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형 혁신학교 이름은 '행복나눔학교'입니다. 올해부터 행복나눔학교로 선정된 21개 학교에서 4년간 교실 혁신이 꾸준히 추진됩니다. 행복나눔학교가 공교육의 모델이 될 수 있을까요? 가고 싶은 학교, 행복한 교실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오마이뉴스>가 <충남도교육청>과 공동으로 행복나눔학교를 돌며 시행 1년을 들여다보았습니다. [편집자말] |
동성중학교(천안시 서북구 성환읍, 교장 유재흥)에는 야간자율학습이 없다. 대신 수십 개 동아리가 운영중이다. 학년별로 희망자를 선별해 편성한다.
"야간 자율학습을 해봤지만 효과가 없어 하지 않고 있어요. 대신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동아리 활동을 해요. 아이들 스스로 공부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한현미 교사)학교는 학생들이 동아리를 만들면 공간을 내주고 있다. 교사들은 1교사 1동아리를 맡아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을 체험학습과 연계시키고 있다. 동아리는 참 다양하다. 매년 동아리 축제도 연다. 올해 축제는 지난 10월 22일 열렸다. 오전에는 전시체험마당, 오후에는 경연과 공연마당으로 채워졌다.
동성중학교는? |
1961년부터 성환,음봉,직산지역 학생들의 배움터로 자리매김했다. 학년별로 4~6학급씩 모두 473명이 재학중이다. 교사 30명에 14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중학교지만 교과별로 교실(19개)을 지정, 대학처럼 이동수업을 하고 있다.
학생들을 위한 학생자치실, 교사들의 쉼터인 북카페, 다목적 라운지가 마련돼 있다. 2012년에 이어 올해에도 '충남 100대 교육과정 우수교'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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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축제는 특별했다. 기획에서 안내 포스터 준비, 오디션 진행, 평가까지 모든 과정을 학생 스스로 해냈다.
"우리 스스로 해보겠다고 다짐하고 일을 벌였죠. 동아리별 주체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회의를 열고 프로그램을 짰어요. 역할을 분담했죠." (3학년 홍수빈 학생)"호응이 정말 좋았어요. 대강당은 에어컨을 틀어야 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어요. 가장 인기 프로그램이요? 동성천왕이요. 가면을 쓰고 노래 대결하는 복면가왕을 본뜬 거예요. 가면 쓰고 노래 실력을 겨루는 거죠. 미스 미스터 동성 경연대회도 인기가 많았어요." (2학년 김효진 학생)'온 종일 동아리 축제'... 기획에서 평가까지 학생들 스스로
박지원 교사(학생자치부)는 "처음엔 아이들끼리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했다"며 "하지만 예년보다 오히려 잘 해내는 것을 보고 대견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동아리 축제뿐 아니라 입학식과 졸업식을 학생회가 주관해 학생 스스로의 힘으로 하고 있다"며 "학생의 자치력을 키우기 위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 학교는 또 학급회의를 통해 의견을 모으고 학급 규칙을 정하고 있다. 학교 생활규정을 만들 때도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4시. 교사들이 회의실에 모였다. 교감 선생님도 참석했다. '산책'(살아 있는 책 일기 모임)이다.
이날은 <생각의 탄생>(저자,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셸 루트번스타인)을 읽고 토론하는 시간이다. 이 책은 상상력을 학습하는 13가지 생각 도구에 관한 활용 글이다. 먼저 한현미 교사가 책의 내용을 짧게 정리하고 느낀 점을 얘기했다. 이어 다른 교사들이 자신들의 느낀 점을 돌아가며 이야기하며 토론했다.
교사 동아리 '산책' 그리고 '동행' "교사 성장하면 자양분은 아이에게..."
결론은 하나 같이 수업에 대한 성찰과 학습 방향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학생들에게 생각하는 힘을 길러줘야지, 새삼 생각했어요. 다양한 생각도구를 이용해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도록 해줘야 겠다고 생각했어요."또 다른 교사가 말을 잇는다.
"관찰은 눈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대목이 와닿았어요. 피카소는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본 것을 그려 추상화했다는 것도 와닿았구요. 아이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 제대로 관찰하는 노력을 하려고 해요."학생들에게 자기주도 학습동아리가 있다면 교사들에겐 교사학습공동체가 있다. 지난 2011년 시작된 '산책'은 학교 교사들의 책 읽기 모임이면서 수업혁신을 위한 성찰의 시간이다. 교사들간 교과과정에 대해 다양한 의견과 고민을 나누는 '동행' 모임도 운영 중이다.
"함께 책을 매개로 배우고 성장해요. 교사가 성장하면 그 자양분이 아이들에게 가죠." 동성중은 교사들의 이 같은 오랜 고민과 노력은 올해 행복나눔학교(충남형 혁신학교)로 이어졌다. 한현미 교사가 당시를 설명했다.
"지난해 10월이었어요. 행복나눔학교를 할까 말까를 토론하고 찬반 투표 끝에 결정했어요. 반대하는 교사들은 안 그래도 많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일거리만 하나 더 늘어나는 것 아니냐며 다른 학교의 진행 과정을 지켜 보고 신중히 가자는 의견이었어요."- 행복나눔학교를 하자는 교사들은 어떤 의견을 냈나요?"단순히 이벤트 행사가 아닌 교육의 본질로 가자고 했어요. 이참에 수업에만 전념해 선생님을 좀 더 아이들에게 돌려주자고 했죠. 필요 없는 교육과정은 빼자고 했어요."
- 행복나눔학교를 한 지 1년이 됐는데 지금 평가는 어때요?"다들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교무행정사 도움으로 불필요한 업무도 많이 줄었어요. 반대하신 분도 '너무 좋다'고 해요."
- 행복나눔학교는 네모다. 네모 안을 채운다면요?"선생님을 아이들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 지역사회와 연계는 잘 되고 있나요?"지역사회와 함께 하려고 여전히 노력중이에요.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진로협력캠프나 일터 현장체험 등을 벌이고 있어요. 학부모들도 도서기금바자회 등으로 참여하고 있어요."
- 행복나눔학교를 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을 꼽자면요?"교사들이 편안하게 다양한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해요. 그래야 질 높은 방안이 나올 수 있어요."
"공모사업 없애고 학교 기본예산 늘려달라"- 행복나눔학교를 하려고 고민 중인 학교에 조언을 한다면요?"함께 천천히, 자기만의 특징을 살리면서 해야 해요. 교사들간 공감대 형성이 필요해요. 출발은 그 다음이에요."
그에게 끝으로 충남교육청에 건의할 내용이 없냐고 물었다.
"학생자치와 생활교육에 대한 다양한 실사례를 공유할 수 있게 했으면 좋겠어요. 또 하나 있어요. 진짜 중요한 건데요. 각종 공모사업 없애고요, 대신 학교 기본예산 좀 늘려줬으면 해요. 공모로 받은 예산은 그 부분에만 써야해서 낭비하게 되거나 유용하지 않은 때가 많아요. 학교기본예산을 주면 융통성 있게 쓸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