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시위에 가지도 않은 사람에게 '불법폭력 시위혐의'로 출석요구서를 보내는 등 무차별적인 출석요구서를 남발하고 있다며 대전지역 단체들이 항의에 나섰다.
대전지역 70개 종교·정당·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민주수호대전운동본부(아래 운동본부)'는 1일 오전 대전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대전경찰이 지난 11월 14일 민중총궐기와 관련, 무차별적인 출석요구서를 남발하면서 공안탄압에 나서고 있다며 대전경찰청장 면담을 요구했다.
이들에 따르면, 경찰은 민중총궐기 시위 당시 서울에 가지도 않았고 대전에 머물러 있던 홍진원(정의당대전시당 홍보국장)씨에게 '14일 밤 10시 28분경 세종대로와 서린로타리 등에서 밧줄을 이용해 경찰버스를 파손(공공물손괴)한 혐의'를 씌워 출석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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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경찰은 특정인을 사찰하기 위해 민간 건물주에게 CCTV를 요구하는가 하면, 단체활동가를 대상으로 낚시성으로 '14일 집회 참석했나'라고 물어보기도 했다. 현재 운동본부가 파악한 것에 따르면, 8명가량의 시민에게 출석요구서가 도착했으며, 이들 중 복수가 당시 시위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는 것이다.
운동본부는 이 같은 경찰의 행태는 박근혜 정권에 충성 경쟁을 하려는 경찰 수뇌부의 지시에 따른 것이며, '할당량 채우기' 또는 '실적 올리기'를 위한 마구잡이식 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날 규탄발언에 나선 남재영 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공동대표는 "요즘 경찰이 하는 짓을 보면 정말 제정신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자체 규정도 무시하고 물대포를 쏘아 한 사람이 사경을 헤매게 해 놓고도 반성은커녕, 살인진압에 항의하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으로 공안탄압을 하고 있다"며 "이제 더 이상 경찰은 '정권의 시녀'라는 말도 아깝다, 그저 '정권의 개'가 되어버린 경찰은 정신 차리고 다시 국민을 섬기는 민주경찰로 돌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규복 대전충남민주수호기독교연대 공동대표도 규탄발언을 통해 "지금 경찰이 하는 행태는 일제 강점기 순사들과 다를 바 없다, 그저 국민을 통치와 감시와 처벌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그 문화를 아직도 버리지 못했다"며 "경찰부터 일재의 잔재를 청산해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의 경찰이라면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고, 보호하고, 국민에게 봉사하는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위현장에 가지도 않았는데 2회의 '출석요구서'를 받은 홍진원씨는 "이한열, 박종철, 강경대 등 민주항쟁 과정에서 일어난 이러한 비극은 경찰의 무모한 충성경쟁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지금도 그런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건수 채우기' 경쟁이 지나친 '공안탄압'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정말 가슴이 아프다, 지난날의 비극이 다시 재연되지 않도록 경찰은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기자회견문을 통해 "집회방해와 살인폭력 진압에는 사과 한마디 없이 오히려 무차별적으로 출석요구서를 남발하는 대전지방경찰청장은 사과하고, 공안탄압을 위한 TF팀을 즉각 해체하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대표단을 구성해 대전경찰청장과의 면담을 요구했으나 '현재 수사 중인 사안을 가지고 만날 수 없다'는 답변을 전해 들었다. 이에 대해 대표단은 "수사 대상도 아닌 사람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내 놓고, 수사 중인 사안이라는 말이 나오느냐"며 "잘못한 게 있으면 잘못했다고 사과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
결국, 대표단은 대전경찰청 민원실에 '공안탄압'에 항의하는 서한문을 제출하는 것으로 항의면담을 대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