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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레멘티눔과 성 살바토르 교회
클레멘티눔과 성 살바토르 교회 ⓒ 이상기

카렐 다리에서 구시가지 광장으로 가려면 클레멘티눔(Klementinum)과 성 살바토르(sv. Salvátor) 교회를 지나야 한다. 클레멘티눔은 예수회 수도원 건물로 1556년에 세워졌다. 후스(Jan Hus: 1369-1415)에서 루터(Martin Luther: 1483-1546))에 이르는 종교개혁 세력으로부터 보헤미아를 보호하기 위해 합스부르크 왕가의 페르디난드 1세가 세웠다.

1601년에는 성 살바토르 교회가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지기 시작했고, 1653-1726년 클레멘티눔이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다시 지어졌다. 클레멘티눔은 수도원이면서 동시에 가톨릭 신부를 양성하는 신학대학, 기숙사, 도서관, 천문대 등이 들어있는 복합건물이었다. 그러나 1773년 예수회가 해체되면서 클레멘티눔은 합스부르크 왕가 소유가 되었다. 현재 이곳은 국립도서관, 프라하 대학 건물, 천문연구소로 사용되고 있다.

 성 프란치스코 교회의 트럼펫 연주자
성 프란치스코 교회의 트럼펫 연주자 ⓒ 이상기

성 살바토르 교회는 클레멘티눔 소속 교회이면서 본당으로 1653년 완공되었다. 이 교회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파이프 오르간이다. 17세기말 오르간이 처음 설치되었고, 1780년 현재와 같은 오르간이 설치되었다. 그 후 이 교회에서는 정기적으로 연주회가 열렸다고 한다. 이 오르간은 2011년 오일레(Hermann Eule) 오르간 제작사에 의해 수리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카렐4세 광장 건물 앞에서는 신부들이 긴 트럼펫을 불어 연주회를 알리고 있다. 자세히 살펴보니 성 프란시스코 교회에서 열리는 아리아의 밤 티켓을 팔고 있었다. 그들이 연주하는 악보에는 팡파레(Fanfára)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1분도 안 되는 짧은 연주지만 아주 인상적이다. 우리는 음악을 뒤로 하고 카를로바(Karlova) 거리를 따라 구시가지 광장으로 걸어간다.

구 시청사와 천문시계

 천문시계
천문시계 ⓒ 이상기

길 주변으로 기념품점들이 즐비하고, 길에는 사람통행이 많다. 길 끝으로 틴 성모교회(Kostel Panny Marie před Týnem)가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먼저 만나는 건물은 구 시청사다. 이 건물은 13세기 말 고딕식으로 처음 지어졌다. 1364년 건물이 확장되었고, 1381년에는 교회가 만들어져 성모 마리아에게 봉헌되었다. 그리고 1410년 시계 제작업자 카다네(Mikuláš z Kadaně)에 의해 교회탑에 천문시계가 설치되었다.

천문시계는 1760년까지 별 문제 없이 잘 작동되었다고 한다. 그 후 시계가 느려지거나 멈추는 등 문제가 생겼고, 1787년 완전히 고장나게 되었다. 4년 동안 전문가들이 모여 다시 수리를 했으나, 1866년까지는 역시 완전하지 못해 수시로 멈췄다고 한다. 다행히 1866년부터 다시 작동을 했으나, 역사적 격변으로 인해 1882년, 1930년 또 다시 수리를 했다.

 구 시청사
구 시청사 ⓒ 이상기

1945년에는 전쟁으로 건물과 시계가 크게 파괴되었고, 이듬해인 1946년 시계가 대대적으로 수리되었다. 그러나 1954년 천문시계는 결국 기계식에서 전기식으로 교체되었다고 한다. 시계는 위의 숫자판과 아래 그림판으로 이루어져 있다. 위의 숫자판은 태양과 달 그리고 별의 운행 상황을 표현한다. 아래 그림판은 캘린더처럼 월과 일을 표시한다. 그러나 그 원리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천문시계 가장자리에는 네 가지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위쪽 둘은 허영과 욕심, 죽음과 쾌락이다. 이것은 인간이 경계해야 할 부정적인 것이다. 다른 둘은 철학자와 천사, 천문학자와 사가(史家)다. 이들은 긍정적인 존재로 인간에게 살아갈 길을 안내해 준다. 그런데 현재는 철학자와 천사가 잠깐 자리를 비우고 있다.

 구시가지 광장
구시가지 광장 ⓒ 이상기

시청사 안에는 관광안내소가 있고, 건물 일부와 교회가 관광객들에게 개방되고 있다. 또 교회탑에 올라가 광장과 시내를 조망할 수 있다. 광장에는 고딕식, 르네상스식, 바로크식 건물이 둘러싸고 있다. 그리고 그 광장에서 프라하 역사의 큰 사건들이 일어났다. 1618년 종교의 자유를 주장하며 신교 편에 섰던 귀족들이, 1621년 이곳 광장에서 처형되었다. 1915년에는 후스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해 후스 동상이 이곳에 세워졌다.

