고 얘기한다.
만화는 또 마치 검인정 교과서를 배운 학생이 '창피, 부정, 불만'을 느끼며 "이런 나라 필요 없어, 부끄러워"라고 말하고, 국정 교과서를 배운 학생이 '자랑, 긍정, 감사'를 느끼며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에 나도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할 것처럼 대비시켜 그렸다. 이는 "현재 교과서가 못난 역사를, 패배주의를 가르친다", "전체 책을 다 보면 그런 기운이 온다"고 말한 박근혜 대통령의 논리와 매우 흡사하다.
오는 11월 5일, 역사 교과서 국정화 확정 고시를 앞둔 가운데 교육부가 밤낮 주말도 없이 '국정화 홍보'에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교육부는 31일 토요일 오전 10시께에도 '올바른 역사 교과서 왜 필요한가, 일부 검정교과서에 6·25 전쟁 책임이 남북한 모두에게 있는 것처럼 돼 있다'라는 내용의 홍보성 카드뉴스를 올렸다.
교육부가 앞서 올린 이 '홍보 만화'는 31일 오전 10시 20분 현재, 올린 지 11시간 만에 약 1600회 공유됐다. 그러나 이를 비판하며 공유한 사람들이 대다수다. 누리꾼들은 "누가 역사를 부끄럽게 만들고 있나, 역사를 '부끄러운 패배주의'라 말하는 건 친일·독재 후손들뿐 아닌가", "교육부가 이런 형편없는 걸 내보내도 되나, 신고라도 하고 싶다"며 분노했다.
한 누리꾼은 교육부 만화를 공유하며 "이 게시물을 스팸으로 신고해버렸다. 페북에 게시하기에 부적절하고, 모욕감을 주며, 불쾌하고 부적절하고 재미없기 때문"이라고 쓰기도 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이 홍보 만화가, 한 보수 일간지에 만화를 그리는 특정 만화가의 그림체·서술방식과 닮았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형편없는 교육부 홍보물, 스팸으로 신고했습니다"교육부의 '무리한 홍보'를 비판하는 댓글들도 달렸다. 다음은 해당 게시물에 달린 댓글 중 '좋아요'를 많이 받은 내용이다(31일 오전 10시 30분 기준).
"저게 사실이면 교과서 검정해준 교육부 장관부터 국보법 위반으로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지금 올린 이 자료를 근거로 신고해도 되지요? (방OO, 좋아요 1216개)""(만화가) 어른을 부끄럽게 만들고 있어ㅋㅋ 한쪽으로 보지 마세요.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부분만 보기 위함이 아닙니다. 같은 실수를 다시 하지 말자는 의미도 있습니다. 어른들이 한심한 게 아니라 교육부가 한심합니다. (이OO, 좋아요 486개)""이상하다. 내가 우리나라의 치욕적인 역사를 배웠을 땐, '이런 나라 필요 없어. 부끄러워. 떠나겠어'가 아니라 '우리나라에 이런 일이 있었구나. 이 나라가 더 발전하려면 이런 것들이 필요하겠구나. 그 일에 나도 보탬이 되어야지.'라는 생각이었는데. (정OO, 좋아요 126개)""나는 부패한 정권들을 직접 갈아치운 우리 민중들의 역사가 자랑스럽습니다.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으로서, 그동안 역사 수업을 받으며 실망했던 대상은 부정한 정권이었지 우리나라 그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런데 뭐가 두려워서 역사를 바꾸려 하시나요. 과거가 부끄럽고 더럽다 해서 무작정 덮어놓고 숨겨버리면 되는 건가요? 그 과거를 반면교사로 삼아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는 건 저희 학생들도 알고 있습니다. (정OO, 좋아요 325개)"교육부는 앞서 30일 오후 7시께에도 카드뉴스를 통해 '올바른 역사교과서 왜 필요한가'라는 홍보물을 올리고 "북한의 선전문구를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 "부분 부분 교과서를 고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해 구설에 올랐다.
누리꾼들은 "학생이 바보인 줄 아나, 그 정도는 판단할 수 있다(유OO)", "그렇게 치면 '북한 선전문구를 그대로 반영한' 교과서를 검인정해준 교육부가 종북집단 아닌가(이OO)"라고 비판했다.
교육부는 토요일에도 게시글을 올리며 국정화 홍보에 나섰지만, 이와 관련한 전화는 받지 않았다. '홍보 만화'와 관련해 묻고자 수차례 연락했으나 교육부 대변인, 온라인홍보 담당자, 홍보업무 총괄팀장 등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