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이 후퇴하는 시대에, 다시 인권콘서트가 열렸다.
1일 오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는 107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2015 인권콘서트'를 열었다. 67년 전인 1948년 12월 1일은 대한민국 법률 10호로 국가보안법이 제정된 날이다.
1989년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가 개최한 '양심수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은 인권콘서트로 이름을 바꿔가며 18번의 겨울을 뜨겁게 달궜다. 2006년 명맥이 끊긴 인권콘서트는 지난해 다시 열렸다. (관련기사 :
"다시는 이 콘서트에 서지 않으리라"(2006년))
지난 2006년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던 KTX 여승무원들은 그해 인권콘서트 무대에 올라 "모든 인간은 자유로운 직업의 선택, 공정하고 유리한 노동 조건, 실업에 대한 보호 등의 권리를 가진다"는 세계인권선언 23조를 외쳤다.
9년이 지난 11월 27일 이들은 '자신들은 코레일 직원이 아니'라는 사법부의 최종 판단(서울고등법원의 파기환송심 판결)을 받았다. (관련기사 :
9년 기다렸는데... KTX 승무원 소송 결국 패소)
"인권콘서트 때문에 외압받을지도 모르지만..."인권콘서트에 참여한 이들은 인권의 후퇴를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다. 인권콘서트 준비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감옥에 있는 양심수는 73명이다. 특히 이 중 16명은 지난달 14일 민중총궐기 이후 집회 참가와 고공농성과 같은 노동 사건으로 구속된 이들이다.
박래군 준비위원장(인권중심 사람 소장)은 "박근혜 대통령은 독재자의 딸이 아니라 독재자"라면서 "제2의 민주화 항쟁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문익환 목사가 쓴 (시집) <난 뒤로 물러설 자리가 없어요>가 생각났다. 우린 벼랑 끝에 몰려있고 떨어져 가고 있는데, 이 정권은 내리막길을 질주해 우리를 더욱 몰아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여기에 '쫄지 말고', 같이 손잡고 힘을 합쳐야 역사를 바꿀 수 있다. 그런 마음으로 나가야할 것 같다"면서 "이 시대의 희망은 '행동하는 나'다. 같이 행동하고 실천할 때 비로써 희망이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권운동가 박진씨는 "희망은 두려움에서 나온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종방한 드라마 <송곳>에 '인간에 대한 존중은 두려움에서 나온다'는 대사가 나온다"면서 "살아 있는 인간은 빼앗으면 화를 내고 맞으면 맞서서 싸운다. 그래서 희망은 두려움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날 콘서트에서는 4·16가족합창단의 합창에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이은미, 킹스턴 루디스카, 평화의 나무 합창단의 노래, 노래마을과 심보선 시인의 시노래, 송경동 시인과 배우 류성국씨의 시마임 등의 공연이 이어졌다.
이은미씨는 "보이는 곳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압박을 받고 있는 처지다. (압박하는) 그들의 기준으로 보면 저는 확실히 빨갱이, '강남 좌빨'이다"면서 "오늘 인권콘서트 때문에 어떤 외압을 받을지 모르겠지만, 희망을 얘기할 수 있어 좋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