종교개혁가 얀 후스가 걸어 간 길

이처럼 구시가지 광장은 새로움을 추구하는 지식인들이 모이는 장소였다. 20세기 초에는 카프카(Franz Kafka),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같은 유대 지식인들이 이곳에서 모이기도 했다. 1945년 5월에는 독일의 지배로부터 벗어나려는 체코인들이 봉기를 일으켜 시청을 크게 파괴하기도 했다. 시청을 나온 우리는 이제 얀 후스 동상 앞으로 간다.

 얀 후스 동상
얀 후스 동상 ⓒ 이상기

얀 후스는 1396년 프라하 대학에서 석사학위(magister artium)를 받았다. 그리고 대학에서 언어학, 철학, 신학 등을 연구하고 또 가르쳤다. 1400년에는 신부가 되었고, 1401년에는 철학부 학장이 되고, 1402년에는 정교수가 되어 철학과 신학을 가르쳤다. 그는 이때부터 보헤미아어로 설교하고, 보헤미아어로 미사를 집전했다. 그는 설교를 통해 보헤미아 민족의식을 고취시켰다.

그는 또한 세속적인 교회의 개혁을 주장했으며, 오로지 성경만을 믿고, 양심에 따라 행동할 것을 요구했다. 1408년 주교단은 후스의 이러한 설교와 행동을 계속할 수 없도록 교구 사제직을 박탈했다. 후스는 1409-10년 프라하대학교 총장으로 철학과 신학을 가르칠 수는 있었다. 그러나 1410년 7월 교회로부터 파문당해 모든 직책을 잃고 만다. 

 얀 후스
얀 후스 ⓒ 이상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지자들과 왕으로부터 보호를 받아 가르침을 펴던 후스는 1412년 프라하를 떠나 보헤미아 남부 코지 흐라덱(Kozí hrádek) 성으로 피신할 수 밖에 없었다. 이곳에서 그는 신학책을 쓰고 성경을 보헤미아어로 번역하는 일에 몰두한다.

그러나 1414년 11월 자발적으로 콘스탄츠 종교회의에 참석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투옥되었다. 1415년 7월 6일 후스는 콘스탄츠 공의회 전체회의에서 이단자로 규정되어 화형에 처해졌다. 그는 친구들에게 다음과 같은 마지막 편지를 남겼다.

 틴 성모교회
틴 성모교회 ⓒ 이상기

"그들이 나의 책을 읽었어야 하는데, 그러면 그들의 사악함이 분명해질 텐데. 그게 바로 나의 기쁨일진대. 내가 알기로는, 그들이 성경보다도 내 책을 더 열심히 읽었을 거야. 왜냐하면 그 속에서 잘못된 가르침을 찾으려고 혈안이었거든."

이제 나는 광장 동쪽에 있는 틴 성모교회로 간다. 이 교회는 1365년 고딕식으로 처음 지어지기 시작했고, 16세기 초반 서쪽 입구에 두 개의 탑이 세워짐으로써 완성되었다. 탑의 높이는 80m이며, 아담과 이브를 상징한다고 한다. 두 탑 사이 가운데에는 벽공을 만들어 성모자상을 부조로 표현했다. 교회 내부는 대부분 바로크 양식이며, 일부 고딕 양식이 남아 있다.

공화국 광장에 펼쳐진 근현대 건물

 화약탑
화약탑 ⓒ 이상기

마지막으로 나는 화약탑(Prašná brána)을 지나 공화국 광장으로 간다. 화약탑은 구시가지를 지키는 성문으로 1475년 세워졌다. 고딕 양식으로 카렐 다리 동쪽에 있는 탑과 유사한 점이 많다. 그것은 1886년 카렐 다리탑을 따라 리모델링 되엇기 때문이다. 탑의 높이는 65m다. 17세기 말 잠깐 화약창고로 사용되어 화약탑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탑의 내부에는 미술관이 있다.

화약탑을 지나 공화국 광장에 이르면 서쪽으로 시민회관(Obecní dům)을 볼 수 있다. 이 건물은 1905년부터 1911년까지 청년양식(Jugendstil)으로 지어졌으며 시민 행사, 전시회, 연주회 등이 열린다. 1918년 10월 이곳에서 체코슬로바키아 공화국이 선포된 것으로 유명하다. 이 건물에는 스메타나 홀이 있는데, 이곳을 중심으로 매년 '프라하의 봄 축제'가 열린다.

 시민회관
시민회관 ⓒ 이상기

이 축제는 체코의 대표적인 음악축제로 1945년부터 이곳에서 개최되고 있다. 축제는 스메타나가 세상을 떠난 5월 12일 시작되는데, 이때 그의 대표작 '나의 조국'이 연주된다. 공화국 광장 주변에는 극장, 박물관, 백화점, 사무실, 호텔 등이 있어 구시가지 광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현대적인 모습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저녁을 먹는다. 그리고 나서 프라하 야경을 구경하러 간다.


#구시가지 광장#구 시청사#얀 후스#틴 성모교회#시민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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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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