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호디딤무용단(예술감독 국수호)의 '코리안드럼-영고, 북의 대합주 30년' 공연이 지난 12월 10일 국립극장 KB하늘극장에서 열렸다.
'코리안드럼-영고'는 2011년 영국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초청되어 공연될만큼 우리전통의 북춤을 다양한 퍼포먼스로 표현해낸 코리안 대표공연상품이다. 1985년 8월 15일 '북의 대합주'라는 제목으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광복40주년 경축공연으로 초연된 이래 고구려춤, 백제춤, 신라춤 등 여러 스타일을 아우르며 변화되어, 여러 타악퍼포먼스 중에서 단연 한국전통의 움직임과 소리, 그리고 무엇보다도 큰 스케일을 자랑한다.
이번 공연은 '영고' 탄생 30주년을 기념하는 뜻깊은 자리로서, 전체 9개 장으로 1.태초의 소리부터 9.북의 대합주까지 한국전통 북춤의 다양함과 웅장함을 느낄 수 있는 큰 무대였다.
천장에는 붉은 태양이자 아주 커다란 대고의 형상이 보인다. 1장 '태초의소리'에서는 석기시대 돌을 두드리는 것처럼 3명의 여인이 리듬가락을 만든다. 이와 대조적으로 대고소리가 깊은소리로 공간을 울리며 태초의 영혼을 일깨우는데, 그 리듬과 음고의 다양함에서 저음북이 이토록 화려하고 매력적인지 다시한번 놀라게 된다.
2장 '기원의 북, 경고'에서는 엷은 피리가락에 이어 8명 여인들이 오방색으로 찬란하게 차려입고 북춤을 춘다. 리듬에 맞추어 갖가지 대형을 이루는 그 자태가 아름답다. 3장 '구정놀이'는 국악그룹 '타고'팀의 신명나는 풍물연주였다. 호남 우도농악의 장고놀음을 힘찬 춤사위와 북춤으로 구사해 관객들의 열띤 호응을 받았다.
4장 '오고무'는 가운데 무대에 8명, 2층 무대 뒤편에 8명의 여인들과 뒤편 1인 남성 대고의 대조와 조화가 멋지다. 5장 판굿은 타고팀이 다시 등장해 흥겨운 농악연주와 함께, 쟁반던지기, 상모돌리기 등의 묘기로 눈까지 즐겁게 했다. 다음으로 6장 '춘설'은 황병기 작곡의 가야금곡 '춘설'을 배경으로 분홍, 노라, 연두, 하늘, 보라색 하늘거리는 옷을 입은 여인들이 부채춤을 추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7장 '붉은 혼'은 다시 타고팀의 호연으로 남성타악의 박력과 다양한 리듬가락, 여러 형태의 무대연출이 강렬하고 시원한 인상을 남기며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8장 '축창-춘향가 중 사랑가'는 안숙선 명창이 축하말씀으로 시작해 멋들어지게 사랑가 한자락을 펼쳐내어 국내 어디서건 듣기 힘든 명창의 소리를 직접 듣는 행운의 기회를 주었다.
마지막으로 '북의 대합주'는 전 출연진 30여 명이 모두 출연하여 대고, 사물, 장구, 오고 등 갖가지 북소리에 다양한 대형과 움직임으로 단지 북이라는 '두드리는' 한국전통악기라는 것 외에, 그것이 '춤'을 구성하고 오늘의 공연을 이끌었다는 것을 다시한번 일깨워주는 대형무대, 대형춤이었다. 팔로는 열심히 두드리고, 발로는 바삐 움직이는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신명나는 표정에서 '두드린다'는 행위 하나가 이토록 열정적이고 모든것의 기원이었다는 것을 알게 해준 국수호 예술감독의 크고 깊은 예술의지가 한가득 느껴졌다.
마지막 장 '북의 대합주'의 소리가 들리기 전, 공연장을 가득 채운 크고 작은 북들과 한 곳을 바라보고 선 무용수들의 일련한 모습이 무척 집중되고 긍정적인 긴장감을 주었다. 국수호는 바라는 마음, 무언가를 바라고 빌기 위해 제사 지내던 의식, 옛 부여의 의식 '영고'를 북의 춤으로 승화시켜 일관되게 30년을 이끌어왔다.
땅이 울린다. 북이 울린다. 둥, 둥, 두둥, 두두둥. 광활한 민족의 기상을 울리고 싶었던 국수호디딤무용단의 '북의 대합주'의 큰북, 작은 북, 모든 북들의 일사불란하게 하나되어 진동하고 울리던 가죽과 나무의 소리들이 가슴과 귓가에 쟁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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