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흔적 하나 없는...순간, 길을 잃어버린 것이다- 이상옥의 디카시 <우포늪에서>고성문화원(원장 도충홍)에서 창녕 문화탐방길에 나섰다. 창녕의 여러 곳을 둘러봤지만 역시 관심을 가장 끄는 곳은 우포늪이었다. 우포늪에는 최근 담비도 서식하는 것이 확인되어 생태계의 보고로 더욱 입증되었다.
담비의 몸 크기는 60cm로 작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포식자로 생태계의 최상위에 있다. 남한 지역에서는 호랑이가 자취를 감춘 후 고란이나 멧돼지 개체수가 급격히 불어나 농가에 피해를 주는 등 생태질서가 교란되고 있는 와중에 담비의 역할에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담비 배설물을 분석한 결과 먹이의 29%가 멧돼지, 고라니, 노루였다고한다. 담비는 체구는 작지만 무리 지어 사냥을 하기 때문에 최상위 포식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우포늪에는 다양한 식물군에서 천연기념물인 노랑부리저어새와 큰고니, 그리고 최상위 포식자 담비까지 1천500여 종의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면서 철새들의 번식과 월동 장소로도 유명한 명실상부한 생태계가 원형대로 살아 있는 곳이다. 또한 천연기념물 198호인 따오기가 중국으로부터 4마리 도입되어 현재 증식 복원 중이기도 하다.
우포늪의 가치와 위상은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한국형 생태관광 10대 모델사업 지역, 한국관광 으뜸 명소, CNN이 지정한 한국 여행 시 꼭 가봐야 할 50곳 중 6위, 한국관광 100선 최고의 관광지 2위 등등...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을 지경이다.
창녕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우포늪을 답사하는 내내 벅찬 충만감이 부풀어 올랐다. 우포늪에 깃들고 있는 각종 물새들을 향해 스마트폰으로 찍으며, 그 아름다운 광경을 연신 SNS로 올렸다. 아무렇게나 찍어도 작품이 되는 곳이 바로 우포늪이다.
해설사의 말을 들으니, 우포늪을 토대로 대대로 고기를 잡아 생계를 유지하는 열 가구 정도의 어부가 있다고 한다. 이들의 생존의 터전도 우포늪이다. 사람과 각종 새들이 우포늪에서 공생하고 있는 셈이다.
생각 같아서야 우포늪을 온전히 새들의 터전으로 두면 좋을 것 같은데, 그러면 어부들의 생계가 문제가 된다. 군 재정으로는 보상하기 힘들다고 하니, 국가에서 나서서 제대로 어부들의 생존을 위한 대책을 수립해주어서, 우포늪이 새들의 낙원으로 되돌려주게 할 수는 없을까.
우포늪은 일명 소벌못, 이지포(梨旨浦)라고도 하며, 면적은 약2,000,000㎡로 가로 약 2.5㎞, 세로 약 1.6㎞이고, 홍수 때는 면적이 확대된다. 원래는 낙동강의 배후습지로 지금보다 더 방대한 규모였으나 제방을 쌓고 농경지로 개간하여 축소된 것이다. 그나마 지금의 모습이라도 보존할 수 있는 것이 다행이며 1998년에는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어 그 가치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언제 한번 제대로 시간을 내어 우포늪 자전거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려 우포늪 곳곳을 누벼보고 싶다. 아니, 꼭 자전거를 타지 않아도 좋다. 천천히 길 따라 걸으면 더 좋다.
디지털 문명 속에 살다가, 우포늪으로 가면 금방 문명의 길은 끊어지고 만다. 원초의 생명길, 우포늪을 따라 가면 머지않아 낙토에 곧 도달할 것만 같다.
덧붙이는 글 |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이제는 채호석 교수가 쓴 <청소년을 위한 한국현대문학사>(두리미디어, 2009)에 새로운 시문학의 한 장르로 소개되어 있을 만큼 대중화되었다. 디카시는 스마트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날시)을 순간 포착(영상+문자)하여, SNS 등으로 실시간 순간 소통을 지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