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조선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인 한 남성이 전화 받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밤중에 여자 친구 집에 찾아가 욕설과 함께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피해 여성은 예전에도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폭행 당한다면 사과를 받기 위하여 녹음을 했습니다. 이 녹취록은 이번 사건에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녹취록 일부]남성 : 싸가지 없게 했어 안했어? 왜 그랬어?
여성 : 졸려서 그렇게 이야기 했는데 그걸 가지고 밤에 그러면...
남성 : 네가 언제? 이 XXX!! (폭행 소리)
여성 : 악! 아악! (비명소리)
녹취록에서는 이러한 폭행이 4시간가량 계속적으로 이뤄집니다. 당시 피해자는 경찰에 신고한 뒤 핸드폰을 빼앗겼습니다. 하지만 경찰의 위치추적 끝에 오전 8시 반이 되서야 폭행이 중단됐습니다.
"제적당하면 인생 망칠 수 있다"는 재판부
이때 남성은 여성이 다친 게 아니라 자기가 다친 것이라며, 쌍방폭행으로 맞고소를 했습니다. 폭행하는 중간 여자의 이를 뽑겠다고 입에 손을 넣다가 물린 곳, 도망가는 여자를 붙잡다가 갈비뼈가 손상된 것을 폭행당했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당연히 여성은 '정당방위'가 인정이 되어서 불기소 처분을 받게 됩니다. 녹취록이 없었다면 피해자가 오히려 가해자로 억울한 일을 겪게 되었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다음에 일어나게 됩니다. 피해 여성은 가해자를 학교에서 마주치는 것이 괴로웠기 때문에 학교 측에 분리를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학교 측이 "연인사이의 일을 왜 학교까지 가져오느냐"라며 거절한 것입니다. 결국 피해자는 가해자와 같은 공간에서 수업을 듣게 되었고 그로 인해서 공황장애와 우울증의 증세까지 보이게 되었다고 합니다.
또 다른 문제는 일부 학생들이 오히려 피해자를 비난했다는 점입니다. 같은 과 학생들의 카톡방의 대화내용을 보면 가해자를 두둔하고 피해자에게 '맞은 것에도 책임이 있다', '한때 사랑했던 사람의 인생을 망친 원흉' 등의 이야기가 오고 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제적을 당하면 인생을 망칠 수 있어..."가해자는 어떠한 판결을 받았을까요? 놀랍게도 재판부는 가해자가 의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인 사실을 고려, 집행유예 이상의 형이 내려질 경우에 제적을 당할 수 있다라는 이유로 벌금 1200만 원을 형으로 결정하게 됩니다. 결국 '의사'가 꿈인 가해자의 사정을 고려하여 너그러운 판결을 내린 것입니다.
광주지역의 여성 인권단체 및 시민사회는 지난 1일 정오 조선대학교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 측에 가해자에 대한 징계조치를 요구했습니다. 가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징계조치가 없는 것에 대해서 시민들은 "가해자가 이대로 졸업을 하게 되면 의사가 될텐데, 어떻게 이런 의사를 믿고 진료를 받을 수 있겠느냐"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결국 여론의 거센 항의가 빗발쳐 학교 측에서는 학생지도위원회를 열어 제적처리를 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피해여성의 녹취록과 시민들의 관심이 없었다면 이번 조선대 의전원 폭행사건은 결국 제대로 처벌되지 못하고 넘어가게 됐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의사'가 꿈인 학생의 꿈을 망가지게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 것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놀랍게도 이러한 일은 이것 뿐이 아닙니다.
또 솜방망이 처벌, 의전원생이라?
지난 21일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따르면 경기도의 모 대학의 의전원생 A씨가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8개월에 걸쳐 서울 송파 등에서 여성 183명의 치맛속을 촬영한 혐의로 서울 모 경찰서에 입건됐습니다. A씨의 여자친구가 신고해 입건되게 되었는데 그의 핸드폰 속에는 다른 피해자뿐만 아니라 여자친구, 그리고 가해자의 여동생의 사진까지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A씨는 결국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습니다. 바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정확한 사유는 성폭력 관련 교육을 이수하는 조건으로 기소를 유예한 겁니다. 검사의 불기소 처분 사유에는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이고 뉘우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183명의 여성을 상대로 몰카를 촬영한 점이나 치맛속을 찍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여성을 따라가 여성의 앞모습을 찍은 것을 볼 때 우발적이었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입니다. 또한 당시 변호사의 소견서에는 가해자가 의전원에 재학 중인 학생이기 때문에 벌금 이상의 형이 내려졌을 때 의사로서의 꿈이 좌절될 수 있다는 문구가 있습니다. 때문에 이 소식을 접한 일부 시민들은 예비 의사가 돼야하는 사정을 봐준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성범죄 전력이 있을 경우에 의료기관 취업에 제한이 되기 때문입니다.
피해 여성이 우려했던 것 중 하나는 추가 피해자 발생입니다. A씨가 다니는 의전원은 산부인과로 유명한 대형 병원이 운영합니다. 그러다보니 해당 병원으로 실습을 나가기도 하는데, 그 과정에서 추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습니다.
A씨는 기소유예 처분 이후에도 학교를 재학하다가 논란이 커지자 학교 측에서는 현재 A씨가 다음 학기부터 학교를 나오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A씨를 학교 측에서 출교를 시킨 것인지, 정학을 준 것인지, 퇴학을 시킨 것인지 밝히지 않고 있어서 의혹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번 의전원 사건들을 통해서 일각에서는 같은 범행이라고 해도 직업에 따라서 처벌의 강도가 너무 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가해자가 '예비의사'라는 이유만으로 벌금형을 내리게 되고,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것에 대해서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잘못을 저지른 피의자라고 해도 한번으로 인생을 바꿀 만큼 처벌하는 것에 대해서 인권적인 차원에서 과한 것이 아니냐는 말을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같은 범죄를 어떠한 일을 하느냐에 따라서 다르게 처벌하는 것은 법의 형평성에 크게 어긋난다고 생각합니다.
'equality before the law'라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법 앞의 평등이라는 말입니다. 법 집행은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한다는 것은 재판부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재판부가 'equality before the law'의 가치에 어긋나지 않는 판결을 하기를 바랍니다.