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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비주류 갈등을 겨우 잠재운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이번에는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로 내홍에 빠졌다. 문재인 대표가 최근 광주에서 제안한 3자 공동지도체제를 둘러싸고 최고위원들의 의견이 엇갈리면서다.

20일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문 대표는 "지금 상황이 엄중하고 절박하다"라고 운을 떼며 문·안·박 연대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당원과 국민들은 하나로 힘을 모아 박근혜 정권에 맞서라고 명령하고 있다"라며 "혁신과 단합, 총선 승리를 위해 함께 하라는 당 안팎의 요청에 따라 문·안·박 연대를 제안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문·안·박 연대는 우리 당 단합의 출발이자 더 힘찬 혁신의 동력이 될 것"이라며 "그 이상의 방안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디 제 결단이 당에서 수용돼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기를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주승용 "비주류 비판한 문 대표, 사과해야"

그러나 '비노(비노무현)'로 분류되는 주승용 최고위원은 "문 대표의 생각에 동의할 수 없다"라며 반기를 들었다.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지도부의 거취를 당 대표 혼자서 결정한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는 이날 문·안·박 연대와 관련된 자신의 생각을 A4 용지 여러 장에 나눠 작성해왔다.

주 최고위원은 "지도부의 거취 문제를 최고위원과 한 마디 상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라며 "이런 당이 어디 있나, 선출직 최고위를 대표 혼자 마음대로 문 닫을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취급을 받으면서 최고위원으로 앉아있는 것이 부끄럽고 자존심 상한다"라고도 하소연했다.

박원순 시장이 공동지도체제에 참여하는 구상에도 이견을 보였다. 주 최고위원은 "우리 당의 소중한 자산인 박 시장을 앞세우면 새누리당에서 선거개입 논란으로 공격할 게 뻔하다"라며 "박 시장의 선거지도부 참여는 박근혜 대통령의 총선 개입에 비단길을 깔아주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문 대표가 3자 연대 제안 과정에서 비주류를 비판한 발언을 두고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문 대표는 지난 18일 조선대 강연에서 사실상 비주류를 겨냥해 "단합을 명분으로 혁신을 거부하고 기득권을 지키려는 움직임이 아직도 강하다", "대표를 끊임없이 흔들어 당을 분란 상태처럼 보이게 만드는 분들은 실제로는 자기 공천권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 최고위원은 "대표를 따르면 선한 사람이고 비판하면 악한 사람이라는 권위주의적 발상에 동의할 수 없다"라며 "혁신과 통합만을 강조하는 당 대표가 할 발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모두 적이 아니라 동지다, 당 대표가 아니라 계파 수장이라 해도 이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라고 규탄했다.

주 최고위원은 "대표의 선한 기득권은 보호받아야 하고 최고위원의 나쁜 기득권은 포기해야 한다는 것은 이율배반적 태도"라며 "또 다시 막강한 계파의 힘으로 중앙위원회 소집을 밀어붙이는 상황까지 가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정말 고통스럽게 말씀드렸다, 저의 충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줬으면 한다"라고 당부했다.

바로 옆에 앉은 문 대표는 간혹 미간을 찌푸리거나 눈을 지긋 감으며 주 최고위원의 발언을 들었다.

전병헌 "문·안·박 연대, 9회말 역전타 되길"

주류 쪽과 가까운 전병헌 최고위원은 3자 연대를 "매우 중요한 기회"라고 평가하며 문 대표의 제안에 힘을 실었다. 그는 "문·안·박 연대 제안 과정에서 절차나 표현, 내용에 미숙하고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라면서도 "결국 큰 틀에서는 우리 당의 위기를 해소할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전 최고위원은 "물론 (문 대표가) 안철수 의원의 혁신안에 구체적이고 성의 있는 답을 먼저 내놓는 것이 대전제가 돼야 한다"라며 "안 의원이 제안한 당 수권비전위원회를 기본 틀로 문·안·박 연대를 구성하자"라고 제안했다.

그는 전날 한국 야구팀이 '2015 WBSC 프리미어 12' 4강전에서 이대호 선수의 역전타로 일본을 꺾고 우승한 결과를 언급하며 "문·안·박 연대가 국민의 가슴을 후련하게 만드는 9회말 역전타가 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당의 운명이 풍전등화 같은 상황이다, 내부적으로 싸우는 모습만 계속 보이게 되면 결국 남는 건 공멸뿐이라는 것을 우리 스스로 잘 알고 있다"라며 "'생즉사 사즉생(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 하면 산다)'의 각오가 필요할 때"라고 덧붙였다.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열린 비공개 사전 회의에서 문·안·박 연대를 두고 논의했다. 주 최고위원은 이 자리에서도 이의를 제기했고, 문 대표는 아무런 답변 없이 듣기만 했다는 후문이다.

새누리당 "선관위, '문·안·박 연대' 선거법 위반 검토해야"

한편, 새누리당은 주 최고위원의 우려대로 '문·안·박 연대'를 문제 삼고 나섰다.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20일 오전 현안 브리핑을 통해 "또 다시 등장한 야권의 표퓰리즘 연대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야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당원과 의원들이 직접 뽑은 최고위원들을 허수아비로 만들자는 우스꽝스러운 일"이라고 힐난했다.

또한 김 대변인은 "박원순 시장이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고 정당의 지도부가 되겠다는 것은 명백한 정치행위이자 시민을 배신하는 행위"라며 "시장으로서 예산과 조직과 같은 행정력을 정치적 행위에 동원할 수도 있다"라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서울시청이라는 공공기관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선거연대와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법 위반여부를 엄중하게 검토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편집ㅣ손병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