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트위스트>의 저자로 유명한 찰스 디킨스는 1860년 12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잡지에 연재했던 소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제목은 <위대한 유산>. 800페이지가 넘는 그의 장편 소설 속에는 1800년대 당시의 시대상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 어두웠던 시대상 속에서, 찰스 디킨스는 주인공 핍이 살아가는 환경을 통해 철저하게 양분된 사회계급 속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했던 범죄자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상상해보라. 당신은 삼시세끼를 챙겨먹는 것조차 버거운 하루하루를 근근이 버텨내고 있다. 하나뿐인 친누나는 당신을 매타작 대상으로 생각할 뿐이다. 절망으로 그 어떤 미래도 꿈꿀 수 없는 이 유년 시절은 끝나지 않을 것만 같다. 그러던 어느 날, 당신이 막대한 유산 상속자가 된다면? 인생 제2막이 눈앞에 펼쳐질 때, 당신은 기존의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는가?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봤을 짜릿한 상상으로 시작하는 소설 <위대한 유산>을 읽고 있노라니, 문득 올해 새정치민주연합이 발의한 '불효자식방지법'이 떠올라 씁쓸해졌다. 15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유산은 사람이 해서는 안 될 행동까지 하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돈이 부모와 자식 사이를 재단하는 현실을 기대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텐데 말이다.
스포일러가 되고 싶지 않기에 <위대한 유산>의 결말을 밝히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이 소설을 읽어야만 하는 이유를 꼭 하나 짚고 넘어가고 싶다. 찰스 디킨스가 펼쳐놓은 대서사시 속에는 성공과 야망, 부모와 자식, 인간의 필연적 죄의식, 그리고 통렬한 후회 속에서 다시 태어나는 인간의 모습이 담겨 있다. 그리고 마지막 한 가지가 더 있다. 이것은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고전을 읽어야만 하는 이유로 수렴되는 부분인데, 바로 '희망'이다.
2011년 영국 공영방송 BBC에서 드라마로 제작되면서 큰 히트를 쳤던 <위대한 유산>. 찰스 디킨스의 숨결 속에서 당신도 많은 것을 얻게 될 것이다. 돈보다 훨씬 가치 있는 어떤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