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의 선택은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지도체제'가 아닌 '혁신전당대회'(아래 혁신전대)였다. 안 전 공동대표는 '당권을 나누자'는 문재인 대표의 제안을 거부하면서 역제안을 했다. 권력 분점이 아니라 권력 경쟁을 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문 대표는 안타까움을 표했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중간에서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안 전 공동대표는 2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안·박 연대만으로는 당의 활로를 여는 데 충분하지 않고, 화합이 이뤄질지도 미지수"라며 "야권 전체가 공멸할 수 있는 위기 상황에서 혁신전대로 새로 거듭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말했다. 지난 18일 문 대표의 제안이 있은 이후 10여 일 만에 내린 결정이다.
안 전 공동대표는 기자회견에서 "혁신전대만이 당내 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의 안"이라며 "혁신과 집권에 대한 생각을 놓고 경쟁을 벌여야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해야 새로운 대표와 지도부가 정통성을 부여받고, 총선을 이끌 수 있다"라면서 "이것이 문 대표에게도 리더십을 회복하는 좋은 기회"라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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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문안박' 거부, '혁신전당대회개최' 역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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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교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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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권 도전 선언한 안철수애초 안 전 공동대표가 문 대표의 제안을 수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앞서 문 대표는 안 전 공동대표에게 '혁신위원장'과 '인재영입위원장'을 제안하기도 했다. 문 대표 측은 일부 권한을 안 전 공동대표와 나누더라도 협력적 관계를 형성하게 되면 당내 비주류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안 전 공동대표는 협력자가 아닌 경쟁자를 꿈꾸고 있었다. 그는 혁신위원장 제안을 거절하고 당 혁신위원회의 활동 결과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후 자체 혁신안을 제시하고 문 대표의 인재영입위원장 제안을 거부했다. 당 대표의 권한을 나누는 '문·안·박 연대'를 거부하고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안 전 공동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문 대표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사람이 혁신안을 가지고 경쟁하는 것이 옳다, 나도 (혁신전대에) 나갈 용의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계파도, 조직도 없다, 세력은 더더욱 없다"라면서 "나에게는 굉장히 큰 시련이 될 수도 있지만, 당의 혁신에 밀알이 된다면 언제든지 몸을 던질 각오가 돼 있다"라고 밝혔다.
안 전 공동대표가 제안한 '혁신전대'는 박영선 전 원내대표, 김부겸 대구 수성갑 지역위원장 등 당내 중도적 성향의 인사들의 그룹인 '통합행동'의 제안과 동일하다. 신당을 준비 중인 무소속 천정배 의원, 정동영 전 상임고문 등 야권을 대표하는 인사들이 모두 전당대회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 전 공동대표는 "새로운 지도부가 혁신을 실천하면서 야권 인사 모두가 참여하는 '통합적 국민저항체제'를 제안한다면 당 밖의 많은 분들의 결단을 기대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집단지도체제도 가능성을 열어놓고 싶다"라면서 "혁신전대를 준비하며 지도체제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것이고, 국민 관심이 커질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사퇴하고 다시 전당대회 출마?안 전 공동대표의 역제안을 받은 문재인 대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문·안·박 연대는) 내가 개인적으로 제안한 것이 아니었다"라며 "지금 당에 꼭 필요한 혁신과 단합을 이루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당내에서 많은 분들이 요구해서 받아들인 것인데, 성사되지 않아서 아쉽다"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당의 단합과 함께 천정배 신당추진위원회 등과 연대를 이뤄 박근혜 정권의 독재·독주·독선을 막아야 한다는 점은 공감한다"라며 "안 전 공동대표의 제안에 대해선 최고위원을 비롯해 당내 의견을 더 듣고 난 뒤에 판단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제는 정반대로 문 대표가 대답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나 문 대표 역시 안 전 공동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다시 전당대회를 치러야 하는 명분이 부족하다. 문 대표 역시 지난 2월에 치러진 임시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됐다. 당원과 국민들이 직접 뽑은 당 대표가 사퇴하고 그 당 대표가 포함된 전당대회를 다시 치른다는 것 자체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당 통합을 위해 다시 전당대회를 열자는 것 자체가 이상한 발상"이라면서 "문 대표가 사퇴한다면 오히려 당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 역시 "전당대회를 하게 되면 각 후보들 사이에 논쟁이 벌어질 수 있다, 특히 전당대회 룰과 관련한 잡음이 생길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문·안·박 연대'로 갈라졌던 새정치, 이제 '혁신전대' 놓고 논쟁안 전 공동대표의 제안이 당내에 미칠 후폭풍도 심상치 않다. 지난 10여 일 동안 새정치연합은 '문·안·박 연대'를 두고 찬반으로 나뉜 상태였다. 이제는 안 전 공동대표의 제안을 놓고 각각의 세력들이 또다시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문 대표를 압박하는 목소리가 이어질 것이고, 설령 문 대표가 제안을 수용하더라도 그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제기될 수 있다.
벌써 주승용 최고위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 전 대표의 생각에 공감한다"라며 논쟁에 가세했다. 주 최고위원은 "안 전 대표는 당내의 다양한 목소리를 존중하면서 당의 혼란과 분열을 끝낼 수 있는 방안을 내놨다"라며 "혁신전대는 흔들리는 호남 민심을 잡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전당대회는 국민과 당원의 뜻에 따라 당의 진로를 결정할 수 있는 가장 권위 있는 민주적 절차"라며 "누구나 그 결과에 승복할 수 있고, 승복해야 하는 통합의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더 이상의 혼란은 당을 공멸의 길로 내몰게 될 것"이라면서 문 대표를 압박했다.
박지원 의원 역시 "백지상태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안 전 대표의 고민은 비단 안 대표만의 의견이 아니라 당에 마지막 희망과 애정을 가진 분들의 소리 없는 절규"라면서 "문 대표의 결단만이 당의 통합을 통한 총선 승리, 야권 통합으로 정권교체를 이룩할 수 있는 첫걸음임을 문 대표가 인식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한다"라고 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