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를 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백종천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의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12부(이원형 부장판사)는 24일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과 공용전자기록 손상 혐의로 기소된 백 전 실장 등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이 옳다며 검찰 항소를 기각했다.
항소심 역시 1심과 마찬가지로 이들이 삭제했다는 회의록 초본을 '대통령 기록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결재권자의 결재가 예정된 문서는 그 결재가 있을 때 비로소 기록물로 생산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파일이 첨부된 이 사건 문서관리카드는 결재가 예정된 문서이므로 대통령 결재가 없이는 대통령 기록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대통령이 문서를 열람 처리한 이상 결재가 이뤄진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검찰 주장에는 "노 대통령은 문서 열람 뒤 '처리의견'란에 재검토 지시가 담긴 파일을 첨부했으므로 이 파일을 그대로 승낙하지 않는다는 취지가 명백하다. 결재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용전자기록 손상 혐의도 "수정·보완된 회의록이 국가정보원에 제공된 사정까지 보면 완성된 회의록이 있는 이상 초본에 불과한 이 회의록 파일은 더 이상 공용전자기록이라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백 전 실장은 선고 직후 "2심 재판부가 공명정대하게 이 사건을 판단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회의록 폐기 논란은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12년 10월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당시 서해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을 했다"고 말하면서 불거졌다.
NLL 포기 발언과 관련된 정쟁 끝에 새누리당은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고의로 폐기·은닉됐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참여정부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수사 결과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자신의 발언을 감추려고 백 전 실장 등에게 회의록을 이관하지 말라고 지시해 이들이 회의록 초본을 삭제했다고 보고 2013년 11월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이동근 부장판사)는 올해 2월 대통령 기록물의 성립 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하며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