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브로커의 유혹에 속아 입국했다가 돌아가지 못한 김련희(46)씨의 송환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인도적 차원의 북송을 촉구하고 나섰다.
김련희씨는 지난 2011년 친척집을 방문하기 위해 중국에 갔다가 한국으로 가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브로커의 말에 속아 여권을 빼앗긴 채 탈북자 신세가 됐다. 그녀는 한국에 도착해 국정원에서 조사를 받을 당시 북한으로 돌려보내 달라고 애원했지만 거절당했다.
이후 경북 경산시에서 거주하면서 북한으로 돌아가기 위해 여권을 발급받으려 했으나 국정원에서 '신원특이자'로 분류해 여권을 발급받을 수 없어 밀항을 하려다 실패했다. 김씨는 결국 탈북자 명단을 북한 측에 넘긴 혐의(국가보안법위반 등)로 구속됐다가 지난 5월 대구고법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났다.
'평양주민 김련희씨 송환을 위한 대구경북모임'과 '2015 대구경북 인권주간 조직위원회' 등은 8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련희씨의 북한 송환을 요구했다.
대구경북 500여 명의 이름으로 발표한 선언문에서 이들은 "김련희씨는 2011년 중국에 친척방문 여행 중 탈북 브로커의 유혹에 속아 여권을 빼앗긴 채 한국으로 내려왔다"며 "4년째 대한민국에서 편치 않은 마음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그녀는 고향으로 돌아가길 원했고 가족을 그리워하고 있다"며 "하지만 현 정부는 '현 법체계에서 김련희씨를 송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하고 신원특이자라는 이유로 여권도 발급해주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세계인권선언'과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대한 국제규약'을 들어 김씨의 송환을 요구했다. 세계인권선언의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어떤 나라(자국을 포함한)에서든지 떠날 수 있으며 또한 자국으로 돌아올 권리(13조 2항)'와 국제규약의 '모든 사람은 자국을 포함해서 어떠한 나라로부터도 자유로이 퇴거할 수 있고(12조 2항), 어느 누구도 자국에 돌아올 자유를 자의적으로 박탈당하지 않는다(12조 4항)'는 내용에 따라 북한으로 보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특히 김씨가 간경화로 어려운 투병생활을 하고 몸과 마음도 불안정하여 병이 더 깊어질 수 있다며 가족들에게 다시 행복의 웃음을 돌려주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송환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련희씨는 "중국에 여행을 갔다가 돈을 벌 수 있다는 브로커의 유혹에 의해 한국으로 오게 됐다"며 "칠순 잔치를 미루고 기다리고 있는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따뜻한 밥 한 그릇 올리게 해달라"고 애원했다. 김씨는 "북한도 남한도 다 같은 조국인데 왜 마음대로 돌아갈 수 없느냐"며 "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평양으로 꼭 보내 달라"고 호소했다.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는 "이념과 정치적 성향을 떠나 속아서 한국에 들어왔기 때문에 인도적인 송환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국내법상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에 대해 김영삼 정부 시절 비전향장기수를 북한에 보낸 것처럼 인도적 차원에서 송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김련희씨의 송환 문제는현행법이 아닌 인권적,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본인 의사에 반하여 강제 입국하게 한 반인권, 반인륜 범죄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을 요구했다.
이어 "지금 김련희씨에게 중요한 것은 남북 간의 정치군사적 긴장관계가 아니라 다가오는 어머니의 칠순 잔치일 것이고, 결혼을 앞둔 21살의 어린 딸일 것"이라며 "모든 정치적 이해관계를 내려놓고, 한 사람의 행복한 가정과 안전한 생활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송환해줄 것"을 촉구했다.
한편 송환모임은 오는 10일 오후 7시 독립영화전용관인 <오오극장>에서 김련희씨 송환을 위한 토크문화제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