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내년 충남교육청 예산 일부를 대폭 삭감하는 방식으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했다. 아랫돌 빼내 윗돌 괴는 식의 돌려막기를 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도의회 예결특위는 교육감이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계수조정을 통해 47건 328억1646만원을 삭감했다고 11일 밝혔다.
삭감된 예산은 교육환경개선(대응투자) 100억 원, 유치원방과후 교사인건비 등 운영비 32억4300만 원, 교무행정사운영 27억5000만 원, 폐교재산관리 등 22억3528만 원, 교원인건비 20억 원, 컨설팅장학운영 15억 원 등이다.
예결특위는 삭감한 예산 중 올해 이월금을 보태 누리과정(만 3-5세 어린이의 유치원과 어린이집 학비를 세금으로 지원하는 제도) 예산 536억 원을 신설했다. 누리과정 6개월 치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앞서 도교육청은 정부가 부담해야 할 누리과정 예산까지 편성할 경우 교육의 질 저하가 우려된다며 관련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시민교육단체는 결국 도교육청의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비 새는 교실이나 찜통교실 개선 등 교육시설환경개선비를 대폭 삭감했기 때문이다. 특히 교사 행정업무 경감을 위해 우선 써야 할 교무행정사운영비까지 삭감해 교사들이 수업에 전념하게 해달라는 요구마저 묵살했다.
게다가 도교육청의 부채는 2013년 353억 원, 2014년 1557억 원, 올해 3372억 원으로 3년 만에 5284억 원으로 불어났다. 대부분 정부가 도교육청에 떠넘긴 누리과정 예산이 원인이다.
충남도교육청 관계자는 "도의회가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기 위해 무리하게 교육환경개선비와 학습활동지원비를 삭감해 학생들의 교육활동에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도교육청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하여 다시 한 번 재고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김지철 교육감의 동의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예결특위의 내년도 예산안이 최종 확정되려면 교육감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김 교육감이 예산안 재심의를 요구할 경우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예산안이 확정된다.
김지철 충남도교육감은 도의회가 328억 원을 삭감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한 데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교육감은 11일 오후 전화 인터뷰를 통해 "현재 도교육청의 입장을 논의 중"이라며 "하지만 아이들의 학습과 관련된 예산을 대폭 줄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렇게 되면 내년도 핵심사업을 못 하게 된다"며 "유치원 아이들의 등하교 차량비에다가 유치원방과후 프로그램 교사들의 인건비까지 깎는 게 말이 되냐"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우리와 같은 내용의 예산을 편성한 호남지역 교육청의 경우 관련 예산이 모두 통과됐다"며 "교육 내용을 놓고 살펴야지 감정으로 대할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 교육감은 거듭 "교육과 관련된 직접 경비를 없애 아쉽고 또 아쉽다"며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