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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관심이 거품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커밍아웃으로 인해 제가 주목받은 부분보다는 앞으로 서울대 총학의 변화와 정책 실현에 관심 두고 지켜봐 달라. 저도 12월 1일 임기 시작부터, 공약을 어떻게 현명하게 실천해 나갈지 고민하는 학생회장이 되겠다."

제58대 총학생회 선거에서 당선된 '디테일' 선거운동본부의 정후보 김보미(24·여·소비자아동 12학번)씨의 말이다. 첫 커밍아웃 총학생회장으로 알려진 김씨는 23일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장윤선의 팟짱>에 출연해 "(서울대가) 성적 지향이나 신체적 불편, 성별 등 조건에 의해 차별을 받지 않는 공간이 되길 꿈꿨다고 말했다.

 11월 19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학생회관에서 당선 결과를 통보받은 김보미 58대 서울대 총학생회장(사진 가운데 안경 쓴 학생) 당선인이 친구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11월 19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학생회관에서 당선 결과를 통보받은 김보미 58대 서울대 총학생회장(사진 가운데 안경 쓴 학생) 당선인이 친구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 김보미

김씨는 지난 5일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 정책간담회에서 "사람들이 가진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긍정하고 사랑하며 당당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면서 "저는 레즈비언"이라고 밝혔다. 이후 선거에서 투표율 53.4%(실투표율, 서울대 총학 선관위 집계)로 디테일 선본(부후보는 김민석·20·남·정치외교 14)이 최종 당선됐다.

김씨가 2012년 8월 군인권센터에서 인턴을 한 인연으로, 이날 인터뷰에는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도 참석했다. 그는 "공약 중 '교양 강좌를 통해 성희롱·성폭력·군 인권·장애·성 소수자 등 관련 교육을 학교에 요구하겠다'는 내용도 있다"며 "인권을 표방해 당선된 총학생회장은 처음이다, 대학 내 인권의 시금석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 인터뷰에서 "학생들 사이에 '총학이 내게 뭘 해줘'라는 불신이 있었다"며 "총학으로 인해 학생들 삶이 좀 좋아져야 한다", "성희롱 방지 교육은 물론 교수와 학생 사이 갑을관계 해소 등 학생들과 계속 소통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학생)복지, 장애인 복지 모두 '권리'문제로 접근방식을 풀어가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임 소장은 "그간 학생사회는 소위 거대담론에 집중한 경향이 있었다"며 "이제 디테일 선본이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보미씨가 <오마이뉴스>에 출연해 말한 인터뷰 내용을 1문 1답으로 요약한 것이다. 자세한 인터뷰는 <장윤선의 팟짱>을 통해 들을 수 있다.

"행복하려고 커밍아웃했다, 솔직한 모습 보이고 싶었다"

- 본인의 커밍아웃이 이렇게 주목을 받을지 짐작했나.
"제가 커밍아웃을 한 게 정책간담회였다. 이게 이슈가 될 거라고는 어느 정도 예상했는데 이렇게 (반향이) 클지 몰랐다. 좀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커밍아웃이 갖는 의미가 크다고 봤다. (커밍아웃을) 해서 선거 전에 솔직한 모습을 보여드린 다음, 투표 결과를 받는 게 맞는다고 판단했다. 유권자에게 선택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 국내 대학을 통틀어 처음인 것 같다.
"커밍아웃을 한 건 처음이다. 사실 형제들에게는 미리 얘기했었다. 부모님은 처음에는 언성을 많이 높이셨다. 아버지는 '선거 당장 때려치우고 집으로 들어와', 어머니는 '(커밍아웃하는) 페이스북 글 내려라, 엄마·아빠는 어떻게 살라고 하느냐'고 하시기도 했다. 언니가 많은 응원을 해줬고 부모님께도 '보미는 옳은 일을 한 것' 이렇게 설득해줘서 지금은 (부모님의 반응이) 많이 나아진 편이다." 

- 만약 제게 상담했다면 저는 말렸을 것 같다. 가부장제 탓인지 한국 사회는 성 소수자들에게 매우 가혹한 편으로, 심하면 집에서 쫓겨나 자살하기도 한다. (임태훈)
"지난주에도 한 분이 자살하셔서 그분을 꼭 애도하고 싶었다. 그리고 저 또한 그런 차별을 받고 싶지 않아서 커밍아웃한 것도 있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감당해야 하는 게 당연히 있다. 저는 저 자신이 행복하기 위해 커밍아웃을 한 것이고, 부모님도 그런 저를 이해해 주려 하셔서 행복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김보미씨는 11월 5일 오후 서울대 인문대에서 열린 서울대 총학 선거 공동정책간담회(사진)에서 본인이 동성애자임을 밝혔다.
김보미씨는 11월 5일 오후 서울대 인문대에서 열린 서울대 총학 선거 공동정책간담회(사진)에서 본인이 동성애자임을 밝혔다. ⓒ <서울대저널> 김대현 사진기자

"서울대, 성별·신체적 불편 등 차별 없는 공간이길"

- 당선 소감 중 '학내 구성원 권리 보장'을 언급했다.
"권리라는 건 가장 기본적으로 보장돼야 하는 마지노선이 있는 것 같다. 재작년 11월부터 이어진 성희롱·성폭력 사건, 봄축제에서의 차별 발언 등... (서울대가) 성적 지향이나 신체적 불편함, 성별 등 조건에 의해 차별을 받거나 그게 혐오로 드러나 폭력이 되지 않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 그런 공간을 꿈꿨다." 

