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는 현재진행형입니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 이후 다른 사회를 만들어나가겠다는 우리들의 약속인 416인권선언 운동 또한 현재진행형입니다. 올 봄, 꿈을 현실로 바꿀 416인권선언 추진단 수백여명이 강원도에서 제주도까지 전국에서 모였습니다. 모습도 하는 일도 달랐지만 잊지 않겠다는 한마음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풀뿌리 토론을 이어나갔습니다.
이에 약 5개월 동안 전국 곳곳에서 풀뿌리 토론이 100여회 이상 열렸고 7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선언되어야 할 우리들의 권리를 이야기하였습니다. 오는 11월 28일, 우리들의 권리를 담은 이 특별한 선언이 추진단 모두가 모일 전체회의에서 토론될 예정입니다. 우리는 왜 416인권선언운동을 하는지, 416인권선언을 함께 만드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이 특별한 선언에는 어떤 권리들이 담겼는지 추진단분들을 만나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낱낱이 들여다보려 합니다.
먼저 첫번째로 추진단 박동호 신부님의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 본인 소개 부탁 드릴게요.저는 박동호 신부라고 하고요. 천주교 신부입니다. 서울교구에 소속돼 있고, 신정동 성당에서 일하고 있고, 서울교구 정의평화 위원회에서도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 정의구현사제단과 정의평화 위원회랑은 다른 건가요?정의구현사제단은 인권의 문제, 경제정의의 문제, 평화의 문제에서 뜻을 같이하는 신부님들이 임의로 때때로 모였다 흩어졌다 하는 거구요. 정의평화 위원회는 공식 교황청 산하에 있는 기구이고 각 교구마다 다 두게 돼있는 기구인데, 하는 일은 마찬가지로 인권의 문제, 경제정의의 문제, 평화의 문제, 연대의 문제에 공식적으로 활동하도록 설치돼 있는 기구입니다.
- 성직자로서 세월호를 접하셨을 때 어떤 느낌이셨는지요?믿지 않는 분들에겐 의미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성직자로서 저희는 지금 이 사회가 우리가 믿는 하느님의 나라를 세워가는 터전이어야 한다고 봐요. 저는 세월호 사건은 그 믿음을 붕괴시키려고 하는, 하느님을 몰아내려고 하는 세력들이 "너희들이 믿는 하느님 나라는 꿈도 꾸지 마라"라는 사인을 준 문제라고 느꼈어요.
세월호는 그 많은 생명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어가도록 하는 것을 전 국민이 보게 한 거잖아요. 그것은 어둠의 세력들이 시민들로 하여금 '나도 저렇게 될 수 있구나, 그렇지만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어'라는 걸 학습시킨 거죠. 아무리 착하게 살고 의롭게 살려고 해도 우리가 사는 세상 안에선 우리의 말을 들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려고 했던 어둠의 세력의 민낯이었다고 봐요. 신앙의 토대를 둔 성직자의 입장에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죠.
- 4.16 인권선언 추진단에 함께 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교회에서 인권은 양도할 수도 없고, 침해 받아서도 안되는 제일 소중한 가치이거든요. 교회에서는 인권을 증진함으로써 공동선을 실현해야 될 제1의 임무가 국가에게 있다고 교리 상으로 가르쳐요. 그리고 제일 중요한 권리가 생명권이에요. 그런데 세월호의 경우는 할 수 있었느냐 없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가장 큰 힘을 가지고 있는 국가가 반드시 해야 할, 생명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 않은 역사적 사건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함께하게 됐죠.
- 4.16 인권선언이 진행된 지도 시간이 꽤 흘렀는데요, 신부님께서 처음에 생각하셨던 4.16인권선언의 의미와 현재의 의미는 어떤 변화가 있으신가요?사실 처음엔 인권선언에 뜻이 있었다기보다 '우리에게 공동체는 무엇이고 국가는 무엇이어야 하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저런 일이 벌어지도록 하는 국가는 무엇인가?'라는 회의가 들 수 있잖아요. 그런데 그런 것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사람다운 삶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점에서 4.16 인권선언이란 것은 소극적으로 국가란 무엇인가 라는 물음이기도 하고 적극적으로는 사람을 물건취급 하려는 나쁜 것들 앞에서 사람은 돈이나 권력 앞에 휘둘리는 물건이 아니고 그보다 차원 높은 무엇임을 확인시키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요.
그리고 부모님들이 내 아이가 떠났는데 이 아이를 살려낼 수는 없고 해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아이들에게 좀 더 안전한 사회를 물려주기 위해서 엄마, 아빠가 노력했다. 그래야 나중에 죽어서 만나더라도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겠다고 하시며 움직이시는 것인데, 어느 시점에 가면 부모님들께서 '우리가 해 놓은 게 아무것도 없다'라고 느끼실 수도 있어요.
그런데 '그런 것이 아니다. 같은 마음으로 움직였던 사람들이 여전히 그곳에 있다. 그리고 세월호로 인해 대한민국의 인권에 대한 의식이 고취가 되었다'라는 것을 느끼실 수 있도록 4.16인권 선언을 남기는 것도 부모님들의 그런 뜻에 부합되는 것이라 생각이 돼요.
- 앞으로 어떤 인권선언이 되면 좋을까요?세월호가 단순히 헤프닝으로 벌어진 일이 아니고 사회의 부재, 공동체성의 붕괴를 드러낸 문제라고 봐요. 이것을 어떻게 해서든 바로 잡아야 훗날 미래 세대들은 지금 우리가 사는 세대를 '그래도 완벽하진 않지만 바로 잡으려고 했던 세대였다'라는 역사로라도 남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역할을 4.16인권 선언이 하길 바라요.
세월호를 통해 인권 의식을 고양시키는 것이 어른들에게도 필요해요.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아주 어린아이들에게 교육기관이나 가정에서부터 사람은 아주 존귀한 존재라는 인권 감수성을 길러주는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래요. 세월호의 원인이 된 이 사회의 문제점이 또다시 생기려 할 수는 있겠지만 그 인권감수성으로 자생적으로 억누르고 정화시킬 수 있도록이요.
- 추진단에게 한 말씀 한다면첫째는 자기 자신의 신념에 대한 신뢰를 가지시란 말씀을 해드리고 싶어요. '내가 이렇게 한다고 뭐가 되겠어?'라는 회의감이 들곤 하는데, 그런 것은 저쪽 사람들이 바라는 바에요. 스스로 무너지는 거니까요. 사람의 소중함이라는 신념의 신뢰를 가지고 하시라 말씀드리고 싶어요.
두번째로는 우리가 가진 신념의 목표는 사람의 소중함이란 것을 항상 염두에 두면서 가시란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서로 연대를 하는 과정에서 사사로운 이견이나 방법론적인 차이들이 생길 수가 있어요. 그렇더라도 제일 큰 가치인 그것을 잊지 않는다면, 지치지 않고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을 포용하며 힘을 확장시켜 나갈 수 있을 거예요.
덧붙이는 글 | 4.16인권선언 웹진 8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