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의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파장을 맞았던 국회가 9일부터 '반쪽 정상화'된다.
새누리당 원유철·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8일 오후 국회에서 회동을 열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각 상임위를 9일부터 정상 가동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같은 날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개최하는 것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이뤘다.
그러나 이뿐이었다. 양당 원내대표는 10일 본회의 개최를 포함한 정기국회 의사일정에는 합의하지 못한 채 돌아섰다. 양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정책위의장까지 함께 한 '3+3 회동'이었지만 구체적인 결과물은 만들지 못한 셈이다.
'반쪽 정상화'의 이유는 새정치연합에서 제안한 누리과정 예산의 정부지원과 전·월세 관련법에 대한 양당의 입장 차가 컸기 때문이었다. 새누리당은 이 같은 요구에 난색을 표하면서 10일 본회의 개의하고 무쟁점 법안을 우선처리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새누리당은 당론으로 발의한 이른 바 '노동개혁 5법'과 경제활성화 법안 등의 처리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가 내놓은 4대 개혁(공공·노동·금융·교육)은 우선순위도 틀렸고 옳은 내용도 아니다"라면서 새정치연합의 '4대 개혁(주거·중소기업·갑을·노동)'을 주장했던 것을 감안할 때 쉽게 수용하기 힘든 요구인 셈이다.(관련 기사 :
맞불 놓은 문재인 "민생 살릴 진짜 4대 개혁부터" )
'신경전' 오간 첫 만남, 예산·법안 심사 난항 예고사실 양당은 회동 시작 때부터 '신경전'을 벌였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한중 FTA 비준안과 노동개혁 5법, 선거구 획정, 경제활성화 법안들의 조속한 처리를 주장하며 "오늘 3+3 회동에서 의미 있는 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임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종걸 원내대표는 "비정규직이 630만명이 되며 동일한 일을 하면서 받지 못하게 된 임금이 한해 1000조 원에 가깝다, 이것이 경기침체의 원인이 되고 있다"라면서 "그럼에도 (정부는) 잘못된 노동시장 구조조정을 하고 있어 저희는 한시도 국회를 멀리할 수 없는 압박감에 빠져 있다"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이 가뭄 극복을 명분으로 재추진하고 있는 4대강 2차 정비사업 계획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이명박근혜' 정부에서 초기 26조 원이나 쏟아부었던 4대강 사업은 엄청난 재앙"이라며 "이번 가뭄을 봐서라도 이것(4대강)은 회복해야 할 문제지, 다시 국민에게 내밀 카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도 거론됐다. 최재천 새정치연합 정책위의장은 "온 나라를 갈등과 분열의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는 국정교과서 진행절차가 철회되기를 희망하고 그 부분에 대한 진전된 여야 간 논의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솔직히 말해서 우리 당은 형식·절차적으로 국정화 고시 강행이라는 결과를 낳은 것에 대해 패배를 자인한다"라면서도 "정치적·여론적으로는 저희가 완승했다고 감히 말씀드린다"라고도 말했다.
즉, 처음부터 양당이 의미 있는 결과물을 도출할 정도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 않았던 셈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오로지 민생 우선을 위해 모든 국회 일정을 정상화하기로 결정했다는 이종걸 대표의 발언은 허언이었다"라고 비난했다.
유의동 당 원내대변인은 회동 직후 브리핑을 통해 "새정치연합이 모든 합의의 선결조건으로 내세운 누리과정 예산과 전월세 문제는 양당 간에 이견이 좁혀지고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들어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버렸다"라면서 "지금이라도 새정치민주연합 원내지도부는 적극적으로 협상테이블에 나서주실 것을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양당 원내지도부는 이번 주 초 다시 의사일정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