- 선거 슬로건이 '다양성을 위한 하나의 움직임'인데. 서울대가 어떻게 바뀌게 될까.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집결체로서 민주주의 근간을 바탕으로 투표하고 성사된다. 총학은 학생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대변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여기서 움직임은 하나로 보이되, 다만 그 목소리가 집결되는 과정에서 각자 가진 고유의 색깔을 바탕으로 목소리가 나오고, 그걸 합의해 나가고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어갈 것이다."

- 디테일 선본이 내건 대표적인 공약을 말하면. 
"선거를 통해 4일 만에 당선된 게(재투표 없이)1998년 이후 18년 만에 처음이었다. 인권에도 크게 중점을 뒀고, 동시에 학생 자치와 학교 운영체제에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부분과 관련된 공약을 큰 틀로 가져왔다."

- 공약 중 '학기 초 학생 대상 외부인 전도 제재'라는 내용이 논란이 됐다.
"굉장히 많은 오해를 불러왔던 공약이다. 일각에선 '김보미의 커밍아웃도 계획된 것', 이런 얘기도 있었는데, 이건 사실 신실한 기독교인인 부총학생회장이 낸 공약이다.

학교 기숙사 입주철에 외부인들이 기숙사에 와서 전도하려는 시도 등 때문에 기독교에 대한 분위기가 안 좋다. '과하지 않게 하자'는 의미였고, 달리 보면 이게 오히려 학내에서 기독교가 인정받고 이해받을 방법이라고 봤다. 일부 언론에서 부풀려진 감이 있는데, 서울기독교연합을 만나서 얘기하기로 했다."

- 최근 학생 운동 자체가 학생들에게 외면당하는 게 아닌가 싶다.
"친구들과 얘기하면 '총학이 내게 뭘 해줘, 있어 봐야 뭐가 좋나'라는 불신이 있다. 이걸 어떻게 깰까 고민하다 '학생들 삶으로 우리가 들어가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래서 3월 선거 때 '복지' 공약을 많이 냈다. 총학으로 인해 학생들 삶이 좀 좋아져야 하거든.

단순 복지를 넘어서, 성폭력·성희롱 교육은 물론 교수와 학생 사이 갑을관계 해소를 위한 노력도 했다. 예전 (학생 대상) 조사에서 나온 건데, 술자리에서 교수가 '오빠라고 하면 A+, 교수님이라고 하면 F를 준다' 이런 얘기를 한 적도 있다더라. 그런 사건들을 책임지고 해결하려 했고, 학생들과 계속 소통하려고 노력했다."

"등록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아는 것도 학생의 당연한 권리"

- 주변의 기대가 크다. 학생회장으로서의 각오를 말한다면?
"학생들은 정치적 움직임이라고 하면 약간 거부감을 느끼지만, 이걸 '권리'라고 하면 좀 더 쉽게 받아들인다. 성희롱·성폭력 피해를 받지 않고 안전히 생활하는 것, 등록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아는 것 모두 당연한 학생의 권리이니 우리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어필하는 게 중요했다.

복지도 마찬가지다. 등록금에서 학생들을 위해 써야 하는 비용, 장애인 복지도 모두 권리의 문제라고 얘기하면, 학생들은 '이걸 내가 갖고 있었던 거야? 그럼 우리도 누려야겠네'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접근방식에 대해 그렇게 풀어가려고 한다."

- 인권, 또는 등록금 이슈와 관련해 혹시 다른 대학과 연계할 생각도 있나. (임태훈)
"일단 시험 삼아 해 보고, 잘 되면 자료 협조나 시행착오 공유 등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등록금 문제도 사립대는 '사이다(사립대학 이대로는 아니 된다)', 국립대도 따로 모임이 있다. 등록금심의위원회 준비 등은 다른 대학과 연계해서 프레임을 짜보는 것도 재미있는 활동이 될 것 같다."

- 독자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에 대한 악성 댓글도 있고, 지지·응원해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이런 많은 관심이 거품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커밍아웃으로 인해 제가 주목받은 부분보다는 앞으로 서울대 총학의 변화와 정책 실현에 관심 두고 지켜봐 달라. 저도 12월 1일 임기 시작부터 공약을 어떻게 현명하게 실천할지 고민하는 학생회장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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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ㅣ박정훈 기자



#김보미#성소수자 총학#김보미 서울대#김보미 레즈비언#성소수자 총학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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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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