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의 대조시장은 인도를 따라 길게 늘어서 있다. 사람이 오가는 인도와 차도 사이에 외벽을 만들고 가건물로 지은 특이한 형태의 시골스런 재래시장이다. 서울 한복판에 이런 모습의 재래시장이 있다는 게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이곳 재래시장의 맛있는 먹거리를 찾아본다. 불광역 대조시장에서 제일 먼저 만난 먹거리는 단풍김밥이다. 김밥은 우리국민들이 즐겨 찾는 국민간식이다. 돼지고기 부산물과 순대를 넣어 소박하고 맛깔난 30년 전통의 순대국도 있다. 날씨가 부쩍 차가워진 요즘,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왕만두와 찐빵도 유혹한다. 추억의 술빵도 있다.
찬바람이 불면 허기가 더 느껴진다. 이때 큼지막한 술빵이나 순대국 한 그릇이 허기를 면하기에 딱이다. 따끈한 왕만두나 찐빵 한 개만 먹어도 세상 부러울 게 없겠다. 뜨끈한 순대국 한 그릇에 소주 한 잔이 더해지면 더더욱 좋겠다.
북한산 단풍김밥엔 단풍잎이 들어있을까
단풍김밥이다. 이 가을에 참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김밥이 알록달록 단풍잎을 닮았을까. 아니면 단풍잎으로 김밥을 말았을까." 이런저런 상상을 해본다. 그런데 이게 웬일, 김밥을 보니 외관상으로는 여느 김밥과 별다를 게 없어 보인다.
이집 김밥의 특징은 좋은 품질의 식재료다. 김밥의 김은 전남 장흥의 무산 김, 쌀은 도정한지 2주 이내의 햅쌀이다. 이러한 좋은 재료를 이용해 정성으로 만드니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아마도 이집의 가게 이름도 한몫 단단히 했으리라. 맛돌이도 실은 단풍김밥이라는 상호에 단풍나무 잎을 이용한 김밥인줄 알고 "세상에 참 별난 김밥이 있네"라며 훅~ 했으니 말이다.
김밥은 식재료에 따라 그 이름도 달라진다. 가게 이름을 붙인 대표메뉴 단풍김밥을 비롯해 볶음김치김밥, 매콤진미채김밥, 크림치즈김밥 등 식재료에 따라 다양한 이름의 김밥도 선보인다.
늘 그렇듯 오늘도 역시 맛돌이는 이집의 대표메뉴를 골랐다. 이집의 단풍김밥 맛, 자극적이지 않고 순수한 게 너무 좋다.
순대국이 맛있는 집, 삼오옛날순대국
30년 전통의 순대국이다. 이 근처에서 푸짐하고 맛좋기로 소문난 순대국 한 그릇의 가격은 7천원이다. 식탁에는 깍두기와 배추김치 된장이 놓여있다. 앞 접시에 적당히 덜어내 먹으면 된다. 밥과 새우젓 양파 등은 내온다. 설설 끓고 있는 순대국에는 부추와 들깨가루를 듬뿍 뿌렸다.
소금 약간과 새우젓 다진양념으로 간을 했다. 한술 맛봤더니 역시 소문대로 맛이 예사롭지 않다. 고소한 맛이 일품인 데다 내용물도 푸짐하다. 뚝배기 순대국 한 그릇을 비워내고 나면 속이 든든해진다. 맛도 좋은 데다 인심도 후한 곳이다.
생활의 달인 뽕잎짱 왕만두, 추억의 술빵과 뽕잎찐빵
불광역 NC백화점 근처에 있는 뽕잎짱 왕만두다. 대조시장 길 건너편이다. 쫄깃한 맛에 추억이 담긴 술빵과 몸에 좋은 뽕잎을 넣어 때깔 고운 뽕잎찐빵이 맛있는 곳이다. 최근에 선보인 새우만두도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찐빵은 세 종류다. 쌀찐빵, 뽕잎찐빵, 흑미찐빵이다. 1인분 5개에 3500원이다. 막걸리 발효를 한 술빵은 1개에 3천원이다. 이들 찐빵과 술빵은 순수한 맛이 일품이다.
술빵은 옥수수 술빵과 흑미 술빵이 있다. 완두콩과 강낭콩 옥수수를 넣어 만든 술빵은 식감도 좋다. 쌀이 들어가 쫄깃쫄깃한 맛이 돋보인다. 생활의 달인에도 소개되었다고 한다. 동네에서 제법 알려진 인기 많은 곳이다.
대조시장을 걷다보면 군데군데에서 맛있는 먹거리를 만난다. 시골의 여느 장터처럼 정겹고 푸근하다. 딱히 별거 없어 보이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있을 건 다 있다. 광장시장처럼 북적이지 않아서 좋다. 통인시장이나 망원시장처럼 특별함이 없어도 좋다.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촌스런 이곳을 거닐며 소박한 음식들을 맛보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