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참사'를 반성하며 '세월호를 잊지 않겠다'던 기자들이 그렇게도 많았지만, 세월호는 이미 잊혀졌다. 적어도 TV에서만큼은 그렇다.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1차 청문회'가 열렸지만, 지상파 3사는 물론 종합편성채널 4곳과 뉴스전문채널 2곳 모두 청문회 중계방송을 편성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당시 '전원구조' 오보와 정부 구조활동 홍보성 보도로 실종자 가족들의 지탄을 받은 방송사들은 청문회 현장에서도 세월호 유가족들의 깊은 불신을 재확인했다. 청문회 첫날 오전 '세월호 의인' 김동수씨가 청문회 현장에서 증인들의 무책임한 발언에 항의하며 자해하자 방송사 카메라들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세월호 유가족들은 "찍지 말라", "제대로 내보내지도 않으면서 왜 찍냐"고 항의했다.
세월호를 잊지 않겠다는 시민들이 기대했던 TV의 역할은 고스란히 인터넷으로 옮겨졌다. <오마이TV>, <팩트TV>, <416TV>, <주권방송>등 인터넷 방송은 청문회 3일 동안 전 과정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했다.
세월호 청문회를 보려던 누리꾼들은 이같은 인터넷방송의 링크를 공유하며 관심을 환기하기도 했다. 네이버 카페 '순천광양맘'의 한 회원은 지상파에서 세월호 청문회 생중계를 볼 수 없다고 지적한 한 기사를 링크하면서 "세월호 청문회 마지막 날인데 방송에 안 나오네요. 감춰야할 게 참 많은가봐요. 어쩜 언론이 모두 입다물고 있을까요"라고 안타까워했다.
TV에서 세월호 청문회를 볼 수 없는 상황은 거리 캠페인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세월호 3년상을 치르는 광주시민상주모임'(상주모임)은 지난 15일 광주 충장로우체국 앞에 스크린을 걸고 <오마이TV>의 청문회 생중계 영상을 틀었다. 이 모임의 시민 20여 명은 "세월호 청문회 보는 곳- 오마이뉴스, 팩트TV, 416TV, 주권방송"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청문회 시청을 독려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공동대표 이완기·박석운)은 지난 15일 낸 언론보도 모니터 보고서에서 주요 방송사들이 청문회를 생중계하지 않고 관련 뉴스도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주요 언론들은 특조위의 첫 청문회를 철저히 외면했다"며 "부실한 참사 대응과 꼬리자르기식 책임자 처벌, 의혹투성이의 사건 은폐 정황 등 정부의 불의와 패악을 숨기기 급급했던 언론의 '보도 참사'는 이번 청문회에서도 반복되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