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김예나 = 건국대 캠퍼스에서 집단폐렴 환자 발생 후 방역당국의 조사가 1일로 엿새째를 맞고 있지만 사고의 원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방역당국은 의심환자에 대한 감염성 바이러스·세균에 대한 검사에서 '음성'이 계속 나오자 실험실 내 독성물질이 원인일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
환자 주위 사람 중 감염자가 나오지 않고 있으며 환자들 대부분이 실험실 근무자라는 점 역시 집단 발병의 원인이 살아있는 바이러스·세균이 아니라 독성물질일 것이라는 가능성을 높게 한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이날까지 파악된 의심환자는 49명이다. 이들은 이달 8일 이후 건국대 동물생명과학대학 건물을 이용하고 발열(기준 37.5℃)과 흉부방사선상 폐렴 소견이 확인된 사람들이다.
의심환자들은 모두 동물생명과학대 건물을 상시적으로 이용하는 근무자다.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 건물 4∼7층의 실험실에서 일했다.
방역당국은 이들 의심환자들에게 폐렴환자에게서 주로 보일 수 있는 16개 호흡기 세균·바이러스 검사를 진행했다. 이 중 흔한 감기 바이러스인 라이노 바이러스에서 양성 반응을 보인 환자가 일부 발견됐지만 다른 15개 검사에서는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다.
다행히도 이들 의심환자가 격리되기 전 같은 공간에서 생활했던 가족·지인 중에서 증상이 나타난 사례는 아직 없다. 방역당국이 집단 폐렴의 원인 물질이 사람 간 전파될 가능성이 작다고 보는 이유다.
방역당국은 특히 지난 25일 이 건물에서 입사시험을 치른 SK그룹 수험생 500명과 감독관 등에게서는 의심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실험실이 아닌 일반 강의실에 머물렀던 사람들이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은 의심 환자의 인체 검체를 검사해 세균·바이러스를 찾는 기존 방식과 실험실의 환경 검체를 조사하는 두 갈래를 축으로 원인 파악에 집중하고 있다.
의심 환자의 유전자·혈청 항체 검사를 계속 진행하는 한편 실험실내 화학적 물질을 통한 감염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독성학 등 광범위한 분야의 외부 전문가들을 투입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특히 실험 과정에 쓰인 유독성 물질 혹은 실험실 내 곰팡이 등이 공조·환기 시설을 통해 다른 실험실로 퍼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감염성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아닌 물질에 의한 폐렴 감염 여부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원인이 살아있는 병원체인지 아닌지(화학물질인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여러가지 증거로 볼 때 전파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굉장히 